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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외면하는 정책홍보, ‘삽질’은 이제 그만
국민이 외면하는 정책홍보, ‘삽질’은 이제 그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10.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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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홍보 진단 上] 정책고객과 소통 실종...광고카피보다 못한 대접

정책홍보는 국가토목사업이 아니다. ‘삽질’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책홍보의 삽질 사례가 종종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뿐만 아니다. 상당수의 국민들에게 정책홍보는 그저 관가에서 떠드는 ‘그들만의 외침’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실이다. 도대체 정책홍보는 왜 이렇게 찬밥 취급을 받는 것일까.

[더피알=문용필 기자] 먼저 한 가지 묻는다. 혹시 ‘불법무기류 자진신고 기간’이 언제인지 정확히 알고 계신지. 너무 마이너하다고? 그럼 좀 더 도발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현 정부의 핵심과제인 ‘창조경제’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디를 지향하는지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가.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지만 아마 시사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한 상당수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할 것이다.

▲ 사진: 뉴시스, 기획재정부 페이스북, 고용노동부·정책브리핑 홈페이지 캡쳐.

대답을 못해도 창피스러울 건 없다. 많은 국민들이 별반 다르지 않을 테니까. 이렇게 자신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에게 정책홍보는 다른 나라 이야기가 되기 쉽다.

비단 무관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헛발질’이라고 평가받을 만한 몇몇 정책홍보 사례가 언론에 의해, 혹은 여론에 의해 ‘대차게 까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지난 메르스 사태 당시 여론의 도마에 오른 보건당국의 ‘낙타고기 섭취금지’ 홍보물은 초여름 날씨 속 국민들의 짜증과 실소를 배가시킨 대표적인 삽질 케이스였다. (관련기사: 메르스 대책, ‘소통법’부터 배워야)

효율성 가로막는 非전문적 관료주의

사기업이었다면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정부부처나 지자체가 집행하는 정책홍보 예산은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되도록 긍정적인 홍보효과를 이끌어내야 할 의무가 정부에게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정책홍보는 아직까지 기업의 광고카피 한 줄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

많은 정책홍보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뿌리박힌 공직사회의 전형적인 관료주의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책실무자들이 중요 의견을 만들어 올려도 정책결정자들의 구태의연한 마인드가 있다”며 “본인들의 비전문적인 생각들을 그 안에 투영하기 때문에 아이디어나 생각들이 상당히 바뀌고 그게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곤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정책캠페인만 해도 시의적절하고 감각적인 것을 시도하려 해도 진부한 (사고방식을 가진) 정책결정자들이 이것저것 넣으라고 해서 종합선물세트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두원 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책에 대한 사전적 쟁점관리, 위기관리, 루머관리, 고객관리를 충실히 하면 국민과 소통될 수밖에 없다. 정책홍보는 정책고객과 소통하지 않고서는 이뤄질 수 없다”면서도 “고객의 민원보다 기관장의 지시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정책홍보가 된다”고 꼬집었다.

한 PR회사 관계자는 “정책홍보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정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기인한다”며 “특히 예산 규모가 큰 정책홍보일수록 국장과 실장 내지는 장관 등 고위공무원의 판단이 결정적인데 국민정서와는 전혀 다른 홍보 메시지를 정하게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일선에서 일하다보면 사무관이나 과장 선까지는 국민정서와 통하는 판단을 하지만 그 이상 보고체계가 올라가면 소위 말하는 ‘윗분’의 하향식 전달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무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정책홍보의 문제점에 한몫을 한다.

박종민 교수는 “많이 없어지기는 했지만 (부서를 옮겨 다니는) 순환제 근무의 폐해가 여전히 있다. 최근에는 계약직으로 정책홍보 전문가들을 선발하기도 하지만 과거의 비전문가들도 포함돼 있다”며 “그러다보니 전체 의사결정을 통해 나오는 결과물 자체가 일반 기업보다는 부족한 면이 있고 ‘적당히 홍보하자’라는 말이 나온다. 튀지 않고 점잖게 홍보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언급했다.

▲ 기획재정부 페이스북에 게재된 차관동정. 상당수의 정책홍보는 이러한 방식의 단순알림에 그치고 있다./사진: 기획재정부 페이스북 캡쳐.

