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대중과의 소통… 트렌드만 쫓지말고 소신·철학 가져야”
“광고는 대중과의 소통… 트렌드만 쫓지말고 소신·철학 가져야”
  • 염지은 기자 (senajy7@the-pr.co.kr)
  • 승인 2011.05.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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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

더피알(The PR)이 창간 1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최고의 PR&소통인을 뽑는 설문조사에서 유독 눈길을 끈 사람이 있었다. 광고인 ‘이제석’ 씨다. 그는 PR관련 학과 대학생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최고의 광고인으로 주목 받았다. 학생들은 “광고를 통해 많은 이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사회적 소셜 커뮤니케이터다”,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주며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 광고에 대한 열정이 돈만 쫓는 다른 광고인들보다 뛰어나며 이제석 자체가 매력적인 요소다”며 그를 최고의 광고인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PR계에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그는 20대이던 2007년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원쇼페스티벌’ 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클리오 어워드, 애디 어워드 등 국제 광고 공모전에서 29개 메달을 싹쓸이하며 세계 광고계를 열광시킨 주인공이다. 상업광고를 지양,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하지 않고 있으며 사회적 이슈를 담은 공익광고만을 고집, 광고가 갖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미국 예일대 대학원에서 브랜딩을 공부중인 그를 전화로 만났다. 그는 통화가 연결되자 “하고싶은 얘기가 많다” 며 말문을 열었다. 

Q. 하고 싶은 얘기란. 

광고업계 문제라기보다 광고업계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말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점에서 작업할 맛이 안 나는 때다. 광고쟁이가 한때 폼보드에 시안 붙여 회사에 들어갈 때는 최고의 광고를 만들겠다는 소년소녀적인 꿈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곧 작업 자체에 대한 즐거움이나 만족감이 아니고 회사명, 광고주 규모, 연봉 등 세속적인 것을 쫓아간다. 회사에 들어가면 그렇게 된다. 그래서야 대한민국의 광고판이 발전이 있겠나? 해외에서 한국 광고 보고 웃는다. 싱가포른는 광고 잘 한다고 소문이 나 있지만 한국은 아니다. 해외공모전에 가장 많이 출품하지만 가장 상을 많이 못 받는다. 발전이 없다. 클라이언트 입맛에 맞게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광고회사들은 철학이나 지조를 갖고 있는 회사들이 많다. 왜곡된 광고판을 바꾸려면 본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소신이 있어야 한다.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제일 문제다. 아니다 싶으면 바꾸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지금은 상사 눈치나 보고 대충 묻어가고 쉽게 살려고 한다. 나름 그들도 할 말은 많을 테지만 근본적으로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작업적인 것은 잊어버리고 따라가는데,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영업사원인지, 극작가인지, 광고쟁이인지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광고 하나 잘 만들어 상품만 잘 팔면 땡이라고 생각하면 홈쇼핑에나 광고하라. 광고 하나 잘 만들어 훈훈한 감동만 전달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인간시대 극작가에게 맡기면 된다. 또 광고 하나 보고 웃고 즐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웃찾사나 개콘같은 스토리 작가에게 맡기면 된다. 철학이나 정체성이 무엇인지 광고쟁이로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 광고쟁이는 회사 타이틀을 자기 타이틀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래 직원들이 그런 사람 말을 잘 듣는 것은 그 자리 때문이다. 그런 사람 하나 나가도 회사가 돌아가는 데는 지장이 없다. 슬픈 얘기다. 몇 십년차 크리에이티브라며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가서 차려보면 밑에서 일하려는 사람도 한명 없고 일 주는 사람도 없다. 조직에 있더라도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타이틀 명함 갖고 장사하는 것은 모래위에 성을 쌓는 격이다. 학교를 다시 가서 제대로 배워라. 연차있는 광고쟁이에게 하고 싶은 얘기다. 신입은 권력에 편승말고 소신있게 하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전문가로서 좋은 작업을 만드는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 유명한 대기업 전자제품 광고만 쫓아가지 말고 중소기업 광고 하나도 작업이 좋아야 한다. 클라이언트 앵무새말고 소통의 중심이 대중들한테 있었으면 좋겠다. 광고는 대중과의 소통이다. 나는 동네 고기집 간판쟁이 시절이 행복했다. 원하는 것을 하면 즐거운 것이다. 

Q. 광고에 있어 대중과의 소통이란. 

대중한테 나를 발가벗겨 보이는 거다. 없는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대중한테 나는 이런 사람이고 나는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고 끊임없이 말을 걸고 듣는 거다. 지금 대한민국 대중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내 머리 속에 관심을 갖는 것, 서로 알아가고 친구가 되는 과정이다. 친구는 서로 허물없이 터놓고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칭찬이나 비난도 한다. 

