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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세편살’ 꿈꾸는 20대 향한 웃픈 마케팅
‘복세편살’ 꿈꾸는 20대 향한 웃픈 마케팅
  • 최예림·김지은 thepr@the-pr.co.kr
  • 승인 2018.11.09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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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스의 팀플노트] 대충대충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복잡한 세상,
뭘 해도 바쁘고 복잡한 세상, 20대들 사이에서 ‘대충 살자’ 모토가 놀이처럼 번지고 있다. 

[더피알=최예림·김지은] 지금의 20대는 어느 세대보다 바쁜 삶을 살고 있다. 학교수업과 과제, 알바로 휴일도 거의 없다. 거기에 틈틈이 자기계발도 해야 한다. 몸이 부지런한 만큼 마음은 지쳐 있다. 휴식을 필요로 하는 20대의 문화가 웃픈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대충 살자’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 ‘대충 살자.. 하우스 지붕에 누워서 자는 고양이처럼..’ ‘대충 살자.. 무단 횡단하는 진과 워커처럼..’ 같이 적절한 짤을 사용해 ‘~처럼 대충 살자’는 멘트를 덧붙이는 놀이다.

20대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은 신조어 ‘복세편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의 줄임말인 이 표현이 등장한 배경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예전에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여서 조금만 자존심을 굽히면 감옥에 갔다 온 사람도 취직을 시켜줬지만, 지금은 복잡한 세상을 감당하기 어려워 청년들이 단순하게 가지 않으면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온라인에서 유행하고 있는 '대충살자' 시리즈.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에서 유행하고 있는 '대충살자' 시리즈.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에서 유행하고 있는 '대충살자' 시리즈.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맥락에서 대충 살자 놀이 역시 청년들이 힘든 상황에서 웃긴 사진을 보며 취업 등의 복잡한 고민들을 잠시 내려놓으려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 더욱 끌린다

서점가에서는 열심히 사는 일상에서 조금은 쉬어 가도 된다는 위로를 전하는 책이 한창 봇물을 이룬다. 지친 청년들의 감성을 북돋아줘 입소문을 타면 확실한 매출까지 보장받는 까닭이다. 책 뿐만이 아니다. 대충 살고픈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일상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웹툰 ‘대학일기’는 다양한 제품과 콜라보레이션 및 PPL을 진행하며 영역을 확장했다. 하얗고 단순해서 언뜻 낙서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대학일기 캐릭터가 심미적으로 특별히 뛰어나진 않지만 1020에게 컬트적인 인기를 끌며 꾸준히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대충 살고픈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웹툰 '대학일기' 한 장면.
대충 살고픈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웹툰 '대학일기' 한 장면.

대학일기가 각광 받는 것은 B급 코드를 넘어 완벽하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기간에는 시험공부 빼고 다 재미있는 나’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를 외치는 나’ ‘대충 살고 싶은 나’ 등 바로 현재 1020이 모습이 담겨있다.

“인생은 아무 생각 없다 가도 어느 순간 고통에 직면해 있는 것… 마치 매달 나오는 핸드폰요금처럼”이란 웹툰 속 대사에서 전해지는 대학일기의 웃픈 개그 이미지가 기업들이 말을 걸고 있는 타깃 소비자들의 마음을 꿰뚫은 것이다.

이러한 삶의 태도를 더욱 극명히 보여준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LG생활건강의 세제 ‘피지’ 광고다. ‘LG 빡치게 하는 노래’라는 콘셉트로 공개돼 온라인상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발로 그린 듯한 애니메이션과 욕설이 등장하는 파격 광고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갑을관계의 부당함과 휴일 초과근무에 대한 속 시원한 이야기가 소비자들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빡치게 하는 노래’, LG라서 더 핫하다

휴일에도 억지로 일하지만 돈이 좋아서 열심히 일하는 웃픈 모습이 광고를 거부감 없이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단순히 자극적인 웃음 유발에만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스토리텔링이 젊은층의 마음을 연 바이럴 마케팅의 성공 사례이다.

공감은 빠지고 B급만 남은…

물론 젊은 시선으로 봤을 때 영 공감이 가지 않는 마케팅 전략도 있다. 2017년에 진행된 ‘G마켓의 하드캐리’ 광고는 엉성하고 촌스러운 동작의 코믹 안무를 선보이고 ‘G마켓에 와라, G마켓이 하드캐리’라는 징글을 반복했다.

분명 B급 이미지를 주제로 잡은 광고지만 다른 후크송 광고와 차별되지 않았다. 실제 광고를 본 주변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반복되는 노출이 지겹고 뭘 강조하려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끈 티몬의 ‘가지마’ 웹드라마 광고의 경우,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어린 시절의 풋사랑을 소재로 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관련기사: 부모세대 움직이는 십대들의 사랑

대학생 여수진(22) 씨는 “좋아하는 광고가 병맛 감성이지만 싫어하는 광고도 병맛 광고”라며 “B급 느낌을 살리려 무리한 것들을 끌고 오면 그 순간 가장 불편한 광고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윤지(22) 씨 역시 “마냥 웃기거나 완전 좋은 것처럼 단순히 포장만 해 놓은 광고는 개인적으로 신뢰감이 떨어진다”며 그런 광고는 가짜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앞서 G마켓 광고가 소비자들의 일상에 녹아드는 공감이 없었던 것처럼 맥락 없는 저퀄리티, 저급하고 단순하기만 한 것으로 20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그저 대충이 아니라, 삶의 아이러니를 녹여낸 공감할 수 있는 대충이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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