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유령’만 쫓은 무능한 검경
‘유병언 유령’만 쫓은 무능한 검경
  • 박형재 기자 (news34567@nongaek.com)
  • 승인 2014.07.23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설솎아보기] 검·경의 무능력이 괴담 낳고 정부 불신 키워

23일 종합일간지 사설 최대 이슈는 ‘유병언 변사체 발견’이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부패된 시신으로 발견돼 파문이 일고 있다.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씨는 세월호 참사 나흘 뒤인 4월 20일 출국금지가 내려진 때부터 도피생활을 했다. 이후 행방이 묘연해 망명설 등 추측이 분분했으나 6월 12일 순천의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씨였음이 40일 만에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로 유씨를 지목하고 모든 수사의 초점을 맞췄던 검찰과 유병언 일가 체포에 연인원 145만명을 투입한 경찰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사설들은 “유병언 시신 발견으로 국가의 총체적 무능력이 드러났다”고 성토했다. 유씨 생포 실패는 세월호 침몰 직후 해경의 구조 실패에 이은 또 한 번의 공권력 실패이자 국민들에게 정부의 무능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검·경의 무능력이 숱한 괴담을 낳고 정부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고, 중앙일보는 “이런 검찰과 경찰에 내 세금을 써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황당해했다. 동아일보는 “죽은 유병언 찾아 헤맨 검경이 세월호 배후를 밝힐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황당한 ‘유병언 유령’ 검거 소동”이라고 지적했고, 경향신문은 “유병언 시신 발견으로 국가의 총체적 무능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22일 구급차량에 실리고 있다.

다음은 23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주요 신문 사설>(23일 조간)

▲ 경향신문 = 유병언 시신 발견으로 드러난 국가의 총체적 무능 /막힌 경제에 기업도 대답할 책임이 있다 /이런 '어버이'와 '엄마'가 어디 있나
▲ 국민일보 = 검ㆍ경은 '숨진 유병언'을 찾아헤맸다는 건가 /자사고는 당초 취지대로 운영돼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재점검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죽은 유병언' 찾아 헤맨 검경, 세월호 배후 밝힐 수 있겠나 /여야 '특검 절충안'으로 세월호 특별법 타결하라 /김진선 평창조직위장 사퇴에 '보이지 않는 손' 누군가
▲ 서울신문 = 검경 유병언 '헛발수사' 문책 후 심기일전하라 /자사고 문제 점진적ㆍ근원적 해결책 찾아야 /세월호 피해 키운 진도VTS 관제실의 무사안일
▲ 세계일보 = 유병언 허망한 죽음… 새 각오로 '세월호' 파헤쳐야 /안전불감증 사회 고발하는 태백 열차 충돌사고 /평창 조직위 잡음, 올림픽 준비 차질 없겠나
▲ 조선일보 = 검ㆍ경의 無能, 숱한 괴담 낳고 '정부 不信' 키운다 /'세월호 재산' 끝까지 추적해 마지막 한 푼까지 환수를 /한ㆍ일 정보협정 機密 공개 판결, 외교관계 고민했나
▲ 중앙일보 = 이런 검찰과 경찰에 내 세금을 써야 하나 /평창겨울올림픽 차질 없게 조직위 혁신하라 /이번엔 열차 충돌…멀고 먼 안전 사회
▲ 한겨레 = 황당한 '유병언 유령' 검거 소동 /지방자치의 그늘, '스폰서 재력가' 살인사건 /요양병원,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배우자
▲ 한국일보 = '한심한 검찰ㆍ경찰' 확인한 유병언 찾기 40일 /피살 재력가 사건에 민관 유착비리 악취 풀풀 /탄소배출권 시행 불가피하면 보완책 마련해야
▲ 매일경제 = 유보금 과세, 정부ㆍ기업 충돌 불씨돼선 안된다 /중견聯 한국 히든챔피언 육성 전진기지 돼야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차질 국민에게 설명하라
▲ 한국경제 = 중견기업연합회가 진짜 해야할 것 /경제적 자유라야 경제성장 가능하다는 사실 /재ㆍ보선에서 투표도 못하는 후보가 9명이나 되니