앞서 광고쟁이들을 비난한 것도 친구인 그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똑똑한 머리를 갖고 왜 바보 같은 일에 쓸 수밖에 없나. 훌륭한 재능을 갖고 왜 그것밖에 할 수 없나. 광고는 1대 100, 1대 1000, 1대 1만, 1대 10만 관계에서의 소통이다. 10만으로부터 동시에 코멘트를 받을 수 있다.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옥외광고로 선보인 이제석 작품(왼쪽)과 그의 모습.

Q. 공익광고를 고집하는 이유는. 

추구하는 바가 기본에 충실하자다. 가장 본질적이고 인간적인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TV광고들은 나랑 상관없는 게 절반 이상이다. 나랑 상관없는 걸 강제로 봐야 한다. 소수를 위해 만드는 광고, 찰나의 시간에 존재하는 광고는 소모적이다. 신상품 광고는 그 기간 동안 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류, 물 부족 등은 끝까지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나는 트렌드라는 단어는 좋아하지 않는다. 현업 광고쟁이들은 너무 트렌드만 쫓아가는 경향이 있다. 이 순간 찰나를 쫓아간다는 것이다. 광고의 목적, 수단, 표현방식, 내용, 라이프스타일까지 순간을 쫓아간다. 그러다보니 일찍 단명한다. 당장의 몸값, 경쟁PT에서 얼마 받았다는 중요하지 않다. 본인 작업 자체가 50년, 100년 뒤에도 인정받아야 한다. 나는 할 거다. 100년 뒤에도 후배들이 회사를 물려받았을 때 “과거의 작업이 더 좋다” 라는 말을 듣고 싶다. 

Q. ‘이제석’ 이란 브랜드 PR에 대한 생각은.

PR에 대한 필요성은 소통의 의미와 같다. 소통, PR은 그야말로 나의 업이다. 예를 들면 성직자가 자기 자신이나 가족부터 도덕적이지 않고 남에게 설명하는 것은 웃기는 얘기다. 나는 광고쟁이인데 내가 하는 것을 광고, PR하지 못하는 것도 웃긴 얘기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장점이 뭔지 늘 생각한다. 내가 뭘 잘한다고 했을 때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공익광고’를 떠들고 다니는 것도 필요한 사람은 연락을 달라는 것이다.

Q. 궁극적인 꿈은. 

나름 똑똑하게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내 기준을 갖고 세상의 가치를 평가하고 내 가치를 갖고 세상을 살 것이다. 대다수는 세상의 가치를 못 보고 남들이 가져가는 가치관에 편승하고 남들이 만들어놓은 룰에 춤을 춘다. 네가 틀렸다고 무조건 왕따시키는 것이 아니고 네 것도 맞다며 개개인의 창의, 개성, 존재 가치를 인정해줄 때 우리 사회가 더 창의적이고 건강해지는 것이다. 특히 가장 창의적이어야 할 광고쟁이들이 몰개성적이라면 나머지는 죽으란 얘기냐. 작가, 예술가 등이 눈치 보지 말고 생각, 표현을 자유로이 할 때 대중들이 영향받고 움직인다. 대중문화의 꽃인 광고쟁이들이 기계적, 획일적, 보수적 마인드를 갖고 있을 때 사회와 대중들에 미칠 영향력과 파괴력을 생각해 책임감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광고에 노출돼 있나. 클라이언트 눈치 보며 소음 만들지 말고 광고를 문화예술로 만들어야 한다. TV채널 안 돌리고 깊은 감동과 즐거움을 느꼈을 때 사회가 윤택해지지 않을까. 내가 솔선수범해 모범케이스가 되고 싶은 게 소망이다. 또 세계 최고가 되고 싶은 소망이 있다. 50~100년 뒤 손주벌되는 아이들한테 광고 꺼냈을 때 부끄럽지 않고 싶다. 

Q. 최근 근황은. 

한국에서는 이제석광고연구소 회사 간판을 걸고 활동한지 1년이 좀 넘었다. 미국에선 학생 때부터 ‘제시카소셜캠페인’ 조직을 만들어 이끌고 있다. 현재 예일대 대학원에서 학업중이다. 한국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잠깐씩 들어간다. 공익광고는 최근 서울시청, 동물협회 등의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는 개발도상국가 어린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UN 뇌교육협회 광고를 진행 중이다. 또 일본 지진과 관련해 오사카, 고베시와 교류하고 있다. 오사카 디자인이스트 컨퍼런스에 초청돼 공익광고에 대해 발표했다. 최근 고베시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디자인 창의 도시 서울(2010년 7월 지정)을 벤치마킹하고 싶어한다. 서울 이순신 장군 동상 실사 가림막, 표창 캠페인 등에 대해 얘기했다. 교토대와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제석은? 

△ 2005년 계명대 시각디자인 졸업 △2008년 뉴욕 스클 오브 비주얼아트 졸업 △현재 예일대 디자인 석사과정 중 △프랑스 깐느 광고제 은사자상 등 세계 유수 광고 공모전서 50여개 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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