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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광고로 보는 기업의 속내조선일보 3년치 분석…대형 위기 중심, 메시지·주체 두루뭉술 多

[더피알=박형재 기자] 기업들은 어떤 이슈로 고개를 숙였고 사과의 마음을 어떻게 광고에 담았을까. 사과 시점과 내용, 메시지는 어땠을까. 사과광고에 나타나는 공통점은? 궁금증 해결을 위해 최근 3년치 신문을 뒤적였다.

<더피알>은 최근 3년간(2014년 10월 16일~ 2017년 10월 15일) 조선일보에 실린 사과광고를 전수 조사했다. 지면 기준 약 3만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를 통해 기업 사과광고의 공통점, 사과 타이밍과 메시지 등 주요 특징을 분석했다. 또한 잘된 사과와 아쉬운 사과를 되짚고 기업이 유의할 점, 적절한 위기대응 등 인사이트를 추렸다.

조선일보에 최근 3년간 실린 기업 사과광고들.

조선일보를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발행부수 100만부(2016년 기준 약 125만부)가 넘는 신문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사과광고를 낼 때 관행적으로 유력 매체에 모두 집행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기업의 사과 커뮤니케이션을 점검하는 건 의미가 있다. SNS를 타고 이슈가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사과가 일상화된 요즘 시대에 어떤 이슈로 코너에 몰렸고 타개방법은 어땠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노력을 들여다봤다.

3년간 15건, ‘A급 위기’ 대응 위주

조사 결과 최근 3년간 기업에서 신문을 통해 내보낸 사과광고는 총 15건으로 집계됐다. 대한항공, 동서식품, 몽고식품, 벨류인베스트코리아,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아우디코리아, 양계협회, 옥시레킷벤키저, 이랜드, 코웨이, 폭스바겐코리아, 한화케미칼, 홈플러스가 주인공이다. (가나다순, 동서식품 2회)

대한항공은 ‘땅콩회항’ 논란이 한참이던 2014년 12월 16일 사과광고를 냈고, 동서식품은 ‘대장균 시리얼’ 논란과 관련 이틀 연속 사과하며 소비자 마음을 달랬다. 몽고식품은 김만식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폭언·폭행 사건으로 고개를 숙였고, 벨류인베스트코리아는 공개 사과를 통해 ‘7000억원대 불법 투자금 유치 논란’의 진화에 나섰다.

사과광고 기업 명단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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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나머지 기업들도 제목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사건·사고에 휘말려 위 표와 같이 사과를 감행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발화’ 논란 △아모레퍼시픽 ‘가습기살균제 성분 치약’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디젤엔진 배기가스 조작’ △양계협회 ‘살충제 계란’ △옥시레킷벤키저 ‘가습기 살균제’ △이랜드 ‘아르바이트 임금 갑질’ △코웨이 ‘얼음정수기 니켈 검출’ △한화케미칼 ‘울산공장 폐수조 폭발사고’ △홈플러스 ‘경품조작 및 개인정보 불법판매’ 등이다.

사과광고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나타난다. 우선 모든 광고는 사회적 파장이 큰 A급 이슈에 한해 진행됐다. 오너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대한항공, 몽고식품 등) 논란에 휘말린 제품이 기업 주력이어서 경영상 차질이 심각한 경우(동서식품, 코웨이 등), 도덕적·윤리적 사건으로 국민 분노가 심각한 사안(옥시, 홈플러스 등) 등에 나타났다.

사과 시점은 논란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뒤였다. 일단 여론을 지켜본 뒤 온라인 사과문을 올리고, 상황이 정리되면 지면에 사과광고를 집행하는 흐름이 대부분이다. 다만 제품 리콜이나 소비자 유해정보 등 법적 고지 의무가 있는 경우 즉각 집행하는 특징을 보였다.

