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된_스토리텔링_파워+1
#진화된_스토리텔링_파워+1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6.09.21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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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1+1] 빅(big) 아이디어에서 홀(whole) 아이디어로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진화된_스토리텔링_파워1에 이어...

[더피알=정지원] 올해 칸 국제광고제는 다양한 인사이트를 안겨줬다. 칸 광고제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 퍼블리(Publy)라는 회사 덕분에 거의 칸에 다녀온 듯한 생생한 리포트를 전달받았다.

▲ 2016 칸 라이언즈 안내 깃발. 사진=공식 홈페이지

퍼블리는 칸 광고제에 대신 참석해 리포팅, 인터뷰, 인사이트를 담은 현장리포트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공개 펀딩했고, 목표한 펀딩금액의 459%를 초과 달성했다.

이들은 칸에 참석하기 한 달 전부터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동조할 참여자들을 모았다. 온라인상 리포트 공유, 오프라인 세미나 등을 통해 참여자들과의 밀착된 교감을 유도했다. ▷관련기사: 2016 칸 광고제를 돌아보다

우연하게 본 SNS 광고를 통해 참여하게 돼 이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새삼 생각하게 된 것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보여준 ‘이 시대의 스토리텔링’에 관한 것이다.

칸 광고제에 대해 리포팅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깨고 혁신적인 펀딩과 온·오프라인 참여를 유도한 이 회사는 우리가 사는 시대가 디지털에 의해서 ‘모든 것들이 연결된 시대(Connecting Age)’라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과정 전체의 스토리텔링으로 핵심고객들의 마음을 정조준했다. 진화된 스토리텔링은 과연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나이키 혁신의 원천

나이키의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해온 R/GA의 제이 자사(Jay Zasa)는 최근 한 광고 컨퍼런스에서 기존 광고 커뮤니케이션이 기업 측이 정의한 ‘빅 아이디어(Big Idea)’를 중심으로 하향식(top-down)으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고객이 실제로 한 말과 행동을 기반으로 상향식(bottom-up)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방식을 모두 포함한 ‘홀 아이디어(Whole Idea)’에 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3년간 칸 광고제에서 수상한 브랜드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홀 아이디어적인 접근의 다양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수상한 컬럼비아의 인기 과일 스낵 브랜드 루키(LUKI)는 적십자사와 손잡고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스토리를 전개한다.

컬럼비아는 수백개의 강으로 이뤄져 있어 정글에 사는 아이들이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이동할 수밖에 없다. 예측할 수 없는 폭우가 발생하기도 해 지난 5년간 1만명이 넘는 아이들이 강에 빠져 목숨을 잃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루키는 학교에 가기 위해 위험하게 강을 건널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안타까운 사고를 겪지 않고 안전하게 등·하교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킨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구명조끼 기능이 설계된 등교가방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다. ‘The Lifesaver Backpack(구명백팩)’이라고 명명된 이 가방은 물속에서의 구명조끼 기능과 학교교재를 담는 책가방의 기능을 합친 것이다.

위대한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반드시 화려하고 현란한 테크놀로지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단순한 가방은 명백히 보여준다.

관찰에서 생산까지 전 과정을

2016년 10월은 한국의 대학생이 주축이 돼 개발한 점자 스마트워치 닷워치(Dot watch)가 양산되는 의미 있는 시기다.

스마트폰에 이은 새로운 혁신, 스마트워치는 출시와 함께 꾸준히 그리고 우리 생활에 더욱 밀접하게 들어와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이러한 기술과 혁신의 도움이 절실한 시각장애인들은 시장이 작다는 이유로 스마트 웨어러블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대학생 4명이 개발한 이 혁신적인 시계는 바로 이같은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개발의 모티브가 된 것은 2013년 시각장애인 친구의 목에 걸린 커다란 기계였다. 일종의 점자노트북 같은 투박하고 무거운 기계는 3kg의 무게와 300만원이 넘는 고가품이라 시각장애인들의 2% 정도만이 사용하는 상황이었다.

15년간 변화가 없는 시장에 도전한 젊은 CEO는 기존 점자정보 단말기의 20분의 1의 무게, 10% 수준의 가격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인다.

이들의 스토리텔링이 빛을 발한 순간은 지난 3월 한 컨퍼런스에서 스티비원더가 닷워치의 시제품에 격한 반응을 보인 그 순간이었다. 컨퍼런스에서 탄성을 지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스티비 원더가 다음날 바로 사전 예약 주문을 했다는 이야기는 놀라운 속도로 바이럴됐다.

이후 닷워치는 2016 칸 광고제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을 심사하는 ‘이노베이션 부문’과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프로덕트 디자인 부문’에서 한국 기업 최초로 각각 금상을 수상했다.

이들의 제품이 비단 시각장애인만이 아닌 모든 이들에게 의미가 있게 된 건 처음 교회 친구의 목에 걸린 커다란 점자기계를 관찰한 순간부터 스티비 원더의 사전주문, 최근 칸 광고제 수상과 전세계 양산 소식까지 전 과정에 있다. 연결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전해지는 이 과정 자체에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완성하는 기적이 숨어있는 것이다.

감각을 장악하는 디테일한 스토리

요즘 핫한 커피브랜드 블루보틀(Blue Bottle)과 토요타 프리우스(Prius)의 콜라보레이션은 특별하다. 경험의 시대이다. 모두가 각자의 경험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감각적 시도들이 디테일하게 전개될 수만 있다면 이 시대의 스토리텔링에서 상당히 유리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 두 브랜드의 콜라보는 매우 영리하고 유쾌하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각과 기술의 세계를 관통시켜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맛보게 하고 보여주고 만지게 해준 프로젝트라고 표현해야겠다.

프리우스를 주행해본 블루보틀의 바리스타들은 설명하기 어렵고 추상적인 하이브리드 기술(Hybrid technology)을 커피 맛으로 재현해낸다.

균형감, 편안함, 부드러운 주행의 프리우스를 맛으로 설명할 수 있는 원두로 블렌딩(배합)하고 로스팅(원두를 볶는 작업)하고 드리핑(커피 내리기)해 한 잔의 커피로 창조해낸다.

프리우스의 연비를 커피의 클린컵으로 표현한 디테일 살아있는 MD상품들까지 전개한 이들의 콜라보레이션은 두 브랜드에도 좋고 커피 고객들에게 또한 즐거운 스토리로 널리 퍼지고 있다. 이 스토리텔링이 여타 콜라보레이션보다 좀 더 특별할 수 있다면 그것은 감각에 대한 디테일한 상상력에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된 시대의 스토리텔링

세상이 큰 폭으로 변화하고 새로운 기술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해도 브랜드가 해야 하는 역할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면 이 시대의 스토리텔링은 훨씬 더 의미심장해진다.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은 사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므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과 주체가 모두 전방위적인 시대, 즉 ‘모든 것이 연결된 시대’에는 더욱 절실한 툴이 될 수밖에 없다.

상품의 특징보다 상품이 보이는 모습, 만들어진 과정과 배경, 상품이 널리 공유될 만한 이유를 제공할 수 있는 진화된 스토리텔링 파워가 절실해지고 있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J&brand) 대표이사

정교한 맥락과 매력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느라 골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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