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글을 남기는데 홍보인은 무엇을 남겨야 할까
기자는 글을 남기는데 홍보인은 무엇을 남겨야 할까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3.10.07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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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 一心

[더피알=김광태] 사람은 살면서 자기 인생에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어떤 이는 아름답고 고귀하게, 어떤 이는 악하고 추하게 남는 경우를 본다. 이 흔적들이 모여모여 주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면, 홍보 용어로 평판이라 한다. 그래서 평판은 남이 써준 ‘나의 이력서’라고도 부른다.

그러면 평판관리의 전문가라는 홍보인들의 평판은 어떨까? 결론은 자신이 속한 조직체의 머리는 잘 깎는데, 자기 머리는 못 깎는 게 홍보인 같다.


홍보 일선에서 은퇴하고 보니 주위 서치폼(search form)이나 지인들로부터 유능한 홍보인을 추천 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 그런데 이사람 저사람 추천을 해봐도 내가 모르는 나쁜 평판에 걸려 성사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언론인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좋은 평판으로 회자되는 홍보인이 드물다. 몇 개의 사례를 들어 본다.

모 유력지 간부 이야기. 모그룹에서 홍보임원을 뽑는데, A씨가 선정돼 그 사람 인물평을 물어오기에 “그 양반은 예의도 없고 말도 거칠고 투박해서 기자들이 기피하는 인물이다”고 혹평을 했단다. 이유인즉, 과거 출입기자로서 처음 인사를 나눌 때 자신보다 나이가 적다고 다짜고짜 반말을 건넨 일이 가슴에 남았다고 한다.

모 언론사 편집국장 출신 임원의 경우 홍보임원 B씨의 인간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편집국장시절에는 예의바르고 겸손했다. 그런데 이 홍보맨, 내가 영업을 맡게 되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안면까지 몰수해 버리더라”며 “하도 기가 막혀 이후엔 아예 연락도 끊고 그 사람 실체에 대해 동네방네 얘기를 하고 다닌다”고 했다.

또다른 모 언론사 임원은 인간적 상처를 준 홍보임원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토로했다. 자신이 편집국에서 사업국장으로 발령이 나 평소 친분 있는 한 기업체에 협찬 요청을 하러 방문했는데, 해당 임원이 공문 양식부터 잘못됐다고 기본부터 배우라면서 핀잔을 줬다는 것이다. 열불이 나서 그 자리에서 공문을 찢어 버리고 나왔고, 그 일이 있은 후엔 만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 임원 욕을 하게 된다고 한다.

홍보 업무 속성상 홍보인들은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자신의 평판을 관리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게다가 요즈음 언론사 경영 사정이 어렵다 보니, 홍보인들 위치가 갑과 을을 넘나들어 나쁜 평판에 쉽게 노출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떨어지는 평판을 방치해선 안 된다. 홍보인의 얼굴은 바로 자신이 속한 조직체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나쁜 평판은 좋은 평판보다 더 빨리 확산된다. 지우기도 어렵고 오래오래 남는다. 평생을 따라다니며 자신의 사회활동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인생 살면서 절대로 적을 만들지 말라는 선배들의 교훈이 있지 않던가.

현재 ‘국민MC’라 불리는 인기 방송인 유재석에게는 선후배들이 함께 출연하려고 늘 줄을 선다고 한다. 7년의 무명 시절 “절대 혼자서 잘 먹고 잘 살지 않겠다고 맹세 한” 결과다. 그는 수많은 방송활동을 하면서도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늘 생각하고 반드시 피드백을 거울로 삼는다고 한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가 등장 한 이후 얼마 간 돈을 주면 인터넷 공간에 떠도는 부정적 평판을 찾아내 삭제해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도 미래 각광 받는 비즈니스로 ‘온라인 평판관리 서비스회사’를 예로 들었다. 그만큼 개인의 평판 관리가 중요해진 시대다.

이젠 우리 홍보인들도 자신의 평판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그렇다고 기계적·인위적 평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살아있는 아름다운 마음의 평판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남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와 존중에서 나오는 그런 평판을. 그래야 노후가 즐겁다.

기자들은 글이라도 남기는데 홍보인은 매일매일 기사 스크랩만 남겨야 되겠는가. 평판관리 달인답게 홍보인으로서 명성을 남겨야 하지 않을까?



김광태

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서강대 언론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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