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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PI, 프로답지 못하다[기자토크] 타이밍 늦고 실행에선 디테일 떨어져…불필요한 논란 자초
승인 2015.06.22  18:15:45
강미혜 기자  |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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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강미혜 기자] 무언가 했다 하면 논란이 일고 어딘가 갔다 하면 뒷말이 나온다. 이쯤 되면 안 하느니 못하다는 얘기가 맞을 듯하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질환) 사태에서 정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국민 불신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에도 연일 날선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통령의 PI(President Identity) 전략이 세밀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메르스 대응 현장 방문을 비롯해 민생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통령의 모습은 ‘프로답지 못한 홍보’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도 30% 아래로 떨어졌다.

   
▲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 진화를 위해 연일 현장 행보를 잇고 있다. 사진: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박 대통령이 지난 14일 동대문 쇼핑센터를 찾은 모습, 16일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모습, 17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서 보고받는 장면. ⓒ청와대, 뉴시스

박 대통령은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뒤늦은 대응으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12일 만(6월 1일)에 메르스 관련 대책을 공식적으로 처음 언급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후 메르스 대응을 위한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 주재(6월 3일),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 방문 및 점검회의 주재(6월 8일), 미국 순방 일정 연기 발표(6월 10일), 경기도 메르스종합관리대책본부 방문(6월 12일), 서울대 메르스 격리병동 방문(6월 14일) 등 메르스 사태 진화를 위해 부지런히 나섰지만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사과 없는 ‘보여주기식 정치’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방점’은 지난 14일 박 대통령의 동대문 상점가 방문이었다. 메르스 여파로 관광객 감소 등에 따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청와대는 자화자찬 브리핑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청와대는 ‘동대문 상점가 방문 관련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동정을 알리면서 ‘쇼핑에 나선 시민들이 대통령의 깜짝 방문에 놀라며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들었고, “진짜 박근혜 대통령 맞아? 대박!!”, “대통령 파이팅, 힘내세요” 등을 외치며 몰려드는 탓에 근접 경호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경호에 애를 먹기도…’라며 상황을 묘사했다.

또한 ‘시민들은 대통령이 움직이는 곳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거나 응원을 해 주었으며 (중략) 시민들은 연신 휴대전화 셔터를 눌러대며 촬영을 했고 (중략) 상인들은 “더운데 우리들을 도와주시려고 일요일인데도 나와 주셨네요. 대통령 최고!!”’ 등의 반응을 전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낯뜨거운 홍보’ ‘박비어천가’ ‘공연한 발품’ ‘연출력이 빚은 코미디’ ‘황당 홍보’ 등 다소 과격한 표현들을 써가며 청와대가 민심을 읽지 못한 채 ‘대통령 스타일’ 살리기에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대 이상돈 명예교수 또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홍보수석이나 대변인들이 다 언론계에서 밥을 먹었던 사람들인데 어떻게 그런 발표문을 내는지 참 이해가 안 된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일침했다.

박 대통령의 현장 행보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주말(21일) 가뭄 지역을 방문해 직접 소방호스로 마른 논에 물을 주며 농민들의 애환을 들었다. 이 소식은 여러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지만 누리꾼들은 “전형적인 일회성 이벤트”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가뭄에 시달리는 논에 직접 물을 주고 있다. ⓒ뉴시스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하는 한 택시기사도 기자에게 “대통령이 정치는 안 하고 이곳저곳 다니면서 사진 찍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메르스 사태로 돌아선 여론을 다잡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전방위로 뛰고 있지만, 싸늘해진 민심이 반전되기는커녕 대통령 띄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위기관리 전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일단 타이밍적으로 한 발짝씩 늦고 실행단계에선 전문성 없이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박 대통령이 논에 물주는 것도 호스 각도 등까지 모두 고려했어야 하는데 디테일이 떨어지는 바람에 사진 앵글부터 어색하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어려울 때 민심을 돌아보려는 (대통령의) 취지나 동기 다 좋은데 늘 실행이 적절치 못하다”며 “동대문 쇼핑센터 방문 때만 해도 대통령 입에서 메르스로 울상인 상인들을 위로하고 힘을 주는 메시지가 나와야 하는데 머리핀 구매하고 손 흔들다 왔다. 그게 명절 민생탐방과 뭐가 다르냐”며 프로답지 못한 청와대 홍보 수준을 꼬집었다.

앞서 <더피알>은 박 대통령 당선 직후 전문가 좌담을 통해 정부의 PI관리와 정책홍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관련기사: 차기 정부 PI관리·정책홍보는 어떻게?)

당시 한 전문가는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은 국민과 교감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최고통수권자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듣고 살펴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PI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지금껏 PI라고 하는 게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지지율 상승 등 단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치적 접근에만 이뤄졌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결국 PR, 즉 퍼블릭 릴레이션(Public Relation·공중관계)의 철학을 제대로 가진 사람들이 참여해서 국정 초기부터 체계적 정부 커뮤니케이션 기준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박 대통령의 현 상황은 전문가들이 강조했던 국민과의 교감, PR 철학, 체계적 커뮤니케이션 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메르스 사태로 가뜩이나 민심이 흉흉한 판국에 불필요한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청와대 참모진의 홍보감(感)에 물음표를 달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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