‘e스포츠’ 단순 마케팅 넘어 큰 그림을
‘e스포츠’ 단순 마케팅 넘어 큰 그림을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11.0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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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한계 벗어나 거대 산업으로…“과소평가 말고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글로벌 마케팅의 새 루트, e스포츠를 보다에 이어...

2008 스타리그 결승전이 열린 부산 광안리에 운집한 관중들. 뉴시스

[더피알=서영길 기자] 우리나라는 e스포츠 종주국이란 세계적 위상에 비해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의 투자 수준은 미미하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 평가다. 해외에선 e스포츠를 하나의 거대한 산업 콘텐츠로,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여기는 분위기지만 우리나라는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해외 기업들의 투자 규모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흐름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매년 조사해 내놓는 ‘2016 e스포츠 실태조사’를 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글로벌 e스포츠 산업 규모를 추정한 액수는 총 8억9200만 달러(약 1조481억원)이다. 2015년 6억1200만 달러(약 7191억원)에 비해 45% 이상 크게 상승한 수치다.

이를 지난해 국내 e스포츠 총 매출액 723억원과 비교해 보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국내 e스포츠 방송, 스트리밍 및 포털, 온오프라인 매체 및 구단 예산까지 모든 매출이 포함됐다. 글로벌 규모가 국내에 비해 무려 14배 이상일 정도로 경제적 규모면에선 천양지차다.

상금만 해도 이른바 ‘클라스’가 다르다. 글로벌이 2015년 6100만 달러(약 716억원)인 것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총 상금이 42억원에 불과해 17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유럽의 주요 명문 축구 클럽 및 미국의 NBA 스타 등 다양한 주체들이 e스포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맨체스터 시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아약스 등 유수의 축구 클럽들이 ‘피파온라인3’ 종목의 프로게이머를 영입하고 지원을 시작했다.

전병헌 국제e스포츠연맹 회장(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2013년 롤드컵과 관련해 자신이 한 공약을 지키려 롤 캐릭터 코스프레에 나선바 있다. 뉴시스

또 발렌시아, PSG, 샬케04 등의 구단들은 LOL 팀을 인수하거나 새롭게 창단하며 본격적으로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미국의 경우엔 샤킬 오닐, 요나스 예레브코, 릭 폭스 등 전·현직 NBA 선수들이 LOL 팀을 인수하는 등 e스포츠에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중국 또한 거대한 ‘머니파워’를 앞세워 e스포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라이엇게임즈의 모회사인 텐센트는 향후 5년간 10여조원을 e스포츠 시장에 투자한다고 발표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e스포츠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기업들도 종전 인기 있는 일부 종목에 스폰서로 참여하거나, 신작 출시와 동시에 홍보 목적으로 대회를 개최하는 등 e스포츠를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했던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더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변화한 위상, 다른 시각과 접근 필요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e스포츠협회가 주관이 돼 국내 게임 리그를 관할하고는 있지만 종목사별로 산발적으로 열리는 대회가 많고, 프로선수 등록제도도 통합이 돼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쉽게 말해 프로야구의 한국야구위원회(KBO)처럼 모든 경기와 규율, 선수 관리·감독을 할 수 있는 공식 채널이 e스포츠엔 없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김용수 전남과학대 e스포츠학과 교수는 “프로야구는 해당 종목을 누가 소유한 게 아니다. 하지만 게임은 저작권, 지적재산권 등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게임에 대한 권리는 개발한 회사에 있기에 당연히 자사 마케팅 툴로 e스포츠를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e스포츠가 진정한 스포츠의 한 분야로 거듭나기 위해선 IOC 같은 글로벌 조직이 종목사와 이 문제를 두고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도 권리문제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우용 매니저는 “종목사가 가지고 있는 지적재산권 등으로 인해 구단을 운영하면서도 자유롭게 마케팅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e스포츠협회 측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협회 한 관계자는 “저희가 게임 종목을 관할하는 업무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위임 받았지만, 종목사에서 심사 신청을 하지 않아 인기 있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정식종목으로 채택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하며 “종목사와 방송사가 협의해서 산발적으로 리그를 운영하다 보니 일원화가 안 돼 후원을 하려는 기업도 혼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e스포츠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e스포츠 월드챔피언십(오는 8일부터 12일까지)’ 개최 도시로 부산시가 선정됐다. 부산시 제공

엔터테인먼트 정도로 치부됐던 e스포츠가 이제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릴 정도로 어엿한 스포츠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최근 세계적인 e스포츠 대회의 관중 수, 스트리밍 시청자 수는 다른 여느 메가 스포츠 이벤트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실례로 ‘2016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동시 시청자 수는 4300만명으로, 25년 만에 가장 많은 시청자를 끌어 모았던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7차전 시청자 수에 앞서는 수준이었다. 누적 시청자 수도 무려 4억여명에 달했다. e스포츠를 특정한 젊은층이 열광하는 콘텐츠로 치부하기엔 그 규모와 위상이 달라졌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국내 e스포츠도 엔터테인먼트 요소에서 탈피해 스포츠 산업군으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려면 우선 정부 차원에서 e스포츠 시장에 대한 지원이나 정책이 밑바탕이 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프로리그를 후원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e스포츠를 정부가 과소평가 하는 느낌”이라며 “e스포츠 시장은 특수한 분야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나서줘야 더 많은 기업이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수 교수는 “국내 e스포츠가 밀려오는 중국 자본에 밀리지 않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이 먼저 나서 이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기업들도 이제 e스포츠에 대해 마케팅이든 투자든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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