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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라고요? 영향력자랍니다
‘덕후’라고요? 영향력자랍니다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5.10.23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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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여론 손에 쥔 막강 커뮤니티, 기업들도 ‘긴장’

[더피알=이윤주 기자] 골방에 틀어박혀 특정한 한 가지 일에 몰두한다면, 흔히 ‘덕후(오타쿠)’라는 별명이 생기기 마련이다. ‘미쿠짱(애니 캐릭터)’을 외치는 이미지를 상상한다면 오산!

그들은 특유의 집중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트렌드를 만들고 이슈에 중심에 서는 주역이다. 덕후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들도 그들의 움직임을 주목하는 추세다.

오늘의 ‘머글(일반인을 지칭)’이 내일의 덕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온라인상에서 강력한 영향력자로 떠오른 덕후. 그들은 아무도 살지 않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오지에 ‘커뮤니티’라는 집을 지었다. 덕후표 인터넷 카페 등에 사람이 모이며 그들만의 문화가 만들어졌다.

어덕행덕(어차피 덕질할거 행복하게 덕질하자), 덕통사고(어느 순간 갑자기 어떤 분야에 빠짐), 덕밍아웃(덕후 정체성을 밝힘), 입덕(덕후 세계로 입장), 탈덕(덕후 세계에서 나옴), 덕업일치(덕질과 생계를 동시에 이루어내는 삶) 등 전문용어(?)도 생겼다. 나날이 그들의 덕력(덕질의 정도)과 영향력은 커져간다.

그에 따라 기업들도 덕후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심오한 덕후질에 한 번, 전문가 뺨치는 스페셜티에 두 번 놀란다. 때문에 ‘덕후집’에 찾아가 노크하며 연결고리를 만들려 애쓴다.

이미 덕후들은 까다로운 소비자 그 이상을 넘어, 구매와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는 영향력자가 된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 뺨치는 보배드림

국내 자동차에 관련된 대표 커뮤니티를 꼽는다면 단연 ‘보배드림(www.bobaedream.co.kr)’이다. 자동차에 관련된 숱한 이야기의 근원지이자 탐정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회원은 150만명. 하루 60만의 방문자가 찾는 방대한 놀이터다. 2000년도에 개설돼 16년째 남성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보배드림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대표적 일화는 청주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다. 한 남성이 뺑소니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범인은 오리무중인 상황. 이때 사고영상이 담긴 CCTV가 보배드림에 올라왔다.

▲ 보배드림은 자동차 관련 대표 커뮤니티로 꼽힌다. 사진: 보배드림 게시판 화면 일부.

회원들은 차량 종류 추정, 번호판 판독 등 범인을 찾는 과정에 동참했고 한 회원의 결정적인 단서로 사건의 실마리가 풀렸다. 피해자의 배우자는 주변 이웃들의 큰 사랑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며 보배드림에 감사의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보배드림이 갖는 영향력의 핵심은 사건을 이슈화시키는 데 있다. 특히 ‘교통사고/사건/블박’ 게시판은 24시간 내내 뜨겁다. 회원들은 자신의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에 찍힌 대상을 칭찬하고 비판하며 정보를 공유한다.

일부 회원들의 자동차 관련 지식은 전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해도 손색이 없다.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자동차기업이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지사.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보배드림은 ‘안티 현대차의 성지’로 불린다. 게시판에는 현대차 차량의 결함을 지적하는 각종 글들이 시시각각 올라온다. 심지어 지난 7월엔 싼타페에서 ‘왈왈’하는 개소리가 난다는 영상이 화제를 모으면서 ‘개타페’라는, 현대차 입장에선 결코 유쾌하지 않은 별명이 나돌기도 했다.

이같은 내용의 게시물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부정적 여론을 만들었고, 기업·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다.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이 최근 3년 새 43.1%에서 39.4%로 8.4%나 하락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배드림을 비롯해 각종 자동차 관련 동호회의 게시글을 살펴보면 ‘현대차 100만 안티’는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에 현대차는 “현대차 대체 왜 미워합니까?”라는 설문조사를 시행하며 소비자 마음을 다독이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또한 자사 공식블로그에 ‘오해와 진실’이라는 코너를 개설, 안티가 주장하는 논리를 반박하면서 부정적 이미지를 씻기 위해 애쓰고 있다. (관련기사: 욕 먹을 각오로 하는 현대차의 블로그 소통)

보배드림 회원 40명을 초대해 ‘보배드림과 함께하는 현대자동차 7DCT 시승회’를 여는 등 안티도 끌어안는 행보에도 나섰다. 보배드림 운영자는 “기업에서 신차 발표회 때 보배드림 전용 기자를 요청하기도 하고, 우리 측에서도 시승기 의뢰를 받으면 기사를 써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를 바라보는 덕후들의 시선은 여전히 살갑지 못하다. 현대차 관련 게시물 중 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은 댓글을 보면 “흉기의 신차 충돌실험은 소비자 눈을 속이는 치졸한 충돌테스트일 뿐이라고 보이네요!”, “주머니비면 고객사랑ㅋㅋ”라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룬다.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고객 소통으로 사랑받는 회사가 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소셜 편집국’ 차린 현대차, 소통 드라이빙) 현대차와의 소통 최전방에 있는 ‘덕심’들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성패는 갈릴 것으로 보인다.