여전한 관료주의와 전문성 부족은 홍보전략의 부재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는 “정책홍보의 기본은 ‘RACE’ 모델이다. 리서치(Research)와 기획(Action), 실행(Communication), 평가(Evaluation)인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니 노력만큼 소출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책홍보 전문가인 배미경 박사는 “우리나라는 홍보 타깃에 대한 사전 분석이나 이해가 박약한 편”이라며 “타깃에 대한 효과적인 분석과 충분한 이해를 기반해야 정보전달이 잘 되는데, 그 지점에서 기업과 정부조직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한 홍보전문가 A교수는 “특정 정책에 대해 단기간에 가시적 홍보성과를 내야한다는 현실이 정책홍보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닌가 싶다”며 “정책부서가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PR전략을 함께 수립하고 홍보한다는 것은 여전히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한 PR회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홍보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어느 수준의 일간지 기사 몇 건, 고위 공무원 기고문 내지 인터뷰 몇 건 등 윗분들이 평가하는 홍보가 그런 식에 머물러 있다 보니 홍보 대상에 맞지 않는 매체와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뻔한’ 가이드라인, ‘입맛’ 맞추기식 대응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부처의 업무평가 중 하나였던 정책홍보 항목은 지난 2008년 폐지됐다가 이듬해 부활했다.

2011년부터는 부처가 작성한 해명자료 우수사례 1건당 0.02점을 가점하고 별다른 대응이 없는 경우 0.02점을 감점하는 형태로 운영했다가 기관공통사항의 하위지표였던 홍보항목을 금년부터 정책홍보항목으로 바꾸면서 20점으로 배점을 높였다.

도 의원이 밝힌 문체부의 언론오보대응실적 평가방식은 이렇다. 해명자료를 많이 배포한 부처는 그 노력을 인정해 기본점수를 부여하고 해명이 반영된 건수에 따라 추가로 가점을 부여한다는 것.

이 때문인지 정부 비판 기사가 나올 때마다 각 부처는 해명보도자료 배포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기사 요지와 다른 엉뚱한 답변을 내놓아도 평가점수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 도 의원의 주장이다. 지난해 40개 부처에서 배포한 언론해명자료는 총 2576건. 이는 전년대비 626건이나 늘어난 수치다.

지난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홍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문광부는 정책 오보에 대한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한 일간지 기사를 사례로 들었다. 늑장대응, 소관부처 불명확 등으로 적시대응을 하지 않아 오보내용이 타매체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 의원은 “기사 확인 결과 부처 통계로 한 기사로 통계수치를 틀리지 않았다”며 “오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기사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수산대학의 홍보동영상 제작 입찰 공고 과제지시서./출처:조달청 나라장터
관행적인 업무방식이 남아있으니 정책홍보를 대행하는 PR회사들도 차별화된 전략보다는 ‘갑’인 발주처의 입맛에 맞추려 노력한다.

이두원 교수는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홍보 메시지는 대다수가 행정기관의 추진정책을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형식적인 어투로 전달하고 있다”며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정책홍보를 정부나 행정기관의 홍보수단으로 잘못 인식하다보니 PR회사에 보내는 과제지시서가 부처나 기관의 시각에서 쓰여진다”고 봤다.

또한 PR회사 역시 “발주처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 ‘고객’인 그들 관점을 충실히 반영해 입찰경쟁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작성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www.g2b.go.kr)’를 보면 과제지시서가 포함된 정부부처, 기관의 홍보 관련 입찰공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중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수산대학이 게재한 ‘홍보동영상 제작 입찰 공고문의 과제지시서’를 보면 영상분량과 촬영방식, 편집방식은 물론 촬영용 드론 등을 이용해대학의 주요 전경을 항공촬영해줄 것과 웹드라마 형태의 메인 홍보영상 제작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세세하게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게 되면 실무 선에서 홍보전략과 독창성을 담아내기는 쉽지 않다. PR업계 내에서 “정책홍보는 전략 중심이 아니라 퍼포먼스 중심이고, 정부 부처마다 천편일률적으로 다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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