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논란이 거듭되는 이유
표절논란이 거듭되는 이유
  • 김현성 (admin@the-pr.co.kr)
  • 승인 2013.11.0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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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성의 문화돌직구] 왜소한 창의근육부터 강하게 키워야

무한도전 가요제의 참가곡인 프라이머리의 노래 ‘아이 갓 씨(I got see)’가 표절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대상이 된 원곡의 저작자는, 이례적으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믿었으면 좋겠다’며 작곡가에게 예의바른 훈계를 했다.

며칠 전에는 K팝의 ‘메이커’ 브랜드가 된 트러블메이커의 ‘내일은 없어’ 뮤직비디오가 표절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 무한도전 가요제의 참가곡인 프라이머리의 노래 ‘아이 갓 씨(i got see)’는 표절논란에 휩싸여 곤혹을 치렀다. 사진은 관련 영상 화면 캡처.

표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근래에는 많이 줄어들었다지만 한국의 대중가요가 일본의 J팝을 복사해온 역사는 단행본으로 출간할 수 있을 정도이며, 광고나 뮤직비디오의 이미지 표절은 지적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빈번하고 뻔뻔하다.

표절 문제가 거듭 제기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이디어로 경쟁하는 문화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창의성 근육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 창의성이 가장 필요한 분야임에도 말이다.

창의-근육은 왜소한데 돈을 벌고자 하는 탐욕-근육은 비대하다. 남의 떡에 군침이 돈다. 그러니 제작자는 창작자에게 외국 아티스트의 결과물을 들이대며 말한다.

“요거랑 똑 같이 만들어줘.”

어떤 창작자는 잘 베끼는 것을 창작이라 여긴다. 추호의 의심도 없다. 창작-근육을 키워본 적이 없는 것이다. 아이디어 경쟁의 문화가 조성되지 않는 것은 표절에 대한 도덕적 자각이 부족한 것과 더불어 아이디어의 가치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문화가 형성된 사회에서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표절했을 경우 도덕적 비난에 앞서 분야의 전문가들 내에서, 그와 동시에 대중에게, 프로덕션의 수준이 저급하다고 낙인 찍혀 B급 기획사로 분류되고 만다. 표절은 소속 아티스트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이자, 스스로 매출을 포기하는 행위인 것이다.

반면 신선한 아이디어와 홍보의 방식을 대중에 선보일 경우 상응하는 인기로 그 가치를 보상받는다. ‘이 음악은 스타일이 쿨 해’ ‘뮤직비디오는 그렇게 찍지 말았어야지’ 하는 식이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 중심의 논쟁은 콘텐츠 자체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프로모션(언론 플레이, 뮤직비디오를 비롯한)기간 내내 지속된다.

그런 사회에서 표절은 매니지먼트사에게 자살 행위와 같다. 물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시대라지만, 그래서 더욱 문화를 다루는 사람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보다 치열한 경쟁과 전문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만약 누군가 공들여 만든 구체화된 아이디어를 자신의 콘텐츠에 활용하고 싶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하거나, 그에 대한 창조적 변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박찬욱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피해가기 위해 고민한다고 말했다.

상업적인 노림수로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는지 알아채기는 어렵지 않다.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 아이디어란 신선한 것이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세상일수록 더 높은 가치를 갖기 마련이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한류라는 세계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이제 안일한 기획과 홍보는 더 이상 대중에게 먹혀들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올해의 가장 큰 히트곡 중 하나일 EXO ‘으르렁’의 파괴력은 뮤직비디오의 참신성이었다. 멤버들의 매력을 극대화시킨 공간과 의상, 원 테이크 촬영 기법 등이 시너지를 일으켜 곡의 매력을 배가시켰고, 말 그대로 여성들의 마음을 찢어놓았다. 단언컨대, 그 뮤직비디오가 아니었으면 ‘으르렁’이란 노래는 그처럼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위해 땀 흘린 기획과 그렇지 않은 기획의 성패는 확연하게 다르다. 이미 시장은 아이디어 경쟁으로 많이 넘어와 있다. 거대 자본이 투입됐으니 잘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노력과 시도에 대해 인정하고 박수를 쳐줘야 한다.

문화상품에 있어서만큼은 성공이 자본의 문제만은 아니다. 아이디어는 상품의 특성과 각자의 기획력에 따라 여러 단위의 규모에서 존재할 수 있다. 각성이 요구된다.

다들 표절하는데 나만 재수 없게 걸렸다는 식의 태도로는 어떠한 발전도 이룰 수 없다. 현재 한류만큼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문화도 없다. 아이디어 경쟁에 문화의 미래가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선 보다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부단한 노력을 격려하고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김현성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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