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슈퍼마켓’을 차리려 하는 걸까
그는 왜 ‘슈퍼마켓’을 차리려 하는 걸까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11.29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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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ieve or Not] 파도 파도 나오는 ‘쪼잔함’?

[더피알=강미혜 기자] 얼마 전 몇몇 홍보인을 만나 대화하던 중 우연찮게 한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진짜 그런 사람도 있어요?’하고 얘기를 듣다 보니 이 사람이 그 사람이고, 그 사람이 저 사람이고, 저 사람이 이 사람인 묘한 시츄에이션(situation)이 벌어졌습니다. 여러 사람의 ‘중지’(衆智)가 하나로 점철되는, 홍보업계에선 이름을 꽤 떨치는 ‘유명인사’였던 겁니다. 모 일간지 기자 A씨 얘기인데요.

웃자고 좀 과하게 포장된 건 아닌가 하고 몇몇 지인들을 통해 ‘인물검증’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A씨 참으로 대단하더군요. 파도 파도 미담이 아닌 한결같은 ‘쪼잔함’이 샘물처럼 솟아나왔기 때문입니다.

우선 ‘공짜’ 밝히기로는 대한민국 언론계에서 둘째가라하면 서러워할 정도라고요. 홍보실을 통해 전방위에서 물건들을 ‘땡긴’답니다.

홍보계 한 관계자는 “그렇~~게 물건들을 요구해댄다. 오죽하면 그 집에 가면 ‘슈퍼마켓’이 차려졌을 거란 말도 나온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모 기업 홍보담당자도 “자기(A씨)가 물건이 필요하면 회사마다 쭉 전화를 돌려서 이것 달라 저것 달라 말한다. 옛날엔 자기네 부서 회식비를 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하더라”며 A씨의 은밀한 사생활을 폭로(?) 했습니다.

곳곳에서의 ‘증언’(?)들을 조합해보니 A씨의 ‘땡김’에도 나름의 철칙이 있었습니다.

첫째, 물건의 퀄리티를 꼼꼼히 따집니다. 값이 나가느냐 좀 떨어지느냐, 꼭 필요한 것이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대접’이 확 달라집니다. 모 PR회사 관계자는 “간담회 같은 행사에서 나온 기념품이 쓸 만하다 싶으면 꼭 3개를 챙긴다”며 “하나는 본인 것, 하나는 데스크 것이라고 하던데… 나머지 하나는 누구 건지 영 미스터리하다”고 귀띔했습니다.

반면 ‘시답잖은’ 물건을 대령했을 땐 찬바람이 쌩~ 붑니다. 한 PR회사 AE는 “예전에 신제품이 나와서 부장님과 함께 기사부탁 좀 드릴 겸 미리 약속을 잡고 기자실로 만나러 갔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길래 전화 했더니 ‘아, 지금 나 당구장에 있으니까 거기 대충 놔두고 가~ 기자실 내 자린 어딘지 알지?’ 하더라”며 “일 때문에 바쁘다면 이해나 하겠는데 당구장이 웬말이냐. 안 만날 것 같음 미리 연락이라도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둘째, 재주(?)는 홍보실이 부리고 생색은 A씨가 낸다는 점입니다. 공짜 좋아한다지만 A씨에게도 ‘넉넉함’이 없는 건 아닙니다. 선후배 기자들, 특히 기러기아빠에겐 참 잘한답니다. 문제는 자신의 주머니가 아닌 꼭 기업홍보실 주머니에서 나온 물건을 공유하는 ‘미덕’만 발휘한다는 것이죠.

모 기업 홍보 담당자는 “불쑥 전화를 걸어와 주소를 불러주며 이거 이거 이거 여기로 보내달라고 얘길 한다. 알고 보니 생필품이 필요한 기러기아빠 신세의 선배기자 집이더라”며 “이건 뭐 기업 홍보실을 목마르면 물 꺼내다 마시는 냉장고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어이없어 했습니다. 또다른 기업의 홍보 담당자 역시 “한 번씩 업계에 쭉 전화 돌려서 나올 것 있는지 찔러본다”며 “이때 자기 선배에게 필요하다 싶은 건 돈 안내고 이것저것 주문하는 편”이라고 전했습니다.

셋째, 오는 접대 속에 가는 빈말입니다. 클라이언트(고객사)를 유치해야 하는 에이전시의 처지를 생각하는 빈말이 많습니다. 복수의 PR회사 대표의 말에 따르면, A씨는 “B기업 홍보대행하는 회사가 영 별로더라. O대표네처럼 일 잘 해야 하는데…”라고 운을 뗀 뒤, “내가 그 회사 대신해서 O대표 회사로 홍보대행사 바꾸라고 꽂아줄게”라며 고객사 유치 알선을 왕왕 약속합니다.

하지만 그가 뱉은 말이 실현된 적은 여태 한 번도 없다고요. 모 PR회사 대표는 “(고객사) 소개시켜 준다길래 처음에는 설레는 맘까지 생겨 A씨에게 참 잘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근데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나중에 입을 싹 닿더라. 몇 번 데이고 나선 그 사람 얘긴 안 믿는다. 웃고 만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PR업계에선 A씨의 호언장담을 속된 말로 ‘뻥카’로 여기는 분위기도 상당하다고요.

A씨의 과도한 땡김은 언론계 선후배들게도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A씨를 잘 아는 한 언론계 기자는 “홍보실(인) 입장에선 A씨가 협찬식으로 물건을 달라하면 안 줄수 없으니까 귀찮은 존재일 수 있다”며 “워낙 물건을 잘 땡기니 기자들 사이에서도 안 좋게 보는 사람도 있다”고 했습니다.

모름지기 기자의 경쟁력은 펜끝의 예리함을 지켜줄 수 있는 넓은 인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인맥(네트워크)을 기사작성이 아닌 물건공수에 과도하게 활용하는 건 안될 일입니다. A씨에 대해 “구악중의 구악”이라고 비판한 한 홍보인의 말이 A씨 귓속에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걸 보니 펜끝의 힘이 무섭긴 무섭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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