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광고 효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은행광고 효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2.10.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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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 발표에 은행업계 ‘시큰둥’
…“모델료만 놓고 효과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

[The PR=강미혜 기자] 지난 15일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이 발표한 은행 광고 모델료와 광고 효과의 상관관계 결과를 두고 업계 뒷말이 무성하다. 광고효과를 단순히 모델료만 가지고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다분히 억지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 최근 1년간 금융사별 광고모델 및 광고모델료

김 의원은 이날 시중 은행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최근 1년간 광고 모델료과 해당 광고에 대한 효과를 조사,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승기-김연아를 내세워 가장 비싼 모델료(연 17억원)를 지불하고도 광고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인 송해를 3억원에 기용한 IBK기업은행 광고인지도에 크게 밀렸던 것.

반면 기업은행은 국민은행의 5분의 1도 안 되는 모델료를 지불했지만, 지난 8월 리서치회사 밀워드브라운이 조사한 광고 최초 상기도에서 44.3%(2012년 7월 기준)를 기록하며 국민은행(23.9%)을 20%p 이상 앞질렀다. 최초 상기도는 ‘은행광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광고를 말한다.

▲ ibk기업은행은 방송인 송해를 3억원에 모델로 기용, 여타 시중 은행에 비해 광고인지도에서 크게 선전했다.

다른 시중 은행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한은행의 경우 연 1억5000만원에 음악인 박칼린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최초 상기도에서 13.5%를 보였는데, 이는 7억5000만원들 들여 장동건을 모델로 쓴 우리은행(3.0%)을 10%p 가량 상회하는 결과였다.

결국 은행들의 모델료와 광고효과는 비례하지 않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비효율적인 광고 전략을 구사하는 은행들의 관행을 개선시켜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작 은행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무엇보다도 이번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광고효과를 따질 때 어떻게 모델료 하나만을 가지고 단순화시켜 책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모델료, 국민>농협>외환>우리>하나은행 순
…광고효과는 기업>국민>신한>우리>시티은행 순

업계 한 관계자는 “광고효과는 매체 집행 횟수와 조사 기간 등의 변수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 해석이 가능한데, 이런 고려 없이 특정기간(7월)에 진행된 최초 상기도 조사 결과 하나만을 놓고 광고 효과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광고료로 가장 돈을 많이 들이고도 가장 효과는 적다고 지목된 국민은행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 이승기-김연아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kb국민은행 광고.
국민은행 관계자는 “우리와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은행 송해 광고의 경우 작년부터 TV광고를 시작해 지금까지 내보내고 있다. 이에 비해 국민은행은 작년 11월에 광고를 시작해 올 1월까지 3개월만 광고를 집행했다”며 “매체 광고 집행 기간이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모델료만으로 광고 효과의 크고 작음을 판단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광고 집행 시점도 고려 항목에서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이 1월까지 광고를 내보낸 것과 달리 기업은행은 지금도 계속해서 TV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광고 노출도에 의해 친밀도와 인지도가 당연히 차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밀워드브라운이라는 회사에서 7월에 광고 인지도를 조사했다고 하는데, 그 기간 동안 계속 몇 십억씩 비용을 들여 광고를 집행한 회사(기업은행)와 수개월 전에 이미 광고를 접은 회사(국민은행)와 어떻게 동일하게 평가될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오히려 광고를 선보인지 6~7개월이나 지났는데도 국민은행의 광고가 최초 상기도에서 24%나 나왔다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업계 “매체 집행 기간, 횟수 등 중요 변수 고려 안돼”

우리은행 역시 광고효과 부문에서 4위에 올랐다는 이번 결과에 대해 불편해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광고 노출 빈도는 효과 측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항목인데 이 점을 쏙 빼놓았다”고 지적하며 “조사결과가 언짢긴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경우 공적 자금을 투입 받은 은행이라 광고 집행 횟수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 뒤, “기업은행 송해 광고는 워낙에 많이 하는데 우리은행 장동건 광고는 일주일에 딱 한 번 TV에 나온다”며 “당장 피부에 와 닿는 건 자주 보는 광고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은행들의 이같은 볼멘소리에 광고업계도 어느 정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광고라고 하는 건 기본적으로 개별 기업의 목적에 따라 여러 요소를 고려해 각기 달리 전략을 가져가는 것인데, 이를 일률적인 잣대로 들이대 잘했다 못했다를 비교 평가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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