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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에서 아무거나로…이유 있는 파생
아무말에서 아무거나로…이유 있는 파생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8.01.26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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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현상이 유머코드화, 콘텐츠 화수분 역할

[더피알=조성미 기자] 2017년을 휩쓸었던 ‘아무말 대잔치’. 말 그대로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상황을 뜻한다. 하지만 이 말장난 같은 유행어는 그저 유머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무거나’가 주는 생각지 못했던 의외의 즐거움을 통해 사회문화 전반으로 파생돼 나갔다.

깊게 생각하고 고민한 후에 이야기하기 보다는 떠오르는 대로 순간적으로 말을 늘어놓는 아무말 대잔치. 쉽게 뱉은 말들이 논란을 만들어내기도, 혹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얘기가 예상밖의 빅재미를 주기도 한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진행한 설문에서 2017 유행어 8위에 오르기도 한 아무말 대잔치는 트위터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140자라는 글자 제한과 더불어 빠르게 휘발되는 특성을 갖는 플랫폼 특성상 트위터에선 순간순간 그리고 짧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 때문에 간혹 모호하고 정확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 쏟아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붙여진 신조어가 바로 아무말 대잔치다.

정치권의 마무말 대잔치를 이야기한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화면.

아무말의 화수분은 단연 정치권이다. 그때그때 다른 정치인들의 언행불일치와 국민정서나 사회분위기와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는 아무말을 전국구 잔치로 만들었다. 정치인의 막말과 유사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이제는 수준 낮은 정치를 비판하는 말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린다.

일상에서도 아무말은 통용된다. 대화 중간에 뜬금포 이야기를 늘어놓아 상대방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행위는 소통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머의 옷을 입고 독특한 화법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도 콘텐츠도 대잔치

KBS 개그콘서트에는 말이 되면 안 되는 이야기를 스포츠 중계 형식으로 소개하는 ‘아무말 대잔치’ 코너가 만들어졌다. 마치 소셜미디어상에서 #아무말_대잔치 #아무사진_대잔치로 웃고 떠들던 놀이를 옮겨놓은 것 같다.

아무말을 콘셉트로 한 노래도 발표됐다. 형돈이와 대준이와 장미여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산토끼’는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 닭다리잡고 삐약삐약 / 아침 먹고 땡’ 등 어린시절에 노래 부르던 구절이 삽입됐다. 여기에 ‘토끼’를 40번 부르고 ‘(도)다리’ 역시 수십 번 외치며 함께 어우러져 살자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를 만든 관계자는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음악이 산으로 가고 아무말 대잔치인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민요와 록, 그리고 힙합의 덥스텝의 조화를 더해 세련된 느낌을 주는 곡으로 탄생시켰다”고 아무말(?)로 소개하기도 했다.

아무맛 대잔치의 대표상품인 코스모스제과의 ‘이상한 감자칩’

마케팅에서도 아무O 대잔치가 진행되고 있다. 우선 식품업계에서는 ‘아무맛 대잔치’가 벌이고 있다. 콜라·사이다·요구르트맛의 감자칩이 출시된 것은 물론 어묵국물맛 티백, 와사비마요네즈맛 라면, 돼지바 핫도그 등 언뜻 상상도 안 되는 이색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

크리에이터들도 이색 음식을 맛보는 콘텐츠로 어필하기도 한다. 새로 나온 제품들을 먼저 먹어보거나 아이스크림을 간장에 찍어먹고 김치와 삼겹살로 초콜릿 퐁듀를 하는 등 ‘아무맛’이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 떠올랐다.

아무말은 기업발 이벤트에도 적극 활용된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소재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꾸려가고 있는 더블에이 코리아는 ‘아무말 대잔치’를 벌인 적 있다. 더블에이 측은 “생각 없이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을 외국에서 ‘뇌방귀’라고 한다”며 뇌에 휴식을 갖는 시간으로 이벤트 취지를 밝혔다.

알바천국은 다양한 아무말을 수렴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재미난 드립으로 풀어내고, 좋은 알바문화 형성을 위한 자유발언을 공모했다. 나아가 이른바 ‘알바선진국’을 표방하며 아무말 제언을 정부에 전달하기까지 했다.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타깃 소비자들의 울분을 해소하는 가운데 기업브랜드 제고를 꾀한 사례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범상규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태의연한 것을 하다 보면 소비자들은 정신적 지루함을 느껴 더 이상 흥미가 없고 큰 메리트도 찾지 못하게 된다”며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예견치 못한 신선한 자극을 주는 데서 높아지는 소비자의 만족도를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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