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포털 뉴스 편집권 폐지’ 밀어붙인다면?
여당이 ‘포털 뉴스 편집권 폐지’ 밀어붙인다면?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6.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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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언론 개혁법안’에 포함, 법제화 추진 가능성 높아
신문법상 포털도 규제 대상, 강행시 따를 수밖에 없어
포털 측 “입장 표명 단계 아냐”
지난 1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회의. 뉴시스
지난 1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회의.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최근 언론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알고리즘 방식의 포털 뉴스 편집권 폐지 여부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의사를 강력하게 밝히고 있다. 포털사업자와의 공감대 형성 없이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겠지만, 여당이 맘먹고 법제화에 나선다면 포털 입장에서는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먼저 보면 좋은 기사: 네이버 알고리즘 걸림돌은 정치권?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는 지난 17일 열린 1차보고회의를 통해 송영길 대표에게 특위 진행경과를 보고했다. 여기에는 포털의 획일적 뉴스배치를 사용자에게 맡기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김승원 미디어특위 간사는 기자들과 만나 “포털이 갖고있는 편집권을 국민께 돌려드리고 국민들 본인이 원하는 언론사‧기자의 기사가 먼저 노출될수록 본인의 화면에 선택권을 드리자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송영길 대표도 이날 보고회의 인사말을 통해 포털 뉴스 편집권 폐지 필요성을 언급했다. 송 대표는 “언론인들 대부분 말은 못하지만 포털에 목을 매고 포털에 갑 횡포를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사람이 글을 써서 그것을 편집하면 논문 표절이라고 하는데 사실 네이버, 다음 같은 경우는 자기들이 직접 만든 기사도 아닌데 편집권을 통해 이것을 좌우한다는 것은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입장은 표면적으로 보면 이용자가 뉴스를 선택하는 구독시스템의 정착화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현재 인공지능을 통한 포털의 뉴스 알고리즘 배열 시스템을 없애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포털을 향해 뉴스배열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정치권의 기존 요구보다 톤이 한 단계 높아진 셈이다.

포털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의 적용대상인 인터넷뉴스사업자다. 신문법 제 10조를 보면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는 기사배열 기본방침이 독자 이익에 충실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기본방침과 기사배열 책임자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신문법상에 뉴스편집권 폐지를 명문화한다면 포털 입장에선 어쩔 도리가 없다.

시기를 못 박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의 이른바 3대 언론 개혁법안에 이 문제가 포함된 만큼 법제화 추진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현재 민주당은 총 300석 의석 중 174석을 차지하고 있다.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여야간 이견과 논쟁은 불가피하겠지만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충분히 법안 통과가 가능한 의석수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민주당이 마음먹을 경우 입법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여당은 아니지만 알고리즘을 통한 기사배열과 편집을 금지하는 법안도 이미 발의된 상태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의 김의겸 의원은 지난 15일 신문법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독자가 검색한 결과로 기사를 제공하거나 신문이 직접 배열한 기사를 제공하는 경우에만 인터넷뉴스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못박았다.

즉, 이용자 구독이나 언론사 직접 편집의 형태를 통해서만 포털이 뉴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추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법안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의겸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김승원 의원 등 9명의 여당 소속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네이버와 카카오(다음)는 사전 협의나 공감대 없는 뉴스 편집권 폐지 가능성에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카카오 PR팀 윤아현 매니저는 “사회적 합의의 내용과 방법, 일부 법안의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며 “향후 논의 과정에서 의견을 충실히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정책홍보실 김진규 실장도 “입장을 표명할 단계는 아니”라며 “현 단계에서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포털뉴스 관련 추진되고 있는 법에 대해서는 “법이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절차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컨센서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김 실장의 말대로 민주당도 포털 측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한 채 법제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문법상 규제를 받는다곤 하지만 포털은 엄연히 사기업인데다가 각 언론사의 다양한 이해관계와도 얽혀있는 대목이기 때문에 일방적 강행은 쉽지 않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김승원 의원은 17일 미디어특위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카카오, 네이버와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의 윤 매니저도 “(민주당에서) 정책에 대한 논의요청이 있을 때마다 (답변을) 드렸다”며 “알고리즘 관련 공청회에도 참여했고 (민주당이) 의견을 듣는 자리들이 계속 있었다”고 했다. 김진규 실장은 “지금은 (협의중인 게) 없다”면서도 “공청회 등 공식적인 자리에 참여해서 저희 의견은 말씀드리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양대 포털은 여당의 포털뉴스 편집권 폐지 방향과는 별개로 이용자의 뉴스선택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네이버의 모바일 뉴스는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고 이용자가 언론사를 선택해 구독하는 ‘언론사 편집’ 탭과 알고리즘 추천방식의 ‘MY뉴스’로 나뉘는데, 최근 언론사 숨김 기능이 추가되면서 MY뉴스에서도 이용자가 원하는 언론사 기사만 골라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네이버가 해당 기능을 발표한 시점이 민주당이 포털뉴스 편집권 폐지에 나서겠다고 한 다음날이었기 때문에 이를 두고 여러 정치적 해석들이 이어졌다.

김진규 실장은 “(MY뉴스 변화는) 정치권과는 관련없다”며 “CP(콘텐츠 제휴)사들에게는 이미 숨김기능에 대해 통보했다. 공식적으로 (민주당 회의) 앞서서 진행된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 측도 “(자체적으로 이미) 뉴스나 콘텐츠 구독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는 건 작년부터 언급했고 진행할 것”이라며 “이용자 선택권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포털 스스로 구독제 중심의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관찰하며 입법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며 “디지털뉴스서비스에 대한 법적 개입은 직접적인 통제보다는 이용자의 통제권과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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