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브랜드요? 삼분의일 입니다”
“좋아하는 브랜드요? 삼분의일 입니다”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8.04.1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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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Talk Talk] 삼분의일 마케터 2인방

[더피알=서영길 기자] ‘정중동(靜中動)’ 신생 스타트업 ‘삼분의일’과의 인터뷰 후에 든 그들의 이미지다. 화려하진 않지만 묵직하고, 유쾌하진 않지만 진중한 방법으로 자기들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이들이 만드는 건 엉뚱하게도 매트리스다.

‘침대는 과학이다’는 슬로건 하나로 평정된 매트리스 업계에 ‘우리에게 당신의 삼분의일을 믿고 맡겨주세요’라는 슬로건으로 도전장을 내민 그들. 인생의 삼분의 일을 수면으로 보낸다는 점에 주목해 정공법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두 명의 마케터에게서 그 뒷얘기를 들어봤다.

삼분의일 김용건 마케터(왼쪽)와 최정원 cmo. 사진: 서영길 기자
삼분의일 김용건 마케터(왼쪽)와 최정원 cmo. 사진: 서영길 기자

하시는 일과 자기소개 좀 부탁해요.

최정원 CMO(이하 최 CMO) 스타트업답게 현재 삼분의일에서 홍보·마케팅·브랜딩·콘텐츠 제작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어요. 그동안 잡다한 일들을 했던 게 도움이 됐는데요. 20대 초반 홍보대행사를 거쳐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도 했고 카페도 운영했었죠. 이후 빙글(취향기반 SNS)에서 일하며 브랜딩에 욕심이 있던 차에 우연히 전주훈 대표를 만나 삼분의일을 공동창업하게 됐습니다. 아, 사실 제가 수면장애가 있는데 창업 아이템이 매트리스라는 점도 맘에 들었죠.(웃음)

김용건 마케터(이하 김 마케터) 최 CMO님과 같이 마케팅 파트에서 일하고 있고요.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곳은 광고대행사였어요. 거기서 카피라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어서 적을 옮겨 포잉(레스토랑 통합 플랫폼)에서 콘텐츠 마케팅 에디터를 했어요. 이후 우아한형제들 배민찬 마케팅팀에 있다가 삼분의일에 합류한지 이제 한 달 좀 넘었네요. 저도 잠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지원하게 됐어요.

제품 출시 8개월짼데, 이렇다할 빅이벤트 같은 대대적 홍보가 없어요.

최 CMO 결정만 하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여건이긴 해요. 투자받은 돈도 많고요.(웃음)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해요. 고관여 제품인 매트리스이기에 사계절은 돌아봐야 한다는 게 저희 마케팅 기조죠. 사실 창업 초기 전 대표와 20~30만원짜리 가성비 좋은 매트리스를 만들어 돈 먼저 벌고, 나중에 큰 침대 업체처럼 매스미디어에 광고 내보내며 있어 보이는 브랜드로 전환하자고 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더욱 확실한 제품을 만들어 브랜드로 승부하자는 의견에 서로의 마음이 끌렸죠.

사계절이요? 그럼 회사에서도 마케팅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커질텐데요.

최 CMO 슬슬 1년이 다가오니까 두렵긴 해요.(웃음) 하지만 그러다보니 더 몰입하게 되고 더욱 생각이 깊어지는 측면이 있어요. 그렇다고 무작정 사계절을 두고 본 건 아니고요, 에버그린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어요. 예를 들면 휘발되는 콘텐츠가 아닌 매트리스 청소 방법 같은 정보를 저희 페이스북에 수시로 올려 언제든 고객들이 수면과 관련해 삼분의일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거죠.

삼분의일 김용건 마케터(왼쪽)와 최정원 cmo. 사진: 서영길 기자

김 마케터 사실 국내 침대업계는 판매에만 열을 올리지 매트리스 청소법 같은 기본적인 정보는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이런 정보성 콘텐츠가 당장 저희 제품 구매로 이어지지 않을 수는 있죠. 그래도 수면 전문브랜드로 가는 투자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올리는 거예요. 하지만 콘텐츠가 ‘노잼’일 수는 있어요.(웃음)

최 CMO 내부적으로 쌓아놓은 수면과 관련한 정보들이 정말 많아요. 지금 그런 것들을 ‘채널별로 어떻게 잘 가공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에요. 현재 액션 단계만 남은 상황이죠.

