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새싹을 틔우려는 당신에게
봄, 새싹을 틔우려는 당신에게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03.22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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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먹거리를 내 손으로…텃밭농사에 도전하자!

[더피알=이슬기 기자]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SNS에 김치를 소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마당에서 기른 배추로 직접 만들었다는 김치에 오바마 여사가 덧붙인 말은 “Make Your Own(직접 만들어 보라)”.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시대, “Grow Your Own(직접 키워 보라)”은 어떨까?

“요즘 사람들 토마토 좋아하죠? 붉은 토마토 속 라이코펜 성분이 미용에도 좋고 항암효과도 있다고. 하지만 빨갛다고 다 라이코펜 성분이 있는 게 아니에요. 토마토가 자외선으로부터 열매 안에 씨를 보호하려고 만드는 게 라이코펜인데, 보통 마트에서 파는 건 겉보기엔 곱지만 꼭지만 불그스름해져도 딴 거잖아요. 씨가 안 익고 양분이 부족한데 열매가 라이코펜을 생성할 수가 없죠.”

강동구에 위치한 텃밭보급소 사무실에서 만난 이성교 텃밭멘토(64)는 대뜸 토마토 얘기를 꺼냈다. 라이코펜은 식물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만든 2차 성분이라는 설명이다. 라이코펜 성분이 좋다고 토마토를 열심히 먹어온 이들에겐 날벼락 같은 소리다. 가만 들어보니 정상적인 생육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상품으로 길러진 식물은 다 비슷할 것 같다. 토마토를 먹어도 라이코펜은 없다니, 앙꼬 없는 찐빵을 먹는 셈이다.

▲ 사진제공=텃밭보급소

그러니 온전하게 자라 자연에 가깝게 완성된 채소를 길러 먹으려면 자연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기본적으로 농사에서 사람의 역할은 자연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거드는 건데, 그래서 사실은 노지 농사보다 베란다, 옥상같이 자연을 격리해두는 곳의 농사가 더 까다롭다고 한다. 이 때, 도시농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 자체를 이해하는 일’이다.

생명을 이해하고 생태 사이클을 살펴야

“어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식물을 생명체로 보면 간단해요. 그리고 생태 사이클을 생각하는 거죠. 건강한 식물을 먹은 건강한 동물의 똥오줌이 건강한 비료로 토양으로 돌아가는 거거든요. 다시 그 토양에서 자란 식물은 건강할 수밖에 없겠죠. 여기에 힌트가 있는데, 사람은 이 땅에서 먹은 만큼만 보충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되는 거예요.”

맞는 말인 것 같은데 감은 잘 오지 않는다고 갸웃거리자,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거들어 주기만 하면 된단다.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제 막 텃밭을 시작하려는 독자들이 너무나 신묘한 경지에 좌절할까 반문했다.

“작물이 농부 발걸음 소리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잖아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살피는 거예요. 일단, 각 식물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살펴주는 거죠. 햇빛이 드는지 수분은 적당한지 땅에 양분은 건강한지.”

이 세 가지 요소 중에 하나만 균형을 이루지 못해도 작물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다. 햇빛도 오전과 오후가 다른데, 한 번만 들어온다면 광합성에 지장이 생겨 영양이 불량해진다. 물론 부득이하다면 생장에는 오전 햇빛이 좋다.

토양은 보통 흙과 물과 공기가 2:1:1의 상태가 되도록 만들어줘야 하는데, 수분이 너무 없으면 말라죽고 너무 많으면 질식해서 죽는다. 흙속에 적당하게 숨 쉴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화학비료는 사용을 금하고 유기물 퇴비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좋다. 

물주는 시기는 식물의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잎이 쳐지고 생장점이 구부러지려고 하면 힘든 상태다. 흙으로 알아볼 수도 있는데, 1cm정도 파서 손가락을 넣어봤을 때 말랐으면 물이 화분 밑으로 떨어질 때까지 흠뻑 준다.

