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내린 '비상 & 긴급 보도 지침'
CEO가 내린 '비상 & 긴급 보도 지침'
  • 안홍진 (bushishi3@naver.com)
  • 승인 2022.08.29 0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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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진의 PR인 행복라운지] 거짓말, 보도 그리고 PR 코드(Code) (1)

더피알타임스=안홍진

현직에 있을 때 언론에 거짓말을 했던 부끄러운 개인사가 있습니다. 오너 일가 한 사람의 극단적 선택을 교통사고라고 숨겼던 사건입니다. 10일쯤 지나 언론 보도로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습니다.

출입기자단에 '공식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된 배경을 솔직하게 설명하며 인간적인 호소를 했습니다. 연이어 석고대죄를 하면서 조용히 지나갔지만 제게는 창피한 경험이었습니다. PR 책임자로서 큰 신뢰를 잃는 처사였지요. 왜 그런 거짓말을, 누구의 지시로 했는지 구차한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말 안 해도 추측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영국 존슨 총리가 '거짓말 게이트'에 책임을 지고 7월 7일 불명예 퇴진했습니다. 작년엔 프로야구 선수단이 방역수칙 위반을 숨기려다 언론에 거짓말이 탄로 나기도 했습니다. 한편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이미지에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전 정권에서 일어났던 정치 사건에 대해 해당 정치인,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사실이냐, 거짓말이냐'는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거짓말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하는 말입니다. 거짓말에는 진실의 은폐, 비틀기, 즉 왜곡, 허위 진술 등이 포함됩니다.

'N유업 발효유 B브랜드' 제품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효과성을 발표한 데 대해 질병관리청이 확인 안 된 사실이라는 우려 섞인 발표를 한 적이 있지요. 위 기업의 발표는 사실 왜곡이나 과장의 사례에 해당될 것 같습니다.

상사의 거짓말 지시, 어떻게 해야 할까?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떠한 경우에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진실은 모든 인간의 다른 사람에 대한 의무다"라고 했고, 지옥 사회도 서로 간의 믿음이 없다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악마들끼리는 서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가 가슴에 새기는 명언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 있고, 몇몇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에이브러햄 링컨이 한 말입니다.

거짓말을 하라는 지시를 받으면 어떤 심정이 될까요? 지시하는 권력자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오만함, 자신은 거짓말을 완벽히 해낼 수 있다는 착각, 직위를 걸고 지시를 거역하려는 용맹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바람에 휘청이는 갈대와 같은 마음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제 제 거짓말 스토리와 유사한 업무 상황을 접하신다면 '어떻게 하실지' 독자님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 내에서 거액의 횡령 사건이 일어났거나, 최고경영진이 도박을 했다거나 성추행을 했다고 가정합시다. 사실대로 알릴 경우 회사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하고 주가에도 악영향을 주는 사건입니다. 이때 고위 경영진이 언론에 부인하라는 지시를 내린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또는 회사 고위층 자녀가 만취 운전을 했는데 숨기라는 지시를 받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평소 고객님 회사 PR팀에서는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에 어떤 원칙과 윤리 코드(Ethic Code)를 갖고 계십니까?

사장님의 '긴급 보도 지침'! 

오래전 다니던 회사에 세무조사가 나왔습니다. CEO가 호출했습니다. 세무조사 사실을 알려주며 "언론에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취재가 오면 거짓말하라'는 것으로 해석해야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사장님에게 "그 지시는 이행하기 어렵습니다. 곧 어떻게든 알려집니다. 보도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곧 올리겠습니다"라고 설명해드리는 것은 왠지 무능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자신만만하게 사장님 방을 나섰습니다. 이 세상에 사장님과 나 단둘만 살고 있다는 순간의 착각으로 무장했던 것이지요.

그 당시에는 'PR팀원은 올바른 신념을 갖고 쓴 소리도 하며 반대 목소리도 내야 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상명하복 문화에 길들여진 저의 잘못이었습니다. 저도 그런 지시는 처음 받아봤으니까요.

일주일에 한 번씩 미디어 기자들이 돌아가며 "세무조사 나왔다는데 사실이냐?"고 문의해왔습니다. 물론 계속 부인했습니다. "재무팀도 아는 사람이 없다. 알아보겠다"고 하면서 사실을 숨기고 질질 끌었지요.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세무당국(공보팀)에서 일주일에 한 명씩 다른 매체 기자에게 릴레이식으로 세무조사 사실을 알린 것 같았습니다. 대기업 세무조사를 한 달 이상 하면서 조용히 끝나면 그 기업과 유착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니 세무조사(정기 세무조사든 특별 세무조사든)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결국 3주(20일) 정도 지나서, K신문사 취재와 세무당국의 확인으로 1단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디지털 혁명 시대엔 세무조사가 나왔는데 PR팀이 잡아뗐다간 신뢰를 잃으면서 더 크게 미디어로부터 보복당할 수 있습니다.

'PR팀은 모른 척하며 버티고 질질 끌다가 뒷수습을 잘하면 되는구나!' 이런 사례를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출입기자단과의 인간관계가 어떠냐에 달렸지만, 관계(Relation)가 안 좋으면 되로 주고 말로 받게 됩니다.

 

8월 30일 무료 기사 거짓말, 보도 그리고 PR 코드(Code) (2)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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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29 11:23:21
소름돋는 주제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벌써 2편이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