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위기 아닌 ‘이슈’에도 당할까(1) 실패 반복되는 이유는…
왜 위기 아닌 ‘이슈’에도 당할까(1) 실패 반복되는 이유는…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22.04.19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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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이슈 관리, 성공 이유는 단순하지만 실패 이유는 제각각
이슈 시작 초기에 시도할수록 관리 성공 가능성 높아진다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더피알=정용민] 기업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종종 피치 못하게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 ‘이슈’다. 이슈라는 것은 위기로 정의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른 단계의 부정적 상황을 의미하나, 점진적으로 위기로 나아가게 되는 성격을 띤다.

이슈의 지속 기간은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수년에 걸칠 때도 있다. 때때로 이슈인 것으로 보였던 상황이 하나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때도 있다.

그러나 중대한 이슈의 경우 적절한 관리 실행이 없으면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현저하게 훼손시킨다. 쉽게 말하면 더 이상 기업이 사업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든다. 또 어떤 경우에는 사업의 유지 정도는 되겠지만 해당 이슈로 인해 입은 큰 데미지로 점차 성장동력이 소실돼 간다.

이렇게 중요한 이슈관리를 어떤 기업은 성공하고, 어떤 기업은 실패한다.

성공의 이유는 비교적 단순하다. 반면에 실패의 이유는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이슈관리에 실패한 많은 기업에게 어떤 공통적 증상이 있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실패를 경계하기 위한 사전 반면교사의 의미로 중요해 보인다. 다양한 이슈를 경험한 기업 중 실패한 기업은 어떤 이유로 인해 실패를 반복했을까?

첫째, 이슈관리가 장기전이라서 당한다.

위기관리는 단시간 내에 자사의 역량을 집중해서 의사결정하고 실행해 마무리 짓는 경향을 보인다.

위기 시에는 심각성이나 위급성을 사내에서 누구나 인지하게 된다. 긴장한 많은 임직원이 하나의 방향에 주목하기도 쉽다. 자신들이 현재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일정한 답이 있는 게임이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평소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온 기업에게는 답이 있다. 예산이나 인력 투입에 있어서도 우선순위가 있고, 조직적 지원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슈관리는 장기전이라 자사 역량 집중이 그리 쉽지 않다. 간헐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경영진이라도 지속적인 역량 투입은 주저한다. 언제 본격화될지도 모르고, 언제 끝나게 될지도 모르는 이슈에 계속해 수도꼭지를 틀어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한다.

임직원의 긴장도나 주목도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게다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관점이나 경험에 따라 분분하다. 답이 없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그리 정확하지 않다. 당연히 예산이나 인력 투입이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실패한 기업은 특정 이슈가 이슈 차원에서 머무르다 위기로 발화되는 흐름을 적절히 차단하지 못한다.

그런 기업 내에서는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있는가?” “아직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데, 우리가 나서서 떠들썩하게 관리하는 게 맞는 것인가?” “앞으로 많은 변수가 있는데, 이 상황이 우리에게 큰 데미지가 될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지 않나?” “이 이슈는 깨끗하게 해결되기 어려운 성격인데, 우리가 이슈관리를 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을까?” 같은 현실적 질문들이 돌아다닌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에는 평시 의사결정 라인에서 ‘두고 보자’ 등으로 이슈 대응의 기조가 귀결된다.

물론 이 대부분은 갑작스럽게 이슈가 위기의 성격을 띄며 폭발되면 “미리 이런 부분이라고 관리해 놓았으면 이 정도까지는 안 되었을 텐데” “그때 바로 관리를 했어야 하는 것이었네” “어차피 언젠가는 맞고 가야 하는 것이었으니 어쩔 수 있나”하는 사후담으로 이어진다.

로마의 작가 푸블릴리우스 시루스(Publilius Syrus)는 “강물을 가장 쉽게 건너는 방법은 강의 시작점에서 건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슈관리는 이슈 시작 초기에 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로 해석해 보자.

둘째, 대응 분야를 가르다가 실패한다.

이슈관리야말로 전사적 대응으로 ‘통합성’이 핵심이다. 물론 위기관리는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이슈관리에 있어서는 이상하게 대응 분야를 갈라치기식으로 논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이슈를 바라보며 정의할 때에 해당 이슈를 ‘언론 관련 이슈’ ‘소송 관련 이슈’ ‘대관 관련 이슈’ ‘노조 관련 이슈’ ‘소비자 관련 이슈’ 등으로 분류하고 대응 분야를 좁게 정의해 대응 담당을 나눠줘 버린다.

그러나 어떤 이슈도 순수하게 언론만, 소송만, 규제기관만, 노조만, 소비자만으로 제한되는 성격의 이슈는 없다. 만약 그렇게 제한되는 이슈라면 그것은 중대한 이슈일 가능성이 적다.

차라리 하나의 해프닝이나 컴플레인, 단기 갈등 수준으로 마무리된다. 문제는 중대한 이슈를 그렇게 단순히 바라보는 경우에 발생된다.

상당수 부정 이슈는 언론에서 규제기관으로 소비자로 국회로 소송으로 불규칙하게 연결된다. 마치 여러 겹 세워진 도미노 무더기처럼 속도가 붙으면 사방팔방 이해관계자들의 참전(參戰)이 이루어진다.

최초 해당 이슈가 언론 관련 이슈이기 때문에 홍보팀에서만 관리하라는 의사결정을 한 기업은 도미노 파도를 접하게 되면 바로 관리 동력이 상실된다. 어디에서 이 파도를 끊어 내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완전한 실패와 마주하게 된다.

이슈관리 분야, 담당 부서, 방식을 단순화하지 말아야 한다. 통합적으로 다양한 이슈 관련 부서들이 정기 대응 미팅을 하게 유도하는 것이 낫다.

실시간은 아니더라도 신속한 정보 및 상황 공유가 관련 담당자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홍보가 법무를 돕고, 법무가 대관을 지원하고, 노무가 홍보와 마주하게 해야 한다. 같이 진행하는 협진을 통해 아직은 잠재하고 있는 이슈를 따라가며 관리해 나가야 한다.

“나쁜 습관을 바꾸려 할 때 우리가 즉시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은 반대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가르지 말고, 통합해 보자. 조직적으로는 귀찮아도 그게 낫다.

셋째, 이슈관리에 승리와 패배가 있다고 보다 실패한다

기업 경영진의 이해관계자관(觀)은 중요하다. 자사가 전개하고 있는 사업 분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자를 일단 ‘적’으로 간주하고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 대부분 이슈관리는 실패하게 된다.

이슈관리는 기본적으로 승리와 패배의 게임이 아니다. 어떤 이해관계자든 자사가 때려 쳐부수어야 하는 원수 같은 이해관계자는 아니다. 이해관계에 있어 일정한 갈등이 있을 뿐, 그 이해관계자들은 절대 적이 아니다.

왜 위기 아닌 ‘이슈’에도 당할까(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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