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자로 즐기는 문학 ‘트위터러처’
140자로 즐기는 문학 ‘트위터러처’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2.06.0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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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의 만남…디지털 놀이문화로 확산

[The PR=이동익 기자] SNS의 사회적 영향력이 트렌드를 넘어 새로운 문화를 생성하기에 이르렀다. SNS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트위터 등을 통해 문학 작품이 확산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SNS가 이제는 예술 작품의 생산과 유통까지 돕고 있는 것.

▲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sns는 최근 문화콘텐츠와 연계해 새로운 컬쳐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2009년 미국 시카고대학 재학생인 에메트 렌신과 알렉스 에시먼은 트위터(twitter)와 문학(literature)을 하나로 합친 ‘트위터러처(Twitterature, 트위터문학)’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이들은 단테, 세익스피어 등 문호들이 쓴 작품을 140자 이내의 글자로 압축해 ‘트위터로 다시 쓴 세계 명작’이라는 부제로 책을 출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설가 이외수씨가 트위터 묵상집 <아볼류시볼류>와 함께 최근 자신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모아 산문집 <절대강자>를 펴냈다. 소설가 은희경, 정이현, 시인 이병률 등도 문학단상을 트위터에 올린다. 문학이 지닌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SNS가 만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트위터러처로는 ‘문학 봇(bot)’이 꼽힌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글을 정해진 시간마다 자동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기능을 봇이라고 한다. 자동인형을 뜻하는 로봇에서 따온 말로, 트윗봇 사이트를 이용하면 이 기능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문학 봇은 이런 봇 기능을 활용해 특정 문학 작품을 팔로어에게 자동 발송하는 트위터다. 최근엔 팔로어 1만 명이 넘는 트위터가 등장할 정도로 문학 봇이 인기를 끌고 있다.

SNS의 진화는 어디까지?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기술의 만남인 ‘트위터러처’ 형태의 새로운 문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러처 외에도 SNS를 활용한 다양한 실험이 전개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리틀리 스콧이 제작한 영화 ‘라이프 인 어 데이(Life in A Day)’. 이 영화는 유튜브를 통해 197개국에서 올린 8만여 개의 동영상을 편집해 만들었다. 지난해 5월 런던에서는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트위터 시 짓기 대회가 열렸다. 지하철 출근길에 시를 써서 행사 주최 측에 전송하면 그 시를 런던의 지하철역 전광판에 전시하고, 최우수작을 뽑아 시상도 했다.

한국에서는 파워 트위터리언을 활용한 광고도 등장했다. 140여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이외수씨는 지난해 5월부터 BBQ치킨을 홍보하는 트윗 메시지를 남겼다. BBQ치킨은 트위터 홍보로 상승되는 매출의 1%와 매월 1000만원을 지급하는 광고를 해왔다. 이외수씨를 활용한 광고 파급효과는 대단했다. 그가 BBQ치킨에 대해 한 문장 써서 트윗을 남기는 순간, 144만여 명에게 ‘즉시’ 퍼져나갔다. 공지영씨가 리트윗하면 팔로어 45만명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에 ‘즉시’ 전달된다. 작가 한 명의 글이 웬만한 일간지의 전파력을 뛰어 넘는 것이다. 이들에게 미디어는 메시지이며, 이 메시지는 수용자들을 자극시켜 행동하게 만든다.

공감의 힘과 사적인 대화로 다가가야

이처럼 SNS와 문학이 결합해 새로운 문화를 생성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는 “지금까지 독자들은 작품을 통해 작가를 만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SNS를 통해 작가와 일대일로 사적인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독자들은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작가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즉각적으로 대화하며 ‘위안’과 ‘쉼’을 얻는다. 팔로어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영향력이 높은 작가들에게 위로와 저항이 필요한 곳에 대한 정보를 리트윗 해 달라고 계속 요구한다. 이들이 약자 곁에서 사회악에 대항하는 슈퍼맨 같은 영웅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독자는 작가를 통해 위안을 얻고자 하고, 작가는 자기 글의 영향력을 통해 독자들과 직접 만나고픈 심리가 작용해 트위터러처라는 새로운 문화의 장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SNS는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정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디지털 인문학 교실”이라고 강조하며 기업 SNS도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통의 언어로 다가갈 것을 주문했다. 소셜미디어 담당자들이 SNS 내에서 고객들과 ‘사적인 대화’를 나눠야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일대일로 친구와 대화하듯이 문화콘텐츠를 활용해 음악이나 책, 어제 본 드라마 이야기 등으로 공감을 이끌어내 먼저 친구가 돼야 지속적으로 기업 SNS를 찾는다”고 조언했다.

트위터러처가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형성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든 예술은 사회적 변화에 따라 그 형태가 변합니다. 트위터는 140자 내의 짧은 글을 써야하기에, 내용을 응축시키는 과정에서 강조, 과장, 은유, 풍자, 유머 등 다양한 표현기법이 나타나죠.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놀이 문화가 형성된 것 같아요. 또, 독자들은 지금까지 작가와 일대일로 대화할 기회가 없었잖아요. SNS를 통해 만나고 싶었던 작가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재미있는 상황이지요.

많은 기업들이 SNS를 통해 기업을 알리고자 합니다. 고객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일방적인 마케팅, 길이가 긴 PR메시지를 받는 것이죠. 제가 볼 때 기업의 SNS를 운영하는 담당자들은 계속해서 메시지를 올려야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그런지 여유가 없어 보여요. 그들이 올리는 판매목적이 깊게 담긴 글들을 보면 블록(Block)하거나, 친구관계를 끊고 싶죠. 왜냐하면 일방적인 스팸에 짜증나고 피곤하게 되니까요. 일단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어요. 기업SNS는 일방적인 홍보의 장이 아니라, 정보를 나누는 ‘공감의 장’이 되어야해요. 사람들이 즐겨 놀 수 있는 공감놀이터로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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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교 교수는…
팔로어 2만2000여명으로 트위터 평론가 부문 1위로 기록돼 있는 트위터리언으로 시인, 문학평론가다. 1996년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교수로 임용돼 10년간 강의했고, 현재는 숙명여대 교양교육원 교수로 있다. 시집 ‘씨앗/통조림’, 평론집 ‘한일쿨투라’ ‘이찬과 한국근대문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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