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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문턱을 넘기 위한 위대한 여행
1cm 문턱을 넘기 위한 위대한 여행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1.26 14: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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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을 찾아서] 두리함께

#여행을 결심한 당신.
평소 가고 싶었던 곳으로 목적지를 정한다.
제일 싼 비행기 표를 예매한다.
블로그 위주로 맛집을 찾는다.
싸고 깨끗함을 기준으로 숙소를 고른다.

휠체어가 넘을 수 있게 문턱을 자로 재본다. 두리함께 제공

[더피알=이윤주 기자] 보통의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 거치는 일반적인 수순이다. 하지만 어느 단계 하나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이들은 항공권 좌석이, 여행코스의 지반이, 1cm의 턱도 또 다른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의 유무가 식당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 250만명 중 93%가 여행을 희망한다. 하지만 실행에 옮긴 건 9.3%에 불과하다.

열악한 현실이지만 다행히도 이들이 여행다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행사가 있다. ‘차별 없는 여행’을 모토로 장애인들의 여행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예비 사회적기업 ‘두리함께’다. 지난해에만 4000여명의 장애인과 동반보호자가 이용했다.

하지만 이보교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더피알 독자들에게 두리함께를 소개해주세요.

두리함께 이보교 대표.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관광 약자인 장애인을 위해 ‘복지’와 ‘여행’이 결합된 관광상품을 개발‧제공하는 것입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고객이 여행을 한다고 가정해보세요. 일반 여행사는 예약 및 수속만 도와주면 됩니다.

하지만 두리함께는 휠체어의 크기, 종류, 배터리 등에 따라 탑재 가능한 비행기를 알아보는 게 먼저입니다. 그리고 각 지역 해당 공항에 휠체어 고객 서비스를 신청합니다. 이후 휠체어로 접근 가능한 관광지, 숙박 및 식사, 특장차량 등을 준비해 여행 전 과정을 계획해 불편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일을 합니다.

두 번째는 이러한 여행을 위한 접근성 조사입니다. 가령, 호텔의 경우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출입구 단차, 입구 문 폭, 화장실 문 폭, 세면기 상태 등을 조사해야 합니다. 이러한 조사가 준비돼 있지 않은 여행은 저들에겐 즐거움이 아닌 고통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장애인 여행 활성화와 인식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복지의 대상’이 아닌 ‘소비의 주체’로 바라보고 새로운 관광산업을 개척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장애와 여행을 결합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전 오랫동안 MICE(전시‧컨벤션) 산업에 몸담고 있었습니다. 이 때에는 휠체어를 타고 여행하는 여행객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러다 사회복지법인에서 복지관광을 담당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장애인 여행에 대해 눈을 뜨게 됐습니다. ‘이렇게 장애 인구가 많은데 왜 몰랐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심지어는 ‘우리사회가 이런 사람들은 위험하기 때문에 세상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배제해버린 건 아닐까’란 생각까지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사회복지법인에 입사한 지 1년쯤 지났을 때였을 겁니다. 운동을 하다 무릎 뼈가 부러진 일이 있었습니다. 깁스를 한 채 휠체어를 타고 2개월 정도 생활했어요.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더라고요. 갈 수 있는 식당도 없고요. 그때 이 사업을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2014년 소셜벤처로 시작해 여행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하기로 결심하고 여행사를 설립했습니다.

여행 패키지를 기획하는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고, 또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시는지 궁금해요.

장애인에게 여행은 시혜적인 관점에서 제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두리함께는 장애인에게 여행이 주는 가치를 주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의를 둡니다. 장애인에게 여행이란 사회적응이며 현실입니다. 대부분 환경적 여건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는 분들이 많죠.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접근성입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 호텔, 관광지 특히 화장실이 아주 중요합니다. 가령 발달장애인의 경우 접근성의 기준은 환경 적응입니다. 소리나 빛에 민감하거나 비행기 탑승을 거부하기도 하죠. 일반인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장애물이 되는 겁니다.

휠체어 이용객들이 무리 없이 구경할 수 있는 제주도 한림공원. 두리함께 제공

또 장애인 보장구인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의 경우 접근성이 중요합니다. 전동휠체어는 동력이 있으므로 자력으로 움직일 수 있으나 수동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보조자가 없으면 혼자서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무장애 여행 지도를 만들어 세세한 코스뿐 아니라 바닥면까지 안내를 드려요.

아울러 장애 유형별로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제안합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여행, 신장장애인을 위한 음식여행, 발달장애인을 위한 신나는 여행, 지적장애인을 위한 편안한 여행, 장애인 가족을 위한 치유여행 등이 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교통‧시설‧정책 등에 대한 빈틈도 많이 보일 텐데요. 이 부분 만큼은 정말 개선됐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제주에 유명한 관광지 중 어느 곳은 휠체어가 다니기 쉽게 돼 있어요. 장애인 화장실도 시설이 좋아서 인기가 많은 코스였죠. 그런데 이상하게 전동휠체어 타는 분들이 화장실 이용을 못하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문을 밀어야 하는 구조여서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었던 거죠. 몇 년간 이걸 모르고 있다가 고객이 사진을 찍어서 저희에게 보내주셨어요.

