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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새해 사업계획을 선뜻 못짜는 이유
재계 새해 사업계획을 선뜻 못짜는 이유
  • 명재곤 기자 (sunmoon@the-pr.co.kr)
  • 승인 2013.10.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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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 세상토크] 경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더피알=명재곤 국장] 매년 11월로 접어들면 재계는 새해 사업계획을 짜느라 어느 때 보다 분주하다. ‘먹거리’를 어느 영역에서 어떻게 창출해야 하는지를 놓고 기업마다 골머리를 앓는다. 수성과 공성의 전략을 수립하는 게 정부 예산구성하는 것 이상이다.

최근처럼 환율이 하향추세를 보이면서 원화가 강세를 띨 경우 수출기업들은 몇 번이고 사업계획서를 다시 써야 한다. 수출입국(輸出立國)의 숙명이다. 식솔이 수만, 수십만여명에 이른 대기업 집단(그룹)의 1년 농사 준비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11월 눈앞에서 은밀하게 야단법석을 떨어야 할 재계가 묘하게 조용하다.

▲ 자료사진=지난 8월28일 청와대서 개최된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단 오찬간담회 모습.

재계의 침묵(사업계획 미수립)은 보통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

시장경제에서 예측가능성이 사라지면 기업은 움직이기 힘들다. 환율예측이 오리무중상태라면 상식적 기업들은 신규 투자에 머뭇거린다. 불확실성은 기업들 손발을 묶는다.

각설하고, 손발은 물론이고 기업들 머리마저 옥죄는 불확실성이 근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난무하고 있다는 재계쪽 주장이 반향을 일으켜 주목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는 듯한 ‘특별 세무조사’와 ‘오너 경영진 수사’에 대한 볼멘소리가 크다. KT와 포스코의 세무조사나 압수수색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회장’ 찍어내기의 압박으로 풀이하는 기류가 부분적으로 형성중이다.

재계 인사들은 특히 그룹 총수구속을 목표로 한 듯한 수사에 대해 불만을 넘어 공포감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몇몇 그룹들은 아마 환율예측보다는 오너 총수의 신변예측이 더 어려울 것”이라며 “그룹 총수 신상구속 가능성은 어떤 변수보다도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올스톱시키는 불확실성이다”고 경계심을 드러낸다.

올 국정감사에서 약 200명의 기업인이 증인석에 섰다. 전문 경영인이 대다수이지만 일부 그룹 오너 경영진도 증인선서를 했다. 총수가 국감장 증인대에 서 있는 자체만으로 그룹 이미지가 망가진다.

이유있는 ‘총수 리스크’도 있지만 이유가 억지로 만들어진 ‘총수 리스크’도 적지 않은 게 우리 현실이다.

수천억원, 수조원을 투자할 때 한국적 기업문화에서 최종적으로 총수의 결단이 요구된다.

하지만 석연찮은 혐의와 불분명한 인과상태에서 그룹 총수를 검찰청 포토라인에 세우거나 국회 출두를 강요했을때 어떤 사업 파트너가 그 총수를 선뜻 믿겠는가.

그룹 지속성장에 대한 막중한 책무를 걸머진 총수 또한 불확실성의 파고속에서 무슨 기업가 정신으로 투자 방점을 찍을 수 있겠는가.

정치적 노림수가 있어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총수에 대한 사법처리가 진행될 때 불확실성은 극에 달한다. 정권이 바뀔 때 정치 논리때문에 공중분해되거나 사업 구조조정을 강요당하는 그룹들이 있었고 그 피해는 상당부분 선량한 근로자와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재계 안팎에서는 MB정부와 우호적 관계에 있던 그룹들, 경제인들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그 사례로 효성그룹을 종종 든다.

최근 효성그룹에 대한 고강도의 세무조사와 막대한 추징금 부과방침, 오너 일가를 막다른 골목에 몰아 붙이는 사법처리과정 등을 지켜본 재계 인사들은 매우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재계 단체 한 관계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장,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한일경제협회 회장 등 민간 경제외교관 역할을 십분 다한 조석래 효성 회장을 마치 파렴치범으로 모는 듯한 당국의 조치는 우리 기업인들 모두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며 재계 원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요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MB정부를 압박하기위해 효성을 정치적 희생양, 볼모로 삼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나오기도 한다.

효성 세무조사는 지난 2006년, 2010년에도 있었지만 당시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효성사태를 보면서 ‘기업보국(企業報國)’을 역설한 경제인들 심정이 편치만은 않을 것 같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효성다음에는 000그룹이라는 풍문이 나돌 정도니 말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국감장에서 일부 의원들은 “정권이 바뀌니까 효성 세무조사를 한게 아니냐”고 효성 수사에 대한 정치적 배경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얼마전 대국민담화에서 “지금은 경기회복에 역량을 집중해야할 시기이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댓글수사를 철저히 하는 것도 정치분야 불확실성 제거차원에서 경제에도 직간접적 도움이 될 게다. 그럼에도 경기회복의 첫 출발은 기업의 투자마인드 제고라는 점을 정부가 재차 인식했으면 한다.

기업들이 흥이나서 춤을 출수 있도록 정부가 마당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실물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존중분위기가 실종된 국면이라면 경기회복은 요원하다. 사업계획을 구상할 때 흥이 나지 않는다면 그 사업은 반은 실패한 것이다.

물론 기업들은 덜 낸 세금이 있으면 반드시 내야 한다. 횡령과 배임등 경제범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은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현재 50여곳 그룹 계열 기업들이 세무조사를 받는중이다. 세무조사 후 검찰고발로 이어진 기업들도 계속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혹 속셈과 계산이 깔린 정치 때문에 멀쩡한 경제가 휘청거려서는 안된다. 당국의 한건주의 자기과욕 때문에 행여나 정상적인 기업(인)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국가경제와 국민경제를 위해 많은 기업들이 어려운 선택과 열정을 쏟고 있다. 정부는 경제 내적인 불확실성 제거와 함께 순수하지 않은 외적인 불확실성도 지워야한다.

우리 기업들이 2014년 새해 사업계획을 만드느라 눈코 뜰 새 없는 11월이 되기를 바란다.




명재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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