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한 변화, 광고계가 요동치고 있다
생존 위한 변화, 광고계가 요동치고 있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3.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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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코드’ ① 물리적 통합에서 화학적 통합으로

[더피알=강미혜 기자] 광고계 전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디지털과 소셜이 결합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녹아드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단순 적응을 넘어 광고계의 생존 문제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날로 더 새로운 것을 원하고, 까다로운 광고주들은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지금, 광고계는 기존 광고의 개념과 광고인으로서의 포지션 모두를 새로 써야 하는 복잡한 숙제를 안았다. 어디로 튈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미디어 생태계 속 광고계의 현재 화두와 변화 흐름을 짚어본다.

Integration 광고-마케팅-PR 경계 급속도로 무너져

#. 여행 안내책자조차 없다. 책부터 만든다. 온라인 시대에 인터넷 사이트는 필수다. 이야깃거리가 있는 사이트를 제작한다. 손 안에 미디어 시대 모바일 페이지도 없어선 안 될 일이다. 주요 내용만 간결하게 정리한다. 실제 여행 시 데이터 접속의 어려움을 해소할 e북, 오디오북은 일종의 현장형 미디어다. TV를 통해 펼쳐지는 스리랑카의 이국적인 영상이 시선을 붙잡고, 거리에선 스리랑카의 향기가 묻어나는 카페가 발길을 사로잡는다. ‘스리랑카 여행에 대한 궁금증 해결’. 심플한 명제로부터 이 모든 아이디어는 시작됐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 캠페인 진행 모습을 재구성해 본 것이다.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며 매체별 특성에 따라 콘텐츠를 다르게 해 소비자(고객) 접점을 끌어올린 이 캠페인은 현재 광고계의 변화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핵심은 ‘통합화(integration)’이다. 소비자의 손길 눈길 발길이 미치는 모든 포인트를 융합해 종합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다. 

사실 광고계에서 통합은 익숙한 화두이다. IMC(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 개념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접점을 메시지 전달 채널로 활용하는 전략이 오랫동안 각광받았다. 하지만 지금의 통합화는 그 의미가 다르다. 매체를 믹스(mix)하는 수준의 물리적 통합이 아닌,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의 화학적 통합이 요구되고 있다.

양윤직 오리콤 미디어전략연구소 국장은 “이제는 매체 구분 없이 개별 브랜드와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픈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통합되고 있다”며 “소비자 노출과 체험, 참여, 바이럴, 구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뭉쳐지면서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들이 한꺼번에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광고계 변화는 소비자 변화와 직결된다. 광고 속 기업/브랜드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소비자는 이제 없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메시지의 실체를 따져 납득하고 공감했을 때에야 비로소 수용하고 움직인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메시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지를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많은 이들이 경험케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 

일방적 전달에서 쌍방적 공감으로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TV와 신문 등 전통매체 중심의 크리에이티브와 제작, 집행은 더 이상 광고의 주가 아니다. 최근 TV에서 온에어되는 광고는 기업/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일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일 뿐, 실질적인 알맹이는 TV 바깥에서 이뤄지는 캠페인이나 바이럴(viral)을 유도하는 온라인 프로모션인 경우가 적지 않다. 당연히 광고제작 및 매체집행 이외의 것에 상당한 역량이 집중된다.

박찬이 대홍기획 영업전략센터 선임은 “커뮤니케이션의 여러 장르를 혼합해 볼 때 파급효과를 극대화 하는 쪽으로 자원이나 인력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며 “경쟁PT에서도 참신한 SNS광고나 옥외광고, 신유형 매체에 대한 제안이 당락을 가늠하는 주요한 변수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주요 광고회사, ‘솔루션 컴퍼니’ 위한 조직 개편 

광고계에 새로운 통합화 바람을 몰고 온 핵심 요인은 단연 디지털과 소셜미디어다.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 발달이 기업(브랜드)과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을 풍요롭게 만든 토양이라면, 소셜미디어의 확산은 소비자를 능동적으로 참여케 한 강력한 동력이다. 김홍탁 제일기획 마스터(크리에이티브 이노베이션 그룹장)는 “광고가 점점 더 많은 소비자를 참여시켜 기업/브랜드를 경험케 하고, 소비자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직접 퍼뜨리게 하는 진정한 의미의 바이럴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라며 “디지털 기술과 소셜미디어 환경이 광고계에 이러한 새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광고와 마케팅, PR 등 커뮤니케이션 틀 안에서 구분돼 인식해 왔던 모든 활동의 경계도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 간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극대화하는 최적화된 방식이 곧 광고고 마케팅이고 PR이 된다.

소화해야 하는 영역이 방대하고 다양해짐에 따라 조직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미 주요 광고회사 대부분이 통합적 업무수행에 적합한 형태로 내부조직을 재편한 가운데, 이질적 업무를 담당하는 구성원을 한 데 모아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창출하는 하이브리드형 부서도 속속 만들어졌다.

김주호 제일기획 마스터(브랜드 액티베이션 그룹장)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내면 하나만이 아니라 모든 솔루션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유기적·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자와 제작자, 마케터, 개발자, 프로모터 등이 한 팀에 속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식이다.

제일기획은 광고회사를 넘어 ‘솔루션 컴퍼니’로 포지셔닝 중이다. 이를 위해 올해 각 솔루션과 서비스 부문 단위로 조직을 새롭게 정비했다. 통합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BE(Brand Experience) 크리에이티브그룹도 신설했다. 이노션은 ‘더 캠페인 랩’이라는 이름의 부서가 영화, 음악, 앱, 바이럴필름 등 영역 제한 없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한다. SK플래닛의 경우 기획과 테크니션, 카피라이팅, 온라인, 디자인 등을 담당하는 인력을 모아 ‘디지털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TBWA코리아는 지난해 ‘제작영팀’이 출범했다. 제작1팀, 2팀 등의 기존 개념에서 벗어나 ‘제로(0)’라는 의미에서 새로운 것을 추구해 나가고 있다. HS애드는 ‘프로젝트엑스팀’이 유사한 기능을 담당한다. 김성호 HS애드 경영정보팀 부장은 “팀명에 쓰인 ‘엑스(X)’는 크로스(cross)다. 변화의 중심이 되는 포인트가 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런 만큼 영상, 디지털, 광고, 미디어 등 이질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회사 조직뿐만 아니라 광고인 개개인의 역량 개발과 일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통합적 업무 수행을 위한 사고와 다방면의 지식 함양, 역할 수행이 필수적이다.

김홍탁 마스터는 “광고인이라면 시대에 맞춰 자기 몸의 피를 바꿔야 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변화에 대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공부와 고민도 뒤따라야 한다. 양윤직 국장은 “과거엔 4대 매체를 중심으로 한 크리에이티브만 발휘하면 됐지만, 지금은 웹과 모바일 등 수많은 플랫폼을 동시다발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각각의 플랫폼에 따라 크리에이티브 구현 방식이나 메시지 전략, 어프로치 방향성도 다 다르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하고 힘들어졌다. 살아남기 위한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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