 

▲ 사진제공=텃밭보급소

유기농은 넘쳐서 오염되지 않게 하는 것

“요즘 텃밭 가꾸는 분들 많죠. 어떻게 기를지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어요. 크고 예쁜 열매를 많이 얻으려면 풍족하게 막 퍼주고 농약, 제초제 열심히 뿌려주면 되요. 근데 이런 작물은 약해서 병도 쉽게 걸리고 열매도 충실하지 않다는 걸 감안해야죠. 반면,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기르면 못생기고 수확물은 적지만 충실해요. 작물도 생명체라서 스스로 위기의식이 있어야 튼튼하게 자라거든요. 가장 건강한 작물은 10개정도 열매를 달아도 가장 약한 것 3개 정도는 저절로 죽게끔 하는데, 작물이 스스로 판단하는 거죠. 화원에서 파는 모종을 보면 대게 흙이 바짝 말라있는데, 건강하게 하려는 거예요. 옮겨 심은 다음에 물을 넉넉히 주면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고요.”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자투리텃밭, 옥상텃밭, 상자텃밭, 테마형 농장 등 다양한 형태의 텃밭 조성하는 등 도시농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텃밭보급소를 비롯해 도시농사를 확산시키려는 민간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해 너무 막막하다면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이 멘토에게 마지막으로 초보 농부들에게 당부의 말을 구했다.

“5평 텃밭도 초보에게는 만주벌판이에요. 생명 앞에 겸손한 자세로 농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상적으로 해야 돼죠. 유기농이 딴 게 아니라 ‘넘쳐서 오염되지 않게 하는 것’이란 점을 잊지 않으면 좋겠어요.”


▲ 이성교 텃밭보급소 멘토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텃밭보급소에서 하는 일을 간단히 얘기해주세요.
텃밭보급소는 농사짓는 일을 퍼트리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를 바라는 도시농부들의 공동체입니다. 현재 수도권에 8곳의 주말농사학교와 도시농부학교를 운영하고 상자텃밭 보급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토종종자를 채종하고 보존하는 일, 텃밭매뉴얼 제작을 비롯한 관련 자료창고의 역할도 하고 있고요.

언제부터 농사를 지으셨나요?
직업군인으로 오랫동안 DMZ 근처에서 근무했어요. 알다시피 DMZ 쪽은 손대지 않은 자연 그대로라서 농사가 아니라 씨만 뿌려놔도 저절로 자랍니다. 그렇게 열린 참외며 수박을 병사들과 나눠먹는 재미가 있어서 20년가량 얼치기 농사를 했고, 본격적으로 농부가 된지는 4~5년 정도 됐습니다.

텃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도시농업의 개척자이자 텃밭보급소의 소장인 안철환 선생의 농사짓는 방식에 감화됐습니다. 소아마비 2급 장애인인 안 선생은 목발을 짚고 다니면서도 400평 밭농사도 거뜬하게 해낸 인물이죠. 보통 몸이 건강하고 의욕만 앞서는 사람들은 밭에 엉뚱한 짓을 해서 망치곤 하는데, 안 선생은 최소한의, 꼭 필요한 것만 해줍니다. 인위적으로 하지 않고 자연을 거드는 것, 그게 베테랑 농부의 비결이었습니다.

텃밭을 가꾸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 것 같은데요.
토종씨앗으로 개성배추를 수확했을 때, 배추뿌리를 병원에 있는 아내와 한 병실을 쓰시는 분들과 나누어 먹었어요. 70~80대 할머니들이 처녀 때 많이 먹었다며 추억을 맛보게 해줘서 고맙다고 오래오래 말씀하시는데 농사짓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텃밭농사 초심자들이 참고할만한 책을 꼽으신다면?
초심자를 위해 텃밭보급소에서 <텃밭메뉴얼>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그림책 <나의 애완 텃밭 가꾸기/들녘>, 저자가 10년간 텃밭을 가꾸며 쓴 텃밭 일지 <유기농 채소 기르기 텃밭 백과/들녘>, 현역 농부들의 노하우를 담은 <토종 곡식(씨앗에 깃든 우리의 미래)/들녘> 등이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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