에버그린 콘텐츠에만 치중하면 브랜드가 너무 진지해지지 않을까요.

최 CMO 눈길 가는 독특하고 재밌는 콘텐츠도 좋지만 저희는 그것보다 더 본질적인, 브랜드에 대한 신뢰 부분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그렇다고 유머 요소나 B급 정서를 배척하진 않아요. 만약 이런 소구 방법이 필요하다면 저희의 입(채널)이 아닌 다른 플랫폼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거죠. 하지만 정보 콘텐츠 위주의 정공법 마케팅 기조는 바뀌지 않아요.

또 개인적으론 기름기 쫙 뺀 정공법 마케팅을 사용해도 회사와 브랜딩이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기도 하고요. 그게 비록 속도는 느릴 수 있겠지만요. 그런 측면에선 김 마케터님에겐 제가 답답해 보일지도 모르겠네요.(웃음)

김 마케터 그래서 입사 후 최 CMO님과 일주일동안 마인드셋만 했어요. 어떻게 한 마인드로 같이 일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거죠. 나쁘게 말하면 세뇌과정이었죠.(웃음)

삼분의일 김용건 마케터(왼쪽)와 최정원 cmo. 사진: 서영길 기자

그럼 마케팅 기획 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요.

최 CMO 저희가 아직 1년밖에 안된 신생 스타트업이고 대중들에겐 ‘듣보(듣도 보도 못한) 브랜드’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앞서 얘기한 것처럼 가능한 한 저희를 신뢰할 수 있는 정보성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는 거고요. 또 창업과 동시에 브랜딩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삼분의일 브랜드 가치에 벗어나지 않는 마케팅 소구 방법도 계속 테스트 중이고요.

삼분의일이 어떤 브랜드로 인식되길 원하세요.

최 CMO 매트리스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수면 전문브랜드’로 인식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콘텐츠도 제품 판매만을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닌 수면과 관련해 고객들의 합리적인 제품 선택을 돕겠다는 것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거고요. 그런 면에서 섬세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죠.

김 마케터 저는 삼분의일이라는 말만 들어도 ‘쉼’이라는 기대감을 주는 것과 동시에 좀 더 가정적이고, 좀 더 따뜻한 브랜드가 되길 바라요.

브랜드 얘기는 이쯤에서…(웃음) 그나저나 회사 구성원들이 글을 잘 쓰시던데.

최 CMO 삼분의일 모든 콘텐츠의 근간은 ‘글빨’이라고 보면 돼요. 글이 모든 콘텐츠의 기본이라고 보는 거죠. 특히 매트리스는 사진이나 동영상만으로는 설명을 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또 글재주는 저희가 추구하는 정공법 마케팅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고요.

김 마케터 작은 조직이다 보니 브런치 같은 채널에 저희의 색깔이나 일하는 방식을 글로 풀어내며 대중과 소통하려는 측면도 있어요. 이 역시 브랜딩 과정의 일환이기도 하죠. 또 브랜딩 얘기를….(웃음)

결국 이런 소통을 통해 팬덤도 노리는 거죠.

최 CMO 브랜딩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죠?(웃음)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 기면증, 일이 너무 많아 못자는 모든 잠 못드는 분들이 저희의 팬덤이 됐으면 해요. 이런 팬덤을 바탕으로 수면을 위한 조명, 음악 큐레이션 등의 서비스도 마련해 정서적인 부분을 케어해 줄 수 있는 회사가 되길 바라는 거죠.

주 타깃이 ‘자부심을 가진 개발자’ ‘뭘 좀 아는 형’ 인데요.

최 CMO 이건 초기 타깃 고객층이었고요. 지금은 약간씩 수정되고 있어요. 사업 초기에는 정말로 분당에 사는 개발자분들이 주 타깃이었어요. 하지만 요새는 고객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우리 타깃은 이런 모델이다’라고 정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어요.

