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달러 준다고 해도 안팔던 그루폰, 결국…
60억달러 준다고 해도 안팔던 그루폰, 결국…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2.11.30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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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80% 급락, CEO 교체…출혈 경쟁과 매출부진으로 최악의 위기 맞아

[The PR=이동익 기자] 소셜미디어의 인기로 최근 몇 년간 가장 핫한 서비스로 떠올랐던 소셜커머스의 원조인 미국 그루폰이 주가 폭락과 성장 둔화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 최근 주가폭락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그루폰 (사진은 미국 그루폰 홈페이지 캡쳐)

시카고의 작은 웹 서비스로 시작한 그루폰은 지난 2008년 11월 온라인 공동구매 할인판매 방식인 지금의 소셜커머스를 최초로 도입해 1년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1월엔 기업가치가 130억달러(약 13조원)에 평가받을 정도로 시장의 큰 기대속에 미국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당시 구글의 60억달러 인수 제안으로 기대치가 과대 포장한 면도 있지만,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인기를 힘입어 가장 기대되는 사업모델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그루폰 주가는 지난 28일 기준 무려 80%나 폭락한 4.26달러(약 4600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전 공모가 20달러였음을 감안하면 기업 근간이 흔들리는 시장퇴출 수준이다. 그루폰의 이같은 끝없는 추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루폰 위기 “낮은 진입 장벽과 유럽 경제위기 탓”

포브스, WSJ 등 주요 외신들은 그루폰의 추락 요인을 쿠폰 서비스의 부작용, 서비스 신뢰도 저하, 낮은 진입 장벽 등으로 보고 있다.

먼저, 포브스는 그루폰의 데일리딜(daily deal) 모델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루폰은 기존 온라인 쇼핑몰처럼 자체 제작하는 상품 없이 수수료를 기반으로 하는 유통업 서비스다. 때문에 여러 외적인 요인에 의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그루폰의 최고경영자(CEO) 앤드루 메이슨은 “그루폰의 미국내 사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해외사업 실적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유럽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빠른 성장을 위해 유럽 지역의 쿠폰 할인율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이마저도 유럽 금융위기 때문에 신통치 않다.

WSJ도 그루폰의 위기에 대해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분석했다. 낮은 진입 장벽에 따른 치열한 경쟁과 세계 경제 위기를 주요 위기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소셜커머스의 낮은 진입 장벽은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며 매출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구글, 아마존, 야후 등 대형 사이트들이 그루폰의 비즈니스 모델과 똑같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고, 리빙소셜 등 강력한 후발 주자가 생겨난 것도 골치다. 차별화 요인을 찾지 못하고 경쟁만 치열해지면서, 시장 확대보다 기존 주력 사업자의 시장을 빼앗아야하는 레드오션으로 변모해버린 것이다.

그루폰은 이에 ‘그루폰 상품’이라는 카테고리를 신설해 직접 소비재 판매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신규 소비자 유입 동력이 약해 수익률이 낮다. 대형 사이트들이 즐비한 탓에 그루폰에 유입되는 순방문객 수가 현저하게 적다.

유럽 경재 위기도 그루폰을 어렵게 하고 있는 요인이다. 올해 3분기 유럽과 북미 시장의 매출을 비교해보면, 북미 지역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80% 급증했지만 유럽은 오히려 매출이 감소했다. 북미 이외의 시장은 매출 상승이 10%이하에 그쳐 유럽발 금융위기가 그루폰의 위기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다.

▲ 그루폰 주가폭락의 원인을 분석한 포브스 해당 기사 캡쳐

소셜커머스, 시장초기 내세운 반값 할인으로 위기 자초해

전문가들은 그루폰 주가폭락으로 촉발된 소셜커머스의 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장 초기 성장 동력이었던 반값 할인 정책의 저렴한 공동구매 방식 때문이라는 시각이 높다.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제품을 싸게 이용하려고만 하지, 이용 후 해당 상품을 제 값에 재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업체 측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 저렴한 상품을 계속 공급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재구매 없는 단발성 이벤트 서비스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소셜커머스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 하락도 문제다. 이는 국내 소셜커머스에도 비일비재하게 나타난 것으로 제품의 질이 떨어지거나, 가품이 판매되거나, 환불이 안 되는 등 소비자 피해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소셜커머스의 위기가 수면 위에 떠오르자, 업계 스스로도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최근 그루폰은 판매·영업·마케팅 사업부에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판매직을 80개 이상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고,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이하 티몬)도 지난 5월말, 기존 PC를 통한 결제 방식에서 탈피한 USB를 통한 자체 결제 자동화 시스템인 티몬클릭을 구축했다.

티몬은 데이터 확보와 전산화를 통해 이용자 통계를 확보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주요 거래처들에게 홍보하며 월정액 요금을 받고 시스템을 설치해주고 있지만, 아직은 일부 업체만 설치된 상태다.

‘소셜’보다 ‘커머스’에 집중한 결과…“이용자 신뢰회복이 관건”

최근 몇 년간 각광받던 소셜커머스가 위기에 휩싸인 이유에 대해 성균관대 인터렉션사이언스과 신동희 교수는 ‘소셜’보다는 ‘커머스’에 집중해 이용자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소셜커머스가 오픈마켓이다 보니 시장진입이 급격히 낮아 경쟁이 과열됐다”며 “파이는 제한되어 있는데 이를 수많은 업체들이 나눠 먹으려고 하니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출혈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현재 소셜커머스는 막다른 골목에 와있다”며 “이용자들의 서비스에 대한 불만 축적과 경험 공유로 인해 소셜커머스의 최대 매력인 반값할인도 신통치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신 교수는 소셜커머스 시장이 사장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내 소셜커머스의 양대산맥인 티몬과 쿠팡이 선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기에 한동안 어려움은 계속되겠지만 시장은 유지될 것”이라며 “이용자들이 서비스 불만에도 불구하고 소셜커머스에 대한 구매욕구가 남아있기 때문에 모바일시장에 대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게 된다면 돌파구는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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