이처럼 공식적인 장애인 화장실임에도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 많이 있는데요. 이런 불편함 때문에 여행 내내 물을 잘 안 드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아울러 관광지 식당에 장애인 화장실이 많이 없는데 이 부분이 시급히 개선됐으면 해요.

물리적인 불편함 말고도 사람들의 인식에서 오는 불편함은 없나요.

불과 2년 전만 해도 식당에 예약을 하면 식사 시간 이외에 오라고 했어요. 다른 사람이 불편해 한다고요. 그래도 지금은 많은 사람들 인식이 개선돼서 동정의 대상이 아닌 당당한 소비자로 바라봐주십니다.

만약 몇 년 전 이 질문을 똑같이 받았다면 불편했던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했을 텐데, 그나마 사회 인식이 많이 개선돼서 불편한 시선은 많이 못 느껴요.

공항에서 수속절차를 기다리는 두리함께 패키지 이용자들. 두리함께 제공

최근 들어 가장 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요즘 이보다 더 최선을 다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는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서비스도 직접 제공하다보니 많이 바빠요. 팀원들의 삶이 여유가 없어 보일 때 리더로서 많이 힘듭니다. 생산성은 높으나 채산성이 낮은 구조 때문이죠. 이 사업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지칩니다.

반대로 어려움 속에서도 뿌듯한 순간이 많았을 것 같아요.

한 달 전쯤인가요. 단체로 온 여행객 중 와상휠체어 고객이 있었습니다. 비행기 탑승의 문제 때문에 한 번도 여행을 못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대한항공이 협조해 기내 의자 6개를 탈거하고, 제주공항 RPA(특수수송팀)의 도움으로 무사히 여행을 마쳤습니다.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 분을 보면서, 과정은 힘들었지만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품이 많이 들어가니 여행비용이 비쌀 것 같은데요. 온드림 패키지의 경우 1인 39만원 정도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이익은 나는지….

39만원도 장애인들에게는 굉장히 큰 부담이 되는 비용입니다. 사실 저희 입장에서도 30분 정도의 이용객들이 모집돼야 (마이너스를 면하고) 제로(0)가 되는데요.

이 부분은 영업이익 목적이 아니라 장애인 개별여행 활성화를 위해 만든 사업입니다. 아마 사회적기업이란 가치가 없었다면 못 만들었겠죠.

여행 후기 중 기억에 남는 스토리나 이용자의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지난 4월, 온드림투어(이동약자를 위한 여행패키지상품) 여행 때 처음으로 제주여행을 온 40대 초반의 여성 고객 이야기입니다. 전동휠체어를 타시는데 한 번도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고 장거리 여행을 해본 적도 없는, 거의 집에서만 생활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집 앞에서 전동휠체어를 연습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여행 첫 날에 “어떠셨어요?”하고 여쭤봤더니 너무 불편하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힘든 게 여행인 줄 몰랐다면서요.

저희도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다시 그 분을 뵀습니다. 첫 날과는 달리 너무 해맑은 모습으로 맞아주시더라고요. 여행이 이렇게 즐거운 건 줄 몰랐다면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들에게 여행은 단순히 즐기기 위한 놀거리가 아니에요.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일 뿐 아니라 삶에 대한 용기와 치유를 주는 크나큰 선물이죠. 그래서 저희는 여행을 ‘세상을 넘기는 책장’이자 ‘치유’라고 표현합니다.

내리막길을 내려오고 있는 이용객의 모습. 두리함께 제공

또 기억에 남는 이용자가 있어요. 3년 전 모자(母子)고객이었는데요. 아드님이 고2 때 운동하다 척추를 다쳐서 장애인이 됐습니다. 그 아들이 30세가 넘었어요. 근데 어머니가 등에 삼각대 같은 지지대를 메고 다니시는 거예요. 뭐냐고 여쭸더니 예전에는 당신이 힘이 있어서 아들을 휠체어에서 침대로 이동시킬 수 있었는데, 이제는 힘이 없어서 지지대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참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다시 여행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하시며 웃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제주도 내 장애인들이 여행하기 좋은 장소를 추천해주세요.

접근성 좋은 곳과 장애인 당사자들이 좋아하는 곳은 차이가 있어요. 그래도 보편적으로 바닷가 해안 풍경을 참 좋아합니다. 특히 차기도 엉알해변과 월령리 선인장 마을을 좋아해요.

두리함께의 다음 스텝은.

차별 없는 여행. 즉 관광약자 전문여행사로서의 사업을 굳건히 하고 장애물 없이 편안하게 갈 수 있는 ‘둥근 여행자를 위한 길’을 개발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또 관광약자의 정보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VR(가상현실)투어를 2월경으로 선보일 예정이고요.

사회적 가치창출은 충분하나 경제적 가치창출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앞으로는 이 사업 외에 일반인을 위한 착한여행도 준비하고 있어요. 이로써 여행을 통한 사회가치창출에 동참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많은 힘을 주세요. 저희가 지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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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8-02-19 18:11:04
좋은 기사네요. 두리함께가 앞으로도 발전해서 더 많은 장애인들이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힘내시길 바라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