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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 부르는 2% 부족한 커뮤니케이션실체 넘어선 포장·과장법 안 먹혀…브랜드-고객 관계가 핵심
승인 2016.05.13  11:57:16
조성미 기자  | dazzling@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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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조성미 기자] 기업, 자치단체 등이 진행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대중들이 참견하기 시작했다. ‘내가 해도 그보단 잘 하겠다’며 큰소리 뻥뻥. 다소 어설픈 활동으로 오지랖을 부르는 브랜드에게 대중이 직접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보여주며 질책과 함께 애정이 담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착한 바보’라는 별명이 붙은 LG전자는 소비자들이 직접 마케팅에 뛰어드는 이례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소비자가 혹할 만한 마케팅 포인트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마케팅팀이 안티’라는 우스갯소리가 더해졌다. 충성도 있는 소비자들은 ‘LG 마케터’를 자청하고 숨은 매력을 스스로 찾아 나섰다.

소비자들은 그간 마케팅팀이 놓쳐왔던 LG전자 제품들의 매력을 하나씩 꺼냈고, 이러한 붐을 타고 LG마케팅을 위한 소셜미디어 계정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관련기사: ‘LG 마케터’ 자청한 소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잠시 화제성을 타고 운영됐던 계정들이 현재는 ‘유령’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LG전자의 숨은 매력을 찾는 데 열심인 상황이다.

이 가운데 최근 눈에 띄는 것이 바로 G5 구매 고객 대상 증정행사다. G5 배터리의 충전크래들을 보조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는데, 다양한 전자기기를 들고 다니는 요즘 사람들에게 필수품으로 각광받는다. 기종에 상관없이 휴대하고 다니면서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구매자 입장에선 솔깃한 정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LG전자는 이를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때문에 ‘LG가 숨겨둔 G5의 장점’ 등의 제목으로 블로그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먼저 회자됐고, 이후 LG전자가 자사 블로그를 통해 ‘‘G5’ 궁금증 5가지(2)’라는 글로써 ‘‘G5’ 배터리팩은 USB 타입 A 케이블도 연결할 수 있어 다른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보조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고 다소 뒤늦게 홍보에 뛰어들었다.

   
▲ 소비자가 LG마케터를 자처해 생성된 트위터와 페이스북 페이지. 외장 보조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는 G5 배터리팩(오른쪽).

소비자발(發) 정보들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마케터에 비해 커뮤니케이션이 더 자유롭기 때문이다. 제품을 홍보하는 데 있어 PR인과 마케터는 우선 제품 관련 키(key)메시지를 골라내야 한다. 수많은 제품 속성과 장점 가운데 콘셉트로 내세울 것을 정하고 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주요 기능과 콘셉트 외 여러 속성 등은 자연히 묻히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최장순 엘레멘트 공동대표는 “기업의 마케터나 브랜더들은 내부 규율, 책임 소재, 실적 등의 다양한 제약으로 인해 네티즌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시도나 혁신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 어렵다”며 “반면, 외부의 개인들은 심각한 법적 문제를 발생시키지만 않으면 누가 뭐라 하지 않기에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은 제품의 ‘감춰진 속성’ 중에서 각자 자신들이 좋아하는 점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하고 스스로 홍보하게 되는 것이다.

신뢰·선함에 움직인다

브랜드가 어설픈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모두 도와주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브랜드에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경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비난하고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

지난 2013년 ‘제네시스 4행시’를 진행했던 현대자동차의 이벤트는 소비자들의 성토의 장이 됐고(관련기사: 소비자는 마케터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난해 교촌치킨 웹툰 공모전 역시 상대적으로 치킨의 양이 적다라는 소비자 불만이 다수를 차지함에 따라 이벤트를 잠시 중단하고 형식을 재정비해 진행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교촌치킨의 야심찬 이벤트, ‘교촌불만’으로 둔갑)

   
▲ 성남시가 분리배출에 대한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영상의 한 장면.

브랜드에 대한 반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직접 마케터를 자청하게 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바로 신뢰와 선(善)함이 인식 바탕에 깔려있는 덕분이라고 풀이한다.

최장순 대표는 “브랜드 실체 자체가 미흡하거나 악하지 않기 때문에 브랜딩·마케팅·디자인 차원의 부족한 부분은 소비자 입장에서 ‘안타까움’으로 전환된 것”이라며 “전략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무언가 허점이 보이고 틈새가 있어서 그 브랜드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메워주고자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광고심리학 박사인 이성수 선문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브랜드와 소비자는 단순히 자원이 오고 가는 ‘거래적 관계’와 마음 속 단골 같은 ‘공동체적 관계’로 나눠볼 수 있다”며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마케팅에 뛰어드는 사례의 경우) 브랜드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급자가 아닌 내 마음과 도움을 줘야할 대상인 공동체적 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같은 공동체적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다. 일례로 소비자 실측 결과 963g이었던 노트북을 LG전자는 980g으로 홍보했는데, 측정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값을 최대치로 설정한 결과였다는 점이 알려지며 소비자들에 신뢰를 더했다.

