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이어 밴드까지…사이버 검열 논란 ‘점입가경’
카톡 이어 밴드까지…사이버 검열 논란 ‘점입가경’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4.10.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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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네이버 밴드 대화내용 요구, 포털 핫라인 구축 방안도 검토

[더피알=박형재 기자] 경찰이 특정인의 네이버 밴드 대화내용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다음 등 4대 포털사이트와 핫라인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게시글을 삭제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검찰의 ‘카카오톡 사찰’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사이버 검열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 밴드도 안심 못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정청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3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12월 철도노조 파업에 참가했던 한 노조원이 올해 4월 서울 동대문경찰서로부터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집행사실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의 범위는 2013년 12월8일부터 19일까지 12일간 피의자의 통화내역과 피의자 명의로 가입된 ‘네이버 밴드’ 대화 상대방의 가입자 정보 및 송수신 내역이다.

정 의원은 “경찰이 특정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해당 피의자가 가입한 SNS와 그 곳에 가입해 있는 다른 사람들의 정보 및 대화내용까지 요구한 것”이라며 “이런 식이면 피의자 한 명을 조사할 때 수십, 수백 명의 지인들까지 손쉽게 사찰이 가능해지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네이버 밴드의 이용자 수와 개설된 모임 수 등을 감안하면 경찰의 요청은 사생활 침해를 넘어 엄청난 규모의 대국민 사찰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시 그 목적과 대상, 종류 등을 제한시킬 수 있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밴드의 경우 서비스 개시 이후 2년 동안 다운로드 수가 3500만건이며 개설된 모임 수가 1200만개에 이른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경찰이 정보를 요청한 것은 맞으나 이 정보들이 실제로 제공되진 않았다고 반박했다.

네이버 자회사인 밴드 운영사 캠프모바일은 “지난해 12월 서울동대문경찰서로부터 접수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 통지서에는 특정인의 일정 기간 접속로그, 대화 상대의 인적정보 및 대화 내용을 요청하고 있다”면서도 “캠프모바일은 밴드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통신비밀보호법에 의거, 당사자 본인의 로그기록은 제공하되 법적 근거가 없는 대화상대의 인적정보 및 대화내용은 제공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특정인이 가입한 밴드 리스트와 함께 대화 상대의 인적정보 및 대화내용을 재차 요청했으나 캠프모바일은 이를 다시 한 번 거부했다고 밝혔다.

캠프모바일은 “특정인이 가입한 밴드명만 기계적으로 추출해 제공하면서 ‘밴드는 채팅(대화)내역을 보관하지 않으므로 대화상대의 인적 정보 및 대화내용은 제공할 수 없음’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네이버 측의 발빠른 해명에도 검·경의 사이버 검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밴드는 대화내용을 저장하지 않는 특성상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으나 수사당국이 정보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포털글 삭제 위한 ‘핫라인’?

아울러 검찰은 네이버·다음카카오 등 국내 4대 포털사이트와 핫라인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게시글을 삭제요청하는 방안을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기호 의원(정의당)은 대검찰청이 지난달 18일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네이버·다음·SK커뮤니케이션즈·카카오 등 인터넷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검찰과 포털 운영사 간의 ‘핫라인’ 구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안전행정부 등 정부부처와 포털 운영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검찰 수사팀이 직접 포털사에 삭제 요청하겠다는 내용의 문건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 자료에는 ‘사이버 유언비어 명예훼손 상시점검 방안’을 통해 “주요 명예훼손·모욕사건 전담팀과 포털사간에 사회적 이슈가 되는 유언비어와 명예훼손 범죄에 대한 실시간 정보와 관련 자료를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전담수사팀에서 해당 글 등의 명예훼손·모욕여부 등 법리판단을 신속히 해 포털사에 삭제를 요청”한다고 명시됐다.

현행법상 온라인의 명예훼손 글 등을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것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임에도 검찰 수사팀이 직접 포털사에 삭제를 요청하겠다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기호 의원은 “정보통신망법은 글을 삭제하려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포털에 시정요구·명령하는데, 검찰의 즉시 삭제 요청은 이를 무시한 초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말한 직후 전담팀을 만들어 대대적인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 감시에 나서고 있다. 검찰이 카카오톡의 대화 내용을 들여다 본 사실도 외부에 알려지면서 사정당국이 사이버공간에 대한 무차별적인 감시와 사찰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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