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會-PR인 ‘속 푸는’ 이야기
허심탄會-PR인 ‘속 푸는’ 이야기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3.05.1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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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연차·성격 제각각인 홍보 선·후배 5人의 방담속으로

“홍보 선·후배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며 어루만져주는, 그렇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자리 하나 없을까?” 홍보인이라면 한 번 쯤은 생각해 봤거나 들어봤음직한 말이다. 시시각각 각종 이슈와 마주하는 홍보인에게 긴장 쫙 풀고 맘 터놓고 대화 나누는 시간은 필수다. 하지만 같은 업종, 끼리끼리의 ‘푸념’ 정도로만 그쳤던 게 대부분. 그래서 푸르른 어느 봄날 그야말로 업종불문하고 ‘생각나는 대로 거리낌 없이’ 말해보자며 인사동의 한 한정식집에서 홍보 선·후배들이 모였다. 내친김에 그날의 모임 주제도 ‘허심탄會(회)’로 정했다. 연령·성별·연차·성격도 모두 제각각인 이들 5명의 홍보 선·후배 간 속 푸는 이야기, 그 방담 속으로 들어가 본다.


참석자(가나다순)
김지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브랜드팀 팀장(이하 김팀장)
심선애 샘표식품 홍보팀 차장(이하 심차장)
이승기 한국야쿠르트 홍보부문 대리(이하 이대리)
최두진 포스코 홍보실 소셜미디어추진반 반장(이하 최반장)
최영택 더피알 대표(이하 최대표)

▲ 사진 가장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지은 팀장, 이승기 대리, 심선애 차장, 최두진 반장, 최영택 대표.

[더피알=서영길 기자] 오늘 이 자리는 홍보 선·후배 간에 식사하시면서 편하게 말씀을 나누는 게 목적입니다. 우선 서로 알고 계시는 분도 있고, 모르시는 분도 계시니 자신의 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대리 우선 여성분들에게 제 소개를 하면 이름 때문에 항상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요. (이대리는 배우 이승기와 동명이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저도 미안하게 생각하고요….(모두 웃음) 야쿠르트에는 2005년에 입사했어요. 저희는 순환보직이다 보니 처음엔 영업쪽 일을 했죠. 그러다 2009년 홍보팀에 합류했어요. 4년간 언론홍보를 했고, 올해부터 CSR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최반장 대학 때 베트남어를 전공했어요. 그래서 1992년에 포스코에 입사해 6년간 베트남 사업 분야를 맡았습니다. 홍보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회사에서 베트남 사업을 접으면서 홍보실로 보내더라고요. 그때부터 예기치 않게 홍보를 시작했죠.(웃음) 그렇게 쭈욱 홍보인으로 살았네요. 지금 맡고 있는 소셜미디어추진반 반장은 지난해부터 하고 있어요.

심차장 저는 사범대를 졸업하고 잡지기자를 1년 반 정도하다 홍보의 맛을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하던 일을 접고 홍보 쪽으로 뛰어 들었죠. 지금 근무하는 샘표에서는 7년차고요.

김팀장 저는 PR에 몸 담은지 15년 됐어요. 첫 시작은 에델만 코리아였고요, 이후 월트디즈니, 월드사이버 게임즈 등에서 근무하다 은행 쪽으로 온지는 4년 됐네요.

최대표 저는 쭈욱 홍보와 관련 있는 길을 걸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LG그룹에 입사했고, 그룹 홍보팀에 지원해 15년을 일했어요. 이후 LG애드(현 HS애드)와 LG산전을 거쳐 LG카드, 코오롱에서 홍보 업무를 했습니다. 지금은 더피알 대표로 이 자리에 앉아있죠.(웃음)

말씀들어보니 홍보인이 된 계기도 연차도 모두 다르신데요. 각자 홍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를 듯해요. 본인의 연차에서 바라 본 홍보에 대한 느낌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 심선애 차장.

최반장 17년을 홍보인으로 살아왔는데, 요즘만큼 홍보 툴이 급변한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모든 게 온라인화, 디지털화 되고…. 기업 입장에선 소셜미디어가 발달되며 홍보할 수 있는 툴이 많아졌죠. 하지만 그만큼 할 일이 더 늘어났어요.

최대표 그렇죠.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기업 쪽에서도 미디어를 하나 가진 것과 같은 효과를 보고 있죠. 소셜미디어를 통해 잘못된 기사에 대한 해명을 할 수도 있고요. 강력한 미디어를 갖게 됐다는 점, 이게 소셜미디어가 기업에 준 가장 큰 기능 중에 하나죠.

최반장 그런데 그만큼 기자들의 취재 방식도 많이 바뀐 듯해요. 요즘 젊은 기자들 보면 홍보인들과 SNS 관계 맺어놓고 그걸 계속 모니터링 하더라고요. 특히 기자들이 홍보팀 관계자들과 전화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걸 보면서 ‘아 홍보환경이 정말 많이 변했구나’하고 느끼게 되죠.

이대리 전 이제 홍보인으로 산지 겨우 5년차 된 ‘허심탄회 귀요미’인데요…(모두 웃음) 제가 홍보에 입문하던 때가 국내에 SNS가 막 부각되던 시기였어요. 그때 홍보팀으로 발령나며 제가 제일 기대했던 것이 신문 가판에 대한 로망이었죠. 당시엔 제가 미혼이라 가판 앞에서 이뤄진 ‘가판 홍보인 커플’도 있단 얘기를 듣고 설레었거든요. 근데 그즈음 동아일보 가판이 없어졌어요. 홍보팀에 와서 보니 컴퓨터에 전부 ‘스크랩마스터(온라인으로 전국의 신문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가 깔려있더군요.(모두 웃음) 그러면서 신문 가판에 대한 로망은 접었고요. 아무튼 선배님들보다 짧은 경력이지만 홍보 실무를 하며 가장 서글픈 건, 정확한 타깃 없이 유력지, 유력매체에만 나오면 ‘와~’하고 잘했다 하는 부분이에요. 홍보 채널도, 매체수도 많아진 만큼 정확한 타깃팅을 해서 선택적으로 지혜롭게 대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최대표 정말 맞는 말이죠. 무조건 유력 매체에 나오면 홍보를 잘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은 분명 고쳐져야 하죠. 하지만 그러려면 오너가 먼저 바뀌어야 해요. 하지만 오너가 그렇게 쉽게 바뀔 수가 있을까요?(모두 웃음)

홍보인들의 속내 그대들이 알랑가 몰라?