조선일보는 ‘검·경의 無能, 숱한 괴담 낳고 '정부 不信' 키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검찰·경찰이 조직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행적을 쫓던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이미 지난달 변사체로 발견됐던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의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DNA 등 분석결과 이제서야 유씨로 확인됐다는 것으로 황당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유씨가 변사체로 발견되기 이틀 전인 6월 10일 검찰·경찰은 군과 안전행정부 관계자들을 불러 대책회의를 열었고, 유씨 밀항을 막기 위해 해군 함정까지 동원했다. 13일엔 전국에서 반상회도 열었다. 그런 소란이 벌어지고 있던 때 유씨는 변사체로 발견됐지만 그 변사체가 유씨라는 것이 확인되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시신 발견 장소는 5월 25일 검찰이 유씨를 놓쳤던 순천 송치재 휴게소 별장에서 불과 2.5㎞ 떨어진 야산이다. 경찰은 검문소를 설치하고 8116명을 동원해 부근을 뒤지고 다녔다. 경찰관들은 눈만 뜨고 있었지 넋을 잃고 건성으로 근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조선은 또 “시신 DNA 감식 결과가 나온 21일은 검찰이 유씨 검거를 위해 발부받은 구속영장 유효기간이 끝나 새로 6개월짜리 구속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은 날이었다. 검찰 고위 간부는 이날 낮까지도 ‘추적의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며 뭔가 수사에 진전이라도 있는 듯 발언했다. 대한민국 검찰·경찰이 정말 이토록 무능한 조직이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라고 일침했다.

동아일보는 ‘‘죽은 유병언’ 찾아 헤맨 검경, 세월호 배후 밝힐 수 있겠나’라는 사설에서 “유씨 생포 실패는 세월호 침몰 직후 해경의 구조 실패에 이은 또 한 번의 공권력 실패다. 초동 수사 부실부터 검경 공조 미비까지, 세월호 사고 대처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이 판박이처럼 되풀이됐다. 유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순천 송치재 휴게소에서 불과 3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시신에서 금니 10개가 나왔고 주변에는 계열사인 한국제약에서 만든 스쿠알렌 빈병이 있었는데도 경찰은 주목하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해경의 판단 잘못으로 승객들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유씨를 놓고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던 박근혜 대통령의 네 차례 지시가 무색해졌다. 변사자 신원 확인에 안이했던 순천경찰서장이 직위 해제되고 순천지청 검사는 감찰을 받고 있지만 이 정도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검경 지휘부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여권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이런 검찰과 경찰에 내 세금을 써야 하나’라는 사설을 통해 “검찰과 경찰의 유병언 체포작전 과정을 복기해보면 허술한 초동 대처로 세월호 사고 희생자 규모를 키운 해경의 행태보다 더 한심하다. 우선 검경의 수사 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장남 대균씨 체포 과정과 순천 별장 급습 등에서 실수를 연발했다. 유씨의 시신이 발견된 뒤 경찰이 보여준 한심한 행태는 국민 입장에서 세금 내기도 아까울 정도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월호 사고 이후 가뜩이나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진 상황에서 유씨 시신 발견 후 각종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엔 의료민영화 입법예고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유 회장 시신 발견을 공개했다는 음모론도 나돌고 있다. 이런 의혹을 키운 책임은 처음부터 허둥대고, 공조를 제대로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유씨 일가를 잡지 못한 검찰과 경찰에 있다. 검경 수뇌부는 지금이라도 직을 걸어야 한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유씨의 사망원인을 철저히 밝혀내고 그의 두 아들 대균·혁기씨를 검거해 부당하게 모은 일가의 재산을 환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는 ‘황당한 ‘유병언 유령’ 검거 소동’이란 사설에서 “검경은 변사체의 DNA와 지문 감식 결과 유씨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조차도 믿지 못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이 정도라면 그 자체로 위기라고 봐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모든 책임이 유씨에게 있는 양 수사 분위기를 몰아 정부의 책임을 가리려 들었다는 의심이 파다한 터에 그런 불신은 더 위험하다. 유씨 사망의 경위를 제대로 밝히고,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가리는 수사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