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의 전쟁 선포한 중국
물과의 전쟁 선포한 중국
  • 더피알 (thepr@the-pr.co.kr)
  • 승인 2012.08.1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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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지독한 가뭄이 계속될 때에는 갈라진 땅보다 농부들의 가슴이 더 갈라지고 있음을 생각하면서 가슴이 아렸었다. 이제 장마 전선이 북상하면서 또 다시 물난리 걱정이 드는 것을 보면 과연 물을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지배한다는 말에 실감이 난다. 과연 물과의 전쟁은 동서양과 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물을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중국의 역사에서 태평성대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시절이 있다. 요순지절(堯舜之節)이라고 하여 후세의 사람들이 늘 동경하는 전설의 시대이다. 이 같은 이상적인 시대에도 물을 다스리는 치수는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타들어 가는 가뭄과 대홍수로 인한 하천의 범람은 태평성대라고 하여 피해가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천자였던 순은 곤이라는 신하에게 치수의 임무를 맡겼지만 그는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 그러자 순은 그의 죄를 물어 곤을 유배 보내고, 그의 아들 우에게 곤의 일을 계속하도록 지시했는데 우는 쉬지도 않고 치수 공사에 전념해 마침내 그 결실을 보게 된다. 치수 공사를 하는 13년 동안 그는 자기 집 앞을 지나면서도 정작 안으로는 한 발짝도 들여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순은 우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하여 우여곡절 끝에 우가 천자로 등극하는데, 그가 기록상 최초의 중국 고대 왕조인 하나라 시조 우왕이다. 물을 다스려 천하를 얻은 것이다.

▲ 남수북조 프로젝트 공사 현장.

중국의 최대 현안, 물 확보

중국에는 1호 문건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이 공동으로 당해 연도에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를 대국민 담화문 형식으로 발표하는 문서이다. 따라서 1호 문건의 내용을 통해 그 해 중국의 가장 중요한 국정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9번을 연속으로 삼농(농업·농촌·농민)문제 해결을 한해의 핵심 이슈로 선정했다. 2012년 1호 문건에는 특히 농업기술 혁신과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에 핵심을 두었다. 인구대국인 중국이기에, 먹고 사는 것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없다는 얘기이다.

‘물 문제’는 삼농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농업 발전을 위해서는 수리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당정은 수리시스템을 확충하는 것이 경제, 생태, 국가 안전에 직결된다며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여기엔 양쯔강 물줄기를 물 부족에 시달리는 중국 북부지역으로 돌리는 소위 ‘남수북조’프로젝트가 있다.

자원 확보를 위한 중국의 대형 프로젝트

중국은 땅이 넓은 나라이다. 땅이 넓다는 것은 한 쪽이 가뭄에 타 들어 갈 때 다른 한 쪽은 홍수가 나고 있다는 얘기이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대평원이 있는가 하면 오직 산과 계곡만이 존재하는 척박한 지역도 있다. 한 쪽은 넘쳐 나는데 다른 한 쪽은 아예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온 힘을 기울여 왔다.

그것이 서기동수와 서전동송 그리고 남수북조들이다. 말 그대로 서기동수는 서쪽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동부 해안 지역으로 수송해 오는 것이고, 서전동송은 서부의 전기를 동부지방으로 끌어오는 프로젝트다.

남수북조는 남쪽의 물을 북쪽으로 가져 오는 사업으로 남북간의 수자원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 1950년대부터 추진해온 국책 사업이다. 중국의 수자원 총량은 약 2조 8천억 입방미터로 세계 6위권이지만 대부분 남방에 치중되어 있다. 양쯔강 유역을 비롯한 남부지역이 중국 하천 유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10%대에 불과한 황허 등 북부 지역은 해마다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남선북마’라는 말은 여기에서 생겼다.

그리하여 양쯔강의 물을 황허로 끌어 들이기 위해 동·서의 3개 노선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동선은 2002년 12월에 착공했다. 총길이 1,150km로 북쪽으로는 황허를 넘고 동쪽으로는 산둥성의 옌타이(煙台:연태)와 웨이하이(威海:위해)로 물을 수송한다. 중선은 2003년 1월 착공한 총길이 1,246km의 공사로 베이징(北京:북경)과 톈진(天津:천진)을 향한다. 이를 위해 2007년7월 황허 밑으로 2개의 터널을 뚫는 공사가 착공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길이 4,250m, 지름 7m의 세계 최대 하저터널이다.

2010년 착공한 서선 공사는 양쯔강 상류의 물을 칭하이성(靑海省:청해성)등 가뭄에 시달리는 서북의 6개 지방으로 끌어 들이는 공정이다. 이 3개 노선이 완공되면 동선을 통해 148억, 중선 130억, 서선 170억 입방미터를 운송하여 연평균 448억 입방미터의 물이 남에서 북으로 흘러간다고 한다.

물을 다스린 우임금이 천하를 얻었다함은 그만큼 중국의 물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세계적 수준의 ‘인공강우’ 기술도 중국 물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환경 문제로 ‘4대강 사업’을 걱정하는 우리는 중국에 비하면 훨씬 행복하다. 결국 13억의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대륙을 경영한다는 것은 실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함기수

세계화전략연구소 객원교수(중국전문가)
前 SK네트웍스 홍보팀장 / 중국 본부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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