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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미투’ 패러디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잇단 ‘미투’ 패러디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8.03.15 09: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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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이슈 활용한 마케팅 SNS상에서 역풍…전문가 “화제성 생각한 나머지 반대급부 고려 못해”

[더피알=안선혜 기자] 온라인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 콘텐츠 제작에서 사회적 이슈를 패러디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민감한 사회적 의제나 대중의 정서를 읽지 못해 역풍이 이는 사례가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엔 미투(#MeToo) 운동이나 젠더 이슈에 얽힌 패러디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배스킨라빈스가 자사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영상 중 일부.

case 1 최근 배스킨라빈스는 자사 공식 인스타그램에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고(故) 조민기 씨의 추행성 카카오톡 메시지를 활용해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미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분위기 속에서 “#너무_많이_흥분 #몹시_위험”이란 문구를 위트 요소로 사용하려 했지만, 성범죄를 마케팅에 이용한다는 지탄을 받았다. 결국 배스킨라빈스는 해당 게시물을 내리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배민신춘문예 응모작 중 미투 희화화로 지탄받은 게시물.

case 2 배달의민족은 매년 개최하고 있는 소비자 참여 이벤트에서 문제적 응모작이 SNS를 타고 확산되면서 곤혹을 치렀다.

이 회사가 올해 개최한 ‘제4회 배민신춘문예’에서는 “저도 당했어요(글쓴이 ‘미트(Meat 운동)/ 그 맛에 당했어요’)”나 “제 다리를 보더니 침을 삼키면서…(글쓴이 ‘치킨 미투운동’)” 등의 응모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미투 캠페인을 희화화한 것으로 해석됐다.

뿐만 아니라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 관련 발언을 희화화한 “반죽을 탁 치니 억수로 맛있다(글쓴이 ‘수타피자’)”는 문구 등도 논란을 일으켰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응모 페이지에 접속해 응모작을 게시하면 자신의 SNS에 퍼 나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는데, 일부 이용자들이 인스타그램 등에 작품을 자랑하듯 올리면서 문제가 됐다”며 “참가자들에게 삭제를 요청하는 등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푸드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82년생 김지영 패러디물과 사과문(오른쪽).

case 3 롯데푸드는 지난 1월 자사 공식 인스타그램에 ‘83년생 돼지바’라는 책을 읽고 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돼지바’ 홍보를 위해 조남주 작가의 페미니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패러디한 것으로, 책 표지에는 돼지 그림과 함께 “사람들이 나보고 관종(관심병 종자)이래”라는 문장을 넣었다.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무개념 주부)이래”라는 소설 속 문구에 착안한 것으로, 외모적 열등감을 지닌 뚱뚱한 여성들이 페미니스트를 자처한다는 일부 왜곡된 시선을 떠오르게 해 반발을 샀다.

롯데푸드 역시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베스트셀러 패러디에 집중한 나머지 책이 담고 있는 맥락을 고려하지 못했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이병헌은 되고 조민기는 안 되는 이유

전문가는 사회적 논란을 빚을만한 소재 활용은 되도록 지양할 것을 조언한다.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가시성이나 화제성만 생각한 나머지 반대급부를 고려하지 못하는 듯하다”며 “마케터도 사회적 문제를 촉발할 수 있는 부정적 이슈나 키워드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혹 사회적 이슈에 대한 트래킹이 떨어지다 보니 관리자가 패러디 사실 자체를 아예 모르고 컨펌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소한 부주의일지라도 역풍은 어마어마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미투 패러디로 각 기업이 거센 비판에 직면한 데 반해 과거 배우 이병헌의 협박 스캔들 과정에서 공개된 ‘너, 로맨틱, 성공적’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는 지금까지 유희 소재로 활용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jtbc 아는형님 방송 중 사용된 이병헌 메시지 패러디.

이병헌 패러디는 펀(fun)으로 인식되고 조민기 패러디는 무리수로 해석되는 이유에 대해 송 대표는 “이병헌 사건은 미투라는 사회적 담론 가운데 일어났던 사안이 아니었고, 조민기는 미투의 상징적 인물인 데다 고인이 되면서 보다 수용자들이 거부감을 나타낸 듯하다”고 진단했다.

망자에 대한 조롱을 금지하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과 미투라는 거대 물결 속 주요 인물이었단 점이 사안의 무게를 달리 가져가는 결정적 차이로 해석된다.

개인의 일탈을 넘어 사회 문제로 인지되는 의제를 마케팅 코드로 활용할 경우 불필요한 논란이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도 유의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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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ㄹ 2018-06-22 11:51:49
애정표현(불륜관계)과 성희롱을 같은 문제라고 생각하고 비교하는게 놀랍네요.
이런 사고방식의 성범죄자들이 애정표현이랍시고 이뻐서 그랬다 맘에 들어서 그랬다 딸같아서 그랬다 하면서 추행하고 성폭행하나봅니다...

ㄹㅁㅎ 2018-03-18 22:32:44
아 겁나 웃기네잉 ㅋㅋㅋㅋㅋㅋㅋㅋ 센스들도 좋

ㅇㅇ 2018-03-17 04:26:13
바보인가? 이병헌 패러디는 조롱의대상이 이병헌이고 미투 패러디는 조롱 대상이 해당 운동을 전개하는 피해자들이라는게 차이인데

- 2018-03-15 09:51:52
이런걸 가르쳐줘야만 아는 *일부* 크리에이터들 너무 한심하다. 그렇게 바닥난 인권감수성으로 대체 누구의 호감을 사겠다는 건지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