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정부 빠지고 예술가의 무대로만 승부하라
한류, 정부 빠지고 예술가의 무대로만 승부하라
  •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 승인 2012.03.23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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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대담]영국 특파원, 앤드류 새먼(Andrew Salmon)②

소통으로 몸살을 겪는 대한민국. 과연 한국에 있는 해외 특파원들은 한국의 소통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교류하고 대기업, 정부는 물론 한국의 폭 넓은 사회 문화를 다양하게 경험하고 또 취재 하고 있는 해외 특파원의 한국 소통 시계는 과연 어떤 시차가 있을까? 한국에서 14년간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영국 ‘The Times' 앤드류 새먼 기자를 만나 대한민국 소통 문제를 심도있게 들어봤다.


Q. 동서양간의 사고방식 차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The PR=(대담)주정환 국장 (정리)박주연 기자]  사실 사업이라는 것은 이익, 돈을 추구하는 것이고, 당연히 모든 외국 기업들은 한국에 돈 벌 것을 기대하고 옵니다. 외국 기업은 철저히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곧 좋은 소식인데, 한국에서는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을 반대로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봅니다.

서구 사회에서는 성과가 난 만큼 주주들에게 철저히 분배를 하기 때문에 성과를 내는 것을 반가워하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익이 주주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가기 보다는 윗선에서 많은 이익을 챙겨가는 비합리적인 구조에서 문제가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론스타가 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외국기업은 한국에 진출할 때 돈을 벌기에 좋고, 또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는데, 한국 현지의 생각은(한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들은) 돈만 챙겨가는 나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구식적인 사고방식이 북한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굉장히 이념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좌익이냐 우익이냐’만을 놓고 구분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굉장히 세련되지 못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에 계속 당근만 주고 채찍은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MB는 반대로 채찍만 주고 당근은 전혀 주지 않았습니다. 사실 나귀를 움직이게 하려면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이분법적인 사고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진다


Q. ‘한국식’이 가진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또 글로벌 비즈니스 측면에서 한국식을 개선할 점이 있다면요.

영국과 한국을 비교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이 두 국가는 매우 상반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영국보다 훨씬 역동적입니다. 한국은 무엇을 계획하면 하면 바로 실행으로 이어지는, 상명하달식의 구조가 뚜렷합니다.

그래서인지 생산적인 측면에 있어서 굉장히 강합니다. 국가적 차원의 야망이 굉장히 높아서 목표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현상에는 제가 보기에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일본을 이기고자 하는 마음과 또 하나는 북한이라는 존재를 극복해야 할 과제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영국은 완전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반 시설이나 하드웨어적 부분에 있어서 영국은 절망적입니다. 무언가를 추진하고 만들 때 너무 민주적인 나머지, 서로 의견만 오가다 흐지부지 되고 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또 한국이 갖고 있는 국가적 차원의 미션 같은 것이 별로 없습니다.

영국은 어떤 모습의 국가가 되고자 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 아프가니스탄 등 지역에 굉장히 적극적입니다. 영국도 그렇게 되고 싶은 것인가? 그것도 아닙니다. 또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삶을 즐기는 스타일인가? 한국이나 독일처럼 생산에 강한 나라가 될 것인가? 그것도 아닙니다. 계속해서 미래로 발전할 그런 가능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리더십이 굉장히 명백하기 때문에 한국이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영국도 장점은 있습니다. 우선 높은 교육 수준을 갖고 있습니다. 또 영국 매체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도도 굉장히 높습니다. 전통적인 미를 계속 간직하려고 노력한다는 점도 한국과 다른 점입니다.

영국에서는 법적으로 100년 이상이 된 집에서는 아무것도 고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한옥을 모두 때려 부수고 새로운 것을 지으려고 합니다.(웃음)

Q. 한국과 영국을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영국에 가면 사실 그렇게 예쁜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외모가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표면, 외적인 모습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좋은 점도 있지만, 발전만을 추구하다보니 생기는 부정적인 결과도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 그 경쟁심이 한국 미래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만을 위해서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또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서만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크게 좌절할 수 있습니다.

10년이나 20년 전에 비하면 한국은 오히려 점점 더 살기가 힘들어 지고 있습니다. 아마 다음 세대는 더욱 살기가 힘들어 질 겁니다. 이런 과정은 영국도 이미 거친 과정입니다. 영국에서 가장 부유했던 세대는 제 부모의 세대입니다. 부유한 세대의 정점은 이미 지나갔고, 그 자식 세대는 점점 살기가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대학 교육도 받지 못했고 오히려 제 세대가 더 교육을 잘 받았음에도 나의 부모님은 영국과 프랑스에 집을 세 채나 갖고 있을 정도로 부유합니다. 심지어 어머니는 평생 일을 하지 않고 아버지만 돈을 벌었음에도 그 정도의 부를 쌓은 것입니다.

60, 70년대에는 직업만 있으면 돈을 벌고 저축을 해서 좋은 집에서 살아갈 수 있었는데, 저를 비롯한 형제들은 훨씬 교육을 많이 받았음에도 그 정도의 부를 쌓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형님 부부의 경우 맞벌이인데도 부모님이 번 돈의 반도 벌지 못했습니다.

한국도 이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굉장히 우울한 이야기지만, 금리 조차도 예전에 비하면 굉장히 낮지 않습니까? 저축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은 젊은 세대들에게 굉장히 힘든 현실입니다. 앞으로 점점 더 살기가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한류, 정부는 빠지고 오직 예술가의 무대로만 승부하라


Q. 한국의 효자 상품인 ‘K팝’과 한류를 어떻게 보십니까.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한국의 팝뮤직이 너무, 너무 싫습니다. 잘 교육받은 모든 외국인 친구들은 저와 똑같은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는 매우 잘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K 팝 음악은 최악입니다.(웃음) 분명히 아시아에서는 한류가 인기가 많습니다.

