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인의 밥상] “음식은 좋은 미디어다”
[홍보인의 밥상] “음식은 좋은 미디어다”
  • 배기석 (thepr@the-pr.co.kr)
  • 승인 2020.01.2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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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석 현대자동차 홍보실 책임

‘홍보인의 밥상’은 일선 실무자들이 참여해 꾸려가는 릴레이식 코너입니다.

[더피알=배기석] 대학 시절 학교 홍보대사로 선발돼 활동했었다. 그때는 몰랐다. 졸업한 후에도 홍보 일을 계속 하게 될 줄은.

당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학교 홍보실에서 일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역할이 기업 홍보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문스크랩과 언론 모니터링, 취재 협조와 대학 홍보지 만들기 등을 했다.

일도 그렇지만 사람들 스타일도 기업 홍보실과 대체로 비슷했다. 홍보맨 이미지는 2004년 개봉한 영화 ‘홍반장’처럼 조직 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홍보맨은 어딜 가나 홍보맨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를 매개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점에서 홍보와 광고는 닮았지만, 광고하는 사람들은 ‘광고장이’라 불러도 ‘광고맨’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무엇이든 간에 문제가 생기면 척척 해결해야 하는 홍보맨들의 역할 때문일 것이다.

해결사 역할을 하려면 그만큼 다방면에 걸쳐 여러 지식과 풍부한 경험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미팅이 많은 홍보인들이 갖춰야 할 지식과 경험에는 툭 치기만 해도 줄줄 읊을 수 있는 주요 지역 맛집들도 포함될 것이다.

일이 끝나고 식사 시간이 되었을 때 ‘오늘 어디로 밥 먹으러 갈까’하고 머뭇거리거나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옆에 홍보인이 있다면 어떨까. 100% 일반화할 순 없지만 대체로 ‘믿고 먹는 조언자’ 역할을 잘 한다. 대학교 홍보실에서의 근무경험이 아직도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아 있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맛집과 음식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학생 시절 홍보실이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만든 사람은 홍보대사를 관리했던 주임 선생님이었다. 의례적으로 ‘오늘 뭐 먹으러 갈까’가 아니라 항상 기대감과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내가 알아낸 집 하나 있는데, 거기 한번 가볼래’하며 먼저 제안하는 스타일이었다.

활동하는 동안 같은 음식점을 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매번 새로운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의 머릿속에 수백 개의 맛집 리스트가 있으니 굳이 같은 곳을 갈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덕분에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불닭집을 남들보다 먼저 경험했으며, 커다란 하얀 접시에 주먹만한 양의 파스타 대신 뚝배기에 짜장면 곱배기 만큼의 양을 주는 뚝배기 파스타집,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카센타 포차 등 그 시절 음식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을 수 있었다.

좋은 곳을 알게 되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졸업한 지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건 단순히 맛집을 방문해서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그의 마음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로 나와 ‘직업 홍보인’이 되었을 때 나는 어땠을까. 출입기자, 직장동료, 거래처 사람 등 미팅 겸 식사할 시간이 참 많았지만,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음식점 찾는 것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서울의 맛집 100선이라는 책도 샀었다. 장소를 먼저 정하게 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기도 했다.

요즘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맛집 찾기가 더욱 쉬워졌다. 맛도 중요하지만 비주얼(프레젠테이션)도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먹는 행위에서 관계 맺는 의미로서 적절한 장소를 탐색하기에 용이해졌다는 의미다.

2020년대가 시작되는 첫 달이다. 올해는 최신 유행하는 맛집이나, 오래됐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맛집을 발 빠르게 찾아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내가 선택한 음식을 통해 그들에게 단순히 맛 그 이상으로 나의 진심과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전달해 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데 음식만큼 좋은 매개체(media)는 없다. 그렇기에  맛집과 함께 맛깔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잘만 하면 올해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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