사과 메시지는 대부분 두루뭉술했다. 예컨대 대한항공은 땅콩회항 사태와 관련 “그 어떤 사죄의 말씀도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라며 ‘국민에게 큰 상처를 줬고 질책을 가슴에 새겨 환골탈태 하겠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사과의 주체나 대상, 재발방지책 등은 쏙 빠졌다.

홈플러스 역시 경품 조작 이슈에 대해 “경품행사 건과 관련하여 고객님께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 아래 ‘관련 사업 원점 재검토, 영업 프로세스 재점검, 최선을 다할 것’ 등의 원론적인 내용만 언급했다.

사과 주체도 애매했다. 오너가 잘못을 저질렀어도 회사 이름이나 임직원 일동으로 표시했으며 ‘대표이사 이름’이 언급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사과의 핵심 요소들은 빠져 진정성이 의심됐다.

사과광고 지면은 1~3면 사이에 집중됐다. 1면 5건, 2면 1건, 3면 4건, 5면 2건, 6면 2건, 10면 1건이었다. 사과광고 크기는 5단통 12건, 9단21 변형 2건, 5단 절반 1건으로 조사됐다. 사과광고 디자인은 거의 비슷하게 진한 글씨로 제목을 적고 문구를 채워 넣었다. 기업 로고가 포함된 곳은 모두 외국계 기업(3곳) 뿐이라 눈길을 끌었다.

‘무늬만 사과’가 나오는 이유

최근 3년간 지면 사과광고가 15건에 그친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갑질 논란, 제품 이슈 등으로 수천 건의 기사가 나왔고, 기업들이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올린 사과문도 수백 건에 달하기 때문이다. 앞서 더피알이 조사한 ‘대한민국 갑질보고서’를 보면, 최근 3년간 일간·경제지 10곳에 보도된 경제분야 갑질 기사는 총 2664건이나 됐다. 이 중 15건만 사과한 것은 예상을 크게 밑도는 숫자다.

이는 두 가지 이유로 풀이된다. 우선 예산 문제가 있다. 기업이 사과광고를 집행하려면 최소 수십억이 들어간다. 주요 일간지 10곳을 비롯해 유력 전문지, 지역지 등에도 함께 집행하기 때문이다. 만일 조선일보 등 몇몇의 매체만 특정해 사과광고를 냈다간 나머지 매체에서 ‘융단폭격’ 당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미리 준비해둔 실탄(위기관리 예산)이 적으니 사소한 해프닝은 그냥 맞고 가는 분위기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2016년 8월 1일 '옥시레킷벤키저 사과광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옥시 측은 이날 사과광고를 냈다. 뉴시스

두 번째 이유는 ‘굳이 신문에 할 필요가 없어서’다. 소셜미디어 발달로 온라인 여론의 힘이 커지면서 달라진 변화다. 사과문을 기업 홈페이지나 페이스북에 올려도 언론에서 받아쓰는데, 구태여 지면에서까지 고개 숙일 필요 없다는 인식이다. 신문 주목도보다는 온라인 확산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한 대기업 홍보임원은 “기업들은 문제를 공개 사과하기보다 가급적 조용히 넘어가는 것을 선호한다. 특히 오너리스크의 경우 더욱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SNS의 영향력이 예전보다 커진 것도 온라인 사과가 뜨는 이유”라고 말했다.

지면 사과광고 타이밍이 늦어지는 것은 효율성 때문이다. 위기 발생 직후 비난 여론이 빗발칠 때 사과해봤자 주목도와 효과가 떨어지니 적당한 시점에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특히 사과광고 게재는 언론으로 하여금 ‘광고비 줬는데 좀 살살해 달라’, ‘이제 그만하자’고 신호를 주는 간접화법이란 분석이다.

사과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다. 사과문에서 사건을 정확히 언급하면 향후 법정 공방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법무팀 의견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어차피 기업 이슈는 대부분 국민들이 인지하고 있으니, 잘못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원칙 중 하나는 스스로 부정적인 말을 재언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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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광고#조선일보#위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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