심차장 저는 11년차 됐어요. 여기 계신 분들 모두 환경적인 변화나 하드웨어적 변화는 다 똑같이 느끼실 거라 생각하는데요. 이런 변화도 있겠지만 홍보팀이 갖고 있는 콘텐츠의 변화가 가장 큰 듯해요. 옛날에는 홍보팀이 메신저적인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콘텐츠 생산자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단순히 기업 이미지나 오너의 이미지가 아닌 소비자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거죠. 또 예전과 달라진 큰 변화는 아이디어 회의가 대폭 줄었다는 점이에요. 예전엔 ‘회사에서 이런게 있으니까 알려라’라는 식의 단순함을 홍보팀에 원했는데, 지금은 사내소통과 관련해 ‘우리 직원들이 좋아하는 게 무엇이냐’ ‘회사에서 어떤 걸 하길 원하느냐’ 같은걸 홍보팀에 문의하고, 이런 부분을 홍보팀이 제일 잘 알 것이라고 여기는 문화가 정착된 거죠. 그래서 저희는 항상 내부적으로 반 박자씩 앞서 나아가려고 노력해요.

최대표 우리 때는 홍보하면 그냥 언론홍보였어요. 신입 때 회사 보도자료가 나오면, 사진이 있는 경우 보도자료에 사진을 클립으로 껴 아침부터 헤럴드경제, 매일경제, 서울신문,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서울경제 순으로 돌고 더 가서 한국경제까지 다 돌았어요. 그걸 하고 나면 저녁이 됐죠. 근데 지금은 보도자료 만들어서 ‘클릭’만 해서 보내면 바로 5~10분 내에 끝낼 수 있잖아요. 그럼 나머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거죠. 우리는 몸으로 때우는 게 많았는데, 지금 홍보인은 그런 일들은 쉬워진 부분이 있죠.

최반장 근데 젊은 홍보인들이 간과하고 있는 게 있어요. 기술이 발달하고 온라인으로 홍보를 하며 뭐든 빨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제 생각엔 언론홍보는 결국 사람관계라는 거예요. 스킨십이 대부분이죠. 그런데 시대와 환경이 바뀌면서 젊은 친구들에게 이런 것들이 뒤로 밀리는 경향이 많아요. 사실 가장 힘든 일이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건데, 요즘 젊은 홍보인들은 그런 점이 좀 약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 이승기 대리.

이대리 몸으로 뛰는 부분에 있어서 장점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은 A라는 사고가 터졌을 때 전파 속도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에요. 그 커버리지가 엄청 넓어지고 빨라졌죠. 지금 홍보인들의 애로사항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최반장님이 말씀하신 사람과의 스킨십 중요성은 저도 100% 동감합니다.

김팀장 전 이제 홍보인 13년차인데요. 저는 PR에이전시에 있다가 기업으로 간 케이스에요. PR에이전시는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얘기가 잘 통해요. 내가 하려는 것을 왜 하려는지, 성과가 어떨지 그런 걸 증명하지 않아도 되죠. 즉 맡은 일에 대해서만 고민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기업은 달라요. 예를 들어 회사에서 ‘100원밖에 없다’고 하면, 회사는 이 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를 고민하죠. 그러면 각 부서는 정해진 예산을 갖고 싸워야 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그 돈을 사용하고 ROI(투자수익률)를 봤을 때 홍보는 ‘뭐로 증명할래’하면 증명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요. 일간지 발행부수별 광고단가를 PR밸류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죠. 이런 면이 참 고민이죠. 또 채널이 많아지니까 증명해야할 것이 더 많아지는 고충도 있고요.

최반장 그래서 제가 시도 해봤던 게, 신문에 나오면 스크랩해 광고단가별로 ‘오늘은 얼마의 광고효과를 거뒀습니다’라고 보고하는 것이었어요. 근데 그것도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나름대로 생각한 게 홍보라는 것은, 특히 회사를 알린다는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 또는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키워드를 이슬비 내리듯 꾸준히 알려서 대중들에게 어떤 이미지 하면 포스코가 ‘딱’ 떠오르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죠. 근데 이런 것을 어떻게 측정할 수가 있겠어요. 전문가들이 PR ROI를 측정해 내놔도 솔직히 전 안봅니다. 왜냐? 아무리 측정해도 증명할 방법이 없을테니까요.(모두 웃음) 그 대신 전직원들이 ‘우리 회사 홍보팀이 홍보를 잘하고 있구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죠. 음… 그래도 역시 홍보는 최고 경영진들이 잘했다고 느꼈을 때가 베스트 ROI 아닐까요?(모두 웃음)

최대표 아주 정곡을 찌르셨어요. 홍보의 평가는 오너 한 명이 “야 요즘 회사 홍보 잘 하더라” 그 한 마디면 게임 끝이죠. 그래서 그런 평가를 잘 받으려면 오너랑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거나, 자주 만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죠. 그래야 오너 귀에 그런 내용이 빨리 들어가 결국 회사 홍보를 잘하고 있다는 평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모두 웃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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