반대로 현대차는 ‘초고장력강판’ 관련, 소비자에게 알린 정보가 과장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대차는 당초 제네시스 ‘EQ900’에 초고장력강판을 51.7% 사용했다고 밝혔는데, 국제 기준 적용 시 21%로 줄어들게 된 것. 실상 이 수치는 경쟁사들이 사용하는 16~19%와 비해 높은 비율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이 교수는 “현대차 사례를 보면 타사 대비 우월함이 (소비자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부풀렸다는 데서 비판을 받는 것”이라며 “단골관계는 신뢰를 저버리면 모든 것이 허물어진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네티즌이 성남시의 분리수거 소녀를 모티브로 재창조한 다양한 작품들.

‘우리편’으로 인식돼야

소비자들이 직접 마케터로 나서는 사례가 브랜드를 넘어 공공 영역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성남시의 분리수거소녀의 경우 전 국민이 함께 만드는 캐릭터가 됐다. 시는 소셜방송 채널인 ‘성남tv’에 재활용품 분리배출전용 그물망 사용을 홍보하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선보인 바 있다. 여성 공무원 캐릭터가 분리배출 방법을 소개하는 30초짜리 영상으로 자치단체가 진행하는 일반적인 홍보활동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영상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눈에 생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애니메이션과 미소녀 게임 등에서 주로 묘사되는 인물의 성격 중 하나를 가리키는 ‘얀데레(한 사람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성격)’스러운 외형으로 다소 공포스럽다며, 왜 이렇게 만든 것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번졌다.

이에 누리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녀의 성격을 극대화한 작품을 제작해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급기야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남시 분리수거 소녀 성지영으로 어떤 작품, 어떤 2차 창작물을 만들어도 좋습니다. 아니 환영합니다^^’라고 트윗을 남기기에 이르렀다.

결국 성남시의 분리수거소녀는 이미지, 동영상, 게임, 코스프레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며 성남시의 재활용품 분리배출전용 그물망을 홍보하게 됐다.

얼마 전 치러진 20대 총선에선 표창원 당선인(더불어민주당)의 선거포스터가 유권자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표 당선인은 예비후보 신분이던 지난 3월 초, 직접 제작한 선거포스터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공개했다. 가슴에 손을얹고 있는 흑백사진에 예비후보임을 알리는 문구와 지역구, ‘안전한 대한민국, 표창원과 더불어!’라는 슬로건이 새겨져 있었다.

   
▲ 표창원 당선인이 제작해 공개한 예비후보 포스터.

하지만 이를 본 지지자들은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안타까움부터 표했다. 글자의 위치나 폰트 등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깔끔하지 않은 이미지 탓에 ‘도저히 눈뜨고 보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결국 네티즌들이 손수 작업에 나섰다.

한 네티즌은 “블로그에 원본 사진을 왕창 올려두세요. 제가 디자인해드릴게요”라고 이야기했고, 표 당선인은 “블로그에서 적절한 사진 골라 포스터 만들어 올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고수들의 도움을 청했다.

이후 며칠이 되지 않아 고수의 손길을 거친 수많은 작품들이 선을 보였다. 이에 표 당선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작품을 공개하는 한편, 고생해준 작업자들에게 포스터를 출력해 사인해주는 선물로 화답하기도 했다.

브랜드는 소유권 없어

대중들이 정책 홍보도, 선거 운동에도 직접 나서게 만든 것은 앞서 이야기한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편(in group)’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이성수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경쟁구도 속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는 존재에 대해 사람들은 동일시를 느끼고, 그들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스스로의 자율성을 충족시키고픈 마음이 들었을 것”이라며 “심리학적으로 우리편이라는 범주 속으로 들어왔던 이가 약세를 보일 때 나타나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최장순 대표는 “있는 것 없는 것을 다 동원해 실체를 넘어 포장하는 것이 마케팅을 잘하는 것이라 믿었던 이들을 향한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면서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움직였다는 점에 집중해 ‘브랜드-고객 관계(Brand-Customer Relationship)’가 핵심 화두가 됐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전략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짜인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브랜드 2.0’이었다면, 지금은 소비자의 자유로운 참여와 비판을 얼마나 허가하고 수용하느냐가 브랜드 관리 과정상 주요한 관점이 되는 ‘브랜드 3.0’ 시대”라며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관심은 기업의 브랜드 관리를 보다 유연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 네티즌이 직접 제작해준 표창원 당선인의 포스터.

전문가들은 브랜드는 더 이상 누군가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브랜딩을 해달라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대중들이 이를 가지고 노는 것은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대다. 특히 여러 채널과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누구나 자발적으로 브랜딩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소비자들 손에서 브랜딩의 향방을 맡겨야 하는 것이라면 소비자가 잘 가지고 놀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전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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