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닮은꼴 재특회, 우리 이웃의 다른 이름
일베 닮은꼴 재특회, 우리 이웃의 다른 이름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07.1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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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책] 거리로 나온 넷우익

▲ 지은이: 야스다 고이치(김현욱 옮김)/ 출판사: 후마니타스/ 가 격: 1만5000원

[더피알=이슬기 기자] 지난해 배우 김태희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로토제약을 협박한 일본의 우익단체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재특회’,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인 이 단체는 로토제약에 모델교체를 요구하며 혐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시위에 앞장섰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시작해 넷우익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일본 사회에서 ‘재일특권을 반대한다’며 그 특권의 대상으로 재일 코리안과 중국인을 지목하며 극단적인 욕설과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일본사회에서도 문제적으로 여기는 재특회는 회원 수 1만명을 훌쩍 넘으며 일본 내 34개 지부를 가진, 보수 우익 단체 중에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중 대부분은 클릭만으로 회원 자격이 부여되는 일반 회원이지만 스스로 회비를 내면서 활동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책의 저자 야스다 고이치는 비상식적인 증오와 저주에 열광하는 이들의 정체를 쫓는다. 저자는 재특회가 참여자들로 하여금 생의 열정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부분의 재특회 회원들은 재일특권이야말로 세상의 부조리를 풀 열쇠라고 믿고 있었다. 이들은 스스로 기존 우익과 구분하며 행동하는 보수라고 칭하지만, 저자의 눈에 이 애국심은 허상에 가깝다. 그리고 삶에서 어딘가 잘 안 풀리고 외로운, 배제된 인간을 발견한다. 그에겐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그들의 모습에 다가갈수록 ‘청춘 따위 지루하다’고 여기며 절망과 외로움에 몸서리쳤던 자신을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1년 반가량 이들의 활동을 추적한 저자는 재특회에 대해 묻는 이들에게 “당신의 이웃들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사람 좋은 아저씨, 착해 보이는 아줌마, 예의 바른 젊은이의 마음속에 숨은 작은 증오가 재특회를 만들고 키운다고.

최근 우리나라도 ‘선정적인 극우’의 대표적인 사이트로 2010년에 생긴 ‘일베(일간베스트)’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베는 호남인을 ‘홍어’, 여성을 ‘김치년’, 좌파를 ‘좌좀’이라고 부르며 이들이 사회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재특회와 겹쳐지는 부분이다.

“나는 재특회 회원들이 말하는 ‘재일 코리안’이라는 말이 무기질 기호처럼 느껴졌다. 재일 코리안이라는 말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얼굴도, 표정도, 생활도, 역사도, 풍경도, 그 자세한 모습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일본의 위기를 나타내는, 또는 모든 모순과 문제를 풀 블랙박스 같은 존재로 편의에 따라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재특회 회원들을 만나며 저자가 느꼈다는 재일 코리안의 ‘용법’이 의미심장하다. 비단 일베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는 ‘무기질 기호’ 같은 대상으로 누구를 지목하고 있는지 살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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