PC덕질의 뿌리, 쿨엔조이(coolenjoy)

▲ 쿨엔조이 사무실 전경./사진제공: 쿨엔조이

‘세상에 만 명의 덕후가 있는 게 아니고 백 명의 사람이 백 개의 덕질을 한다’.

이 말을 가장 잘 설명하는 곳이 쿨엔조이 커뮤니티가 아닐까 싶다. 쿨엔조이는 PC 하드웨어에 관련된 덕후들이 모인 공간이다. 조립형PC는 필요한 성능을 자기 입맛에 맞게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PC 전반에 걸친 콘텐츠를 다루게 됐다.

그들은 쿨링(팬에 설치된 열을 식혀줌), 케이스, 튜닝, 오버클럭(컴퓨터 부품 성능을 더 높이는 과정), CPU, 메인보드, 그래픽 카드, 게임 벤치마크 등 PC 기반의 산업 전체에 걸친 정보와 노하우를 꾸준히 축적해왔다.

쿨엔조이는 유저들의 지식으로만 이뤄진 커뮤니티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더 정확한 정보들을 검증해 공유한다. 회원수는 18만명 정도지만 일평균 뷰(view)는 약 80만건으로, PC 관련 덕후 커뮤니티의 영향력을 톡톡히 입증하고 있다.

쿨엔조이의 시작은 2004년 개설된 개인 블로그였다. 쿨엔조이 운영자 주유환 씨는 “PC시장이 계속 확장돼 가지만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국내 리뷰를 찾기 어려운 것이 아쉬웠다”며 “당시 관심이 많았던 CPU쿨러 리뷰를 심층적으로 작성하기 시작했고, 정부 주최 리뷰대회에서 입상을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국내에도 유명 컴퓨터 제조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보도하는 관련 콘텐츠의 질은 해외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 그래서 고급 정보를 얻기 위해 네티즌이 직접 나서 해외자료를 탐방했고,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 출시 전 쿨엔조이 운영팀이나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제품에 반영하는 일이 종종 생겨났다. 현재 80여개의 스폰서 업체가 있으며, 신제품 출시 전 ‘유저 설문’이라는 게시판을 활용해 피드백을 하는 등 업체와 소통하고 있다.

파워서플라이 전문업체인 뉴젠씨앤티(NEWZEN)의 경우, 한국 유저들을 위해 특별히 개발 한 제품을 출시하기에 앞서 쿨엔조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1차 설문을 진행했다. 이어 회원들이 선호하는 색상을 알기 위해 2차 설문을 했고, 834표(48.80%)로 ‘톡톡 튀는 색상이 마음에 든다’라는 결과를 얻어 실제 제품에 반영했다.

운영진은 “쿨엔조이가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유저 중심으로 정보 공유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아울러 “스폰서 기업들과 유저들 간 소통하는 장이 된 것도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운영자들은 기업을 직접 방문해 탐방기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회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컴퓨터 케이스 전문업체 유한하이테크는 쿨엔조이 회원들에게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새 그들의 목소리는 업계에서 정보를 모으는 중요한 지표가 됐다.

밀리터리에 미친 택티컬 포럼(tacticalforum)

▲ 태상호기자가 아웃도어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사진제공:택티컬포럼

전술·전략을 뜻하는 택틱(tactic)은 보통 사람에게 생소한 용어다.

택티컬 포럼은 밀리터리, 나이프, 총기 등에 ‘미친’ 사람들의 모임. 운영자 윤석만 씨는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군 장비를 즐겼고, 자연스레 택티컬에 입문하게 됐다”며 “그렇게 한 선택이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됐다”며 입덕 계기를 설명했다.

초반엔 ‘하드코어 마니아’라는 소규모 모임공간으로 만들어졌지만, 점차 주변에서 같이 어울리자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2008년 정식 커뮤니티가 됐다.

위험하고 민감한 정보들이 밀집해 있다 보니 미성년자는 가입할 수 없다. 현재 10명의 운영진이 각자 자기 일을 하면서 사이트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회원의 30%가 군경, 특수부대, 소방관 등 전문직군 종사자라는 것.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해 온 태상호 종군기자는 택티컬 포럼의 운영진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를 포함한 일명 ‘택동 기동 취재단’은 무기와 전투 장비를 직접 테스트해본다. 한국군 신형 헬멧에 대한 방탄 테스트는 ‘수박 이병 구하기’라는 이름 아래 수박에 헬멧을 씌워 진행되기도. 

▲ 신형 헬멧에 대한 방탄 테스트. ‘수박 이병 구하기’/사진제공:택티컬포럼

회원인 배우 정찬은 미국의 총기·사격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 ‘정찬의 아드레날린 번아웃’을 제작하기도 했다. 또 모교인 경운대 경호학부 대학에 교관으로 참석하는 등 연예인도 입덕에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택티컬 포럼은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평범’을 거부한다.

MRA총기협회에서 정식 교육을 받고 전술사격 강의를 듣는가하면 좀비대비훈련을 위한 해외훈련, 봄 소풍 겸 전술응급처치를 배우기도 한다.

이런 식의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언론에 소개됐고, 점차 여러 기관에서 참고하는 파워풀 커뮤니티가 됐다.

한국군의 신/구형 전투복을 미군 것과 비교실험해 방염성이 취약하다는 것을 밝혀냈고, 보완책으로 면의 함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한 것도 바로 택티컬 포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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