또 남미나 중동 지역에서도 점차 인기를 얻고 있는데, 서유럽이나 좀 더 발전된 문화권에서 정말로 인기가 있느냐,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한국 팝뮤직은 너무 세련되지 못합니다. 그 원리들이 굉장히 단순하고 너무 빤히 보이는 수준입니다.

또 그 콘셉들도 수준이 너무 낮고요. 하지만 그것을 만들어내는 실행능력은 대단합니다. 콘텐츠를 멋지고 예쁘게 보이게끔 하는 것은 뛰어나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은 전혀 없다는 겁니다. 흥분시키는 요소가 없다는 거죠.

또 제가 한류에서 가장 흥미롭게 보는 점은 정부의 서포트와 개입이 없이 대외적으로 성공한 첫 번째 사업이라는 점입니다. 초기 한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지 정부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성공시킨 한류에 이제 와서 정부가 어떻게든 묻어가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굉장히 어이없고 웃기는 일입니다. 정부부처나 NGO들이 갑자기 한류에 관여하고 싶어한다는 것, 또 한류를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본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번은 한국의 해외 문화 정보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한 적이 있는데, 유명 한류 가수를 배출한 한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가 나와서 세종대왕이 어떻게 한글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다면서, 자신들의 유튜브 사이트에 링크로 올려 이를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하더군요.(웃음)

도대체 케이팝과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비틀즈가 미국에 가서 우리가 셰익스피어에 대해 가르쳐주겠다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뮤지션은 그들의 수준 높은 음악을 보여주는 것이면 그대로 충분합니다.

Q. 그렇다면 한류의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까요.

관련 없는 기관이나 사람들은 아무것도 간섭하지 않으면 됩니다.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빠지고 오직 예술가의 무대로만 승부해야 성공합니다. 롤링스톤즈가 미국에 가서 공연을 하는데 영국 수상이 와서 롤링스톤즈에게 잘했다고 칭찬하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정부 관료들이 원더걸스의 무대에 가서 잘했다고 칭찬하고 악수하고 사진 찍고 하는 일이 있지 않습니까. 서구와 아시아의 문화적 차이이기도 하지만 웃긴 일입니다.

Q. ‘김치’에 대한 칼럼을 쓴 것으로 압니다. 다양한 한류 상품을 국제적인 무대에서 소통의 채널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프랑스 요리부터 이탈리아, 중국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이 세계화가 된 과정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들이 유행하게 된 과정을 보면 각국의 정부가 전혀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이탈리아 음식은 마피아에 의해서 퍼졌습니다.

할리우드에서 1910, 1920년대에 이탈리아 음식점을 운영한 것이 시초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사람들이 영감을 얻어서 시작한 것입니다. 1930년에 영국에는 금주령이 있었는데, 이탈리아의 마피아 알 카포네가 불법적으로 술을 유통시켰습니다. 술을 마시고 싶으면 이탈리아 음식점을 가야 했던 것입니다. 그 계기로 이탈리아 음식이 미국 전역에 퍼지게 된 것이고, 그것이 세계화로 이어졌습니다.

중국음식과 인도 음식은 또 다른 방식으로 알려졌습니다. 많은 중국, 인도인들이 이민을 가고 영국, 미국인들과 어울려 살면서 퍼지게 됐습니다. 영국, 미국인들은 인도, 중국과 같은 새로운 국가의 음식에 대해 냄새를 맡아보고 흥미를 가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정통 인도, 중국 음식은 사실 서양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들 입맛에 맞게 음식을 조금씩 변형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꼭 진정한 한국 음식만을 소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고 ‘핫’한 한국 음식이 사실은 한국 음식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LA에서 개발된 퓨전 음식인 ‘LA 타코’입니다.

멕시칸 음식인 타코에 한국 음식 재료를 넣은 것입니다. 세계 전역에서 아주 인기가 많습니다. 결국 답은 퓨전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에서 한국 음식을 프로모션하는 것을 보면, 정말 비싸고 고급스러운 전통 한정식을 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런 것이 외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 19세기에는 문화가 탑다운(top-down)으로 위에서 아래로 퍼지는 형식이었지만, 팝 컬처로 대표되는 현대 문화는 역으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문화입니다. 특히 음식 문화는 항상 보텀업(bottom-up) 문화였습니다. 또 재즈, 블루스 등 음악과 패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김치타코, 갈비타코도 서민적인 음식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문제점을 두 가지로 요약하자면 어떻게 상업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서양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겁니다.(계속)


※앤드류 새먼(Andrew Salmon)은...

영국 출신의 프리랜서 기자다. 14년간 서울에 살며 미국 포브스지와 워싱턴 타임스,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 데일리텔레그래프 등에서 한국 관련 기사를 담당하고 있다.

또 조선일보, 코리아 타임즈, 연합뉴스 등에 고정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저널리스트다. 그는 한국의 문화, 비즈니스, 역사 등에 한국인 보다 더 통찰력있는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한국전쟁을 다룬 ‘마지막 총알’(영국 오럼 출판사)을 펴내기도 했다. <To the Last Round>는 ‘The Best Military Book of 2009’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0년에는 한국 전쟁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회의사당에서 한류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또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추천한 한국 관련 책 Top 10에 들기도 했다. 앤드류 새먼은 한국 여성과 결혼해 중학생 예쁜 딸을 두고 맥주와 막걸리라는 이름의 고양이 두 마리도 키우며 서울 도심에서 살고 있는 한국 아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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