김 마케터 때문에 타깃 마케팅 소구 방법도 좀 수정해야 할 듯 하지만 그래도 정공법 기조는 유지하면서 약간의 톤앤매너만 바꾸는 수준으로 갈 듯 해요.

삼분의일은 홈페이지가 없나요. 채널도 페이스북 밖에 없던데.

최 CMO 홈페이지는 작년 9월쯤 나올 예정이었어요. 네이버 지식백과를 벤치마킹했죠. 근데 막상 90% 정도 진행되고 보니까 진짜 백과사전이 돼버렸어요. 수면과 관련한 정보는 확실하지만 아무도 안 들어올 것 같았죠.(웃음) 그러면서 몇 번을 뒤엎었고, 지금은 일반적 형태로 준비 중이에요.

김 마케터 보신대로 현재 운영되는 공식 채널은 페이스북밖에 없어요.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이달 중 오픈할 계획이고, 네이버 블로그도 점차 활성화 시키려해요. 당분간 이렇게 3개 채널만 그 색깔에 맞게 관리할 예정이에요.

그런데 페이스북 댓글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최 CMO 이건 저희가 잘못했다고 인정해야 할 부분 같네요. 페이스북을 통한 비판이나 비난 댓글에 대해선 응대를 못해드리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아직 응대 전략이 완벽히 정리가 되지 않았거든요. 악플도 달릴 수 있고, 쓴 소리도 다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악플을 위한 악플엔 대응을 하고 있죠. 해당 계정의 프로필에 들어가서 생성 된지 1시간도 안 된 사람이 달아놓은 악플은 감추고 있어요.

마케팅을 하며 타 업체 네거티브를 한다는 비판도 있어요.

최 CMO 나쁘게 보면 침대 업계를 향한 네거티브 전략일 수 있는데, 좋게 말하면 ‘이 업계에 이런 문제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공론화시킨 거라고 볼 수 있죠. 네거티브로 상대를 까면서 자기를 돋보이게 한다고 지적하는 분도 있지만, 저흰 이 말에는 동조할 수 없어요. 올바르지 않은 것에 대해 ‘이건 잘못된 거다’라고 말한 것이기에 그런 의미의 네거티브는 계속 할 거예요.

김 마케터 사실 지금껏 침대 업체들이 자사 매트리스 성능이 좋다고만 말하지 어떤 생각으로 이 제품을 만들었고,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고객들과 정확히 커뮤니케이션 하는 곳은 없었다고 봐요.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지만 정작 정보는 거의 없는 정보의 비대칭 구조인거죠. 그런 면에서 저희 커뮤니케이션은 굉장히 사려 깊고, 메시지에 충실하다고 생각해요.

삼분의일 김용건 마케터(왼쪽)와 최정원 cmo. 사진: 서영길 기자

매트리스 시장에서의 마케팅 한계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최 CMO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업체들이 많다보니 저희 것을 그대로 베끼는 일이 많아요. 알아보니 이쪽 업계에선 좀 잘된다 싶으면 카피캣 나오는 게 당연시되는 분위기더라고요. 제품 카피는 둘째 치고 저희 콘셉트나 콘텐츠를 그대로 가져가기도 하죠. 한 업체는 저희 FAQ를 똑같이 가져가기도 하고, 없던 매트리스 체험관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하고…. 그런걸 보면 ‘우리가 잘하고는 있나보네’하고 위안은 얻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고민은 돼요.

김 마케터 그래서 저희끼리는 브랜딩과 마케팅으로 전혀 다른 차원의 모습을 보여 차별화 하자는 걸로 결론 냈어요. 이건 따라할 수 없으니까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경쟁사를 꼽는다면.

최 CMO 글쎄요. 아직 뚜렷하게 경쟁사를 고민해 본적은 없어요. 대신 낯부끄러운 말이지만, 요즘엔 ‘좋아하는 브랜드가 뭐냐’고 누군가 물어보면 ‘삼분의일’이라고 지체 없이 대답하긴 해요.(웃음)

김 마케터 저희가 계속 정공법 마케팅을 논하고 교과서처럼 일한다고 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초등학교 도덕교과서’를 만든 곳을 저희 경쟁사로 꼽고 싶네요.(모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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