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책임, 유병언이 전부인가
세월호 참사 책임, 유병언이 전부인가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07.2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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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특별법, 국조 난항 계속…‘유병언 미스터리’에 후속조치 실종
▲ 지난 18일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어느덧 100일째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94명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됐다. 유족들은 자신의 가족이 왜 죽어야 했는지 계속 묻고있지만 이에 대한 명쾌한 대답은 아직 없다. 10명의 탑승자는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 머물러 있고 가족들은 여전히 진도에서 이들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겠다며 출발한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표류중이다. 오히려 유족들에게 쓰라린 생채기만 안겼다. 특위에서 조는 의원이 발견되는가 하면 세월호 참사를 조류독감에 빗댄 여당 의원은 유족들을 향해 “가만히 있으라”고 고성을 질렀다.

해경관계자의 발언에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지른 유족에게 여당 소속 국조특위 위원장은 퇴장을 명령했다. 심지어 여당 정책위의장은 24일 세월호 참사에 대해 “손해배상 관점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다”며 도움을 호소하던 여당인사들의 모습이 아련하다.

정부도 별반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에 나서겠다며 2기 내각을 구성했지만 국무총리, 장관 후보자들이 갖가지 의혹에 휩싸이며 줄줄이 낙마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정조사에서 “대통령은 직접 구조를 하는 분이 아니다”며 대통령을 비호했다. 대통령이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한 것이 불과 2개월 전이다.

국회와 정부가 이 모양인데 특별법 제정이라고 잘될 리 없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난항이 이어지는 사이 유족들은 국회 밖에서 한뎃잠을 자며 특별법 통과를 요구했고 단식투쟁까지 시작했다. 안 그래도 가족을 잃은 슬픔에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이들이다. 유족들은 참사 100일을 맞아 1박 2일간의 도보행진에 나서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유족들에 대한 유언비어까지 나돌았다. 이들이 제시한 특별법에 대학특례입학과 의사자 지정 같은 요구들이 들어있다는 소문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 지난 22일 이송중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추정 시신 ⓒ뉴시스

상황은 이렇게 답답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언론과 세간의 관심은 온통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쏠려있다.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전남 순천의 한 매실밭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99일째인 23일 공중파 3사의 메인뉴스가 온통 ‘유병언’으로 도배된 것은 이를 방증하는 사례다.

KBS <뉴스9>와 SBS <8뉴스>는 각각 8꼭지를 유 전 회장 관련 뉴스에 할애했다. 수습대책이나 희생자 가족 관련 뉴스는 1개 리포트 정도에 그쳤다. 그나마 이들은 나은 편이다. 9개의 유 전 회장 관련 뉴스를 전면에 배치한 MBC <뉴스데스크>는 희생자 가족 혹은 특별법에 대한 뉴스를 전혀 방송하지 않았다. 유류품 하나, 경찰 관계자의 발언 하나에도 언론들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유 전 회장의 죽음이 의문점 투성이인 것은 사실이다. 사망 시기에 대한 추측들이 난무한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아니면 자연사였는지도 아직은 확실치 않다.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펼쳐놓고도 허탕을 친 수사당국에게 비판도 쏟아진다. 백골이 다 되도록 부패가 진행된 시신의 신원을 왜 이 시점에서야 확인하고 공표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물론 유 전 회장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 중 한명이다. 살아있다면 당연히 희생자 가족과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이고 사죄했어야 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이 세월호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세월호 승무원들의 과실과 정부의 초동대처 미숙 등 책임소재는 특정 개인에게 있지 않다. 의혹이 일고 있는 부분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특별법의 빠른 통과가 중요한 시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 전 회장 관련 소식이 유족들 보다 더 큰 뉴스가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자칫 세월호 참사의 본말이 전도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진상규명과 후속조치가 먼저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오보와 자극적인 보도행태로 인해 ‘기레기’라는 오명을 쓰고 자정노력을 다짐하던 모습을 언론들은 잊어서는 안된다.

세월호 참사 100일 째, 하늘에서는 차가운 빗줄기가 쏟아진다. 어쩌면 이는 세월호 참사이후 별반 나아지지 않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한탄하는 희생자들의 눈물이 아니었을까. 다시 한 번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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