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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가 드라마에 돌아왔다, 그것도 강렬하게
담배가 드라마에 돌아왔다, 그것도 강렬하게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21.07.12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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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종편·케이블 인기 드라마서 흡연 장면 버젓이 등장
방송가 지켜온 자율적 ‘선’ 무너뜨리나…청소년 모방 우려돼
JTBC 드라마 ‘알고는 있지만’ 첫 화 장면.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 담배를 권한 뒤,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JTBC 드라마 ‘알고는 있지만’ 첫 화 장면.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 담배를 권한 뒤,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더피알=유현재] 걱정된다. ‘꼰대’라는 이야길 들을까봐. 하지만 명색이 헬스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신념대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럼 제목에 쓴 것처럼 요즘 들어 미디어 속,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잘 나가는 드라마들에서 담배 장면이 확 늘어났다. 아니 ‘돌아왔다’는 표현이 더 맞고 극적이지 않나 싶다.

사실 꽤 한참 동안 미디어 속 담배는 상당히 꺼려지는 분위기였다. 담배의 해로움이 정확히 알려진 만큼 자제하는 흐름이 당연해 보였다. 공공재인 미디어 콘텐츠, 그 중에서도 더욱 공공재 성격이 강한 지상파에서 방영하는 드라마에서 흡연 장면이 사라진 지 오래됐고, 그 외 케이블이나 종편 등 TV를 메인으로 활용하는 플랫폼에서도 담배장면은 최소화시켜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는 불문율이 형성됐던 것이다.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던 대표 사례로, 수년 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tvN 드라마 ‘미생’의 옥상 장면이 떠오른다. 직장생활에 지친 주인공들이 분명 흡연할 목적으로 옥상에 올라갔을 텐데, 담배를 덥석 입에 물면 그때마다 갑자기 전화가 온다거나 함께 있는 사람과의 대화 장면이 의외로 길어지며 결국 불을 붙이지 않았다. 당연히 연기가 나올 일도 없었다. 담배를 피러갔는데 아무도 라이터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깨알 재미를 주는 설정도 있었다. 결국 미생 속 장면은 흡연을 했다고 보기도, 그렇다고 비흡연이라 말하기도 애매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관련기사: 미생 ‘오과장’, 술은 마셔도 담배는 못 피운다?

당시 필자를 비롯해 일부 헬스컴 연구자와 관련 업무 담당자들은 미생 드라마 제작진과 PD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었다. 헬스컴 전공자이기에 앞서 생활자의 한 사람으로서, 담배가 우리네 일상의 일부이며 그 일상을 극화하는 작업이 바로 드라마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 전개상 흡연을 피하기 위한 제작진의 고충이 심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화면 앞에 있을 청소년들의 존재를 생각하며 나름 합의점을 찾아주었다는 의미에서 고마웠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영화처럼 특정한 나이의 관객이 특정한 공간에서 배타적(exclusive) 소비를 할 수 있는 장르 속 담배는 비교적 자유롭게 노출된다.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절차 자체가 지상파를 비롯한 TV와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집’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접촉하게 되는 TV 플랫폼 속 흡연 장면은 반드시 일정한 ‘선’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일정 부분 기준점이 형성돼 있기도 했고, 규정이나 정책 혹은 조항 등의 명확한 사항이 없더라도 모두가 공감하며 철저히 준수하는 암묵적 룰이 작동해왔다.

그런데 보이지 않아도 관련자 다수가 어렵게 존중해온 바로 그 ‘선’이 최근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 목격된다. 일부 드라마에서 대놓고 등장하기 시작한 리얼한 담배 장면들이다. 최근 방영되는 JTBC 드라마 ‘알고 있지만’은 대학생들의 설렘 가득한 러브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가뜩이나 지친 젊은층의 감성을 자극하며 단박에 주목을 받고 있는 품이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통해 얼굴을 알린 배우 한소희와 조각외모의 송강이 주인공으로 서로를 향한 사랑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터져 나오는 중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화면에 채워지는 각종 미장센도 여타 드라마에 비해 탁월해 보인다. 화면 전체에 흩날리는 꽃잎도 압권이고, 군데군데 얼굴을 내미는 음악도 훌륭하다.

다만, 드라마에 대한 주목도 만큼이나 등장인물을 통해 반복해서 나타나는 담배와 술의 빈도와 강도 또한 그냥 지나치기 힘든 정도다. 술자리가 많은 시퀀스는 당연하고, 술과 담배에 대한 대사도 유독 많다. “담배 피러 가자” “술 마시러 가자” 등은 극중 자주 들려오는 대사다. 물론 이어지는 장면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과감하게 나온다. 그동안 TV 드라마에서는 사라졌던, 정확히 얘기하면 대단히 조심해왔던 담배장면이 노골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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