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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러려고 에이전시 왔나말로는 파트너지만 여전히 갑과 을…뒷목 잡는 상황들 접수
승인 2017.02.24  11:13:03
안선혜 기자  | anneq@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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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안선혜 기자] 지난달 <더피알> 주최로 진행된 2017년 PR을 전망하는 자리, PR학회장의 입에선 재임 기간에 제일 중요시 할 것 중 하나가 PR업무 관행 개선이라는 말이 나왔다. 상반기 중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 관행을 조사하고 발표하겠다는 예고였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PR업계 뿐 아니라 광고, 마케팅 할 것 없이 에이전시가 겪고 있는 불합리한 상황들은 수두룩하다. 열정을 가득 안고 들어왔건만, 이를 고갈시키는 업무 환경과 경쟁 프레젠테이션(PT) 과정에서 벌어지는 아이디어 갈취 행위 등 에이전시가 겪는 흔한 뒷목 잡는 상황들을 접수했다.

   
▲ 업무 수행에 있어 여전히 갑을관계의 '나쁜 관행'이 남아 있다 .

 서비스는 사은품이 아닙니다
클라이언트가 용역을 공고할 때 제시한 제안요청서(RFP) 사항대로 혹은 최종 계약한대로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다. A, B, C 등 3가지 업무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실제 업무를 진행할 때는 A, B, C, D, E, F까지 요구한다. 자연스럽게 서비스 개념으로 생각하는 건데, 그것도 가능한 범위가 있는 거지 도를 넘을 때가 많다. 에이전시는 추후의 계약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원하는 대로 업무를 진행하곤 하나 불만이 없을 리가.

 갑과 을의 시간
상호간 약속된 시간이 아닌 급하게 내려오는 주문이 있다. 이럴 경우 퀄리티가 좋지 않은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인하우스 담당자도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상호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서로 신뢰도 떨어뜨리고, 악순환을 만드는 고리다.

 애인보다 자주 연락하는 당신
클라이언트로부터 시도 때도 없는 전화, 문자, 카톡, 퇴근 즈음 연락해서 내일 오전까지 업무 끝내라는 것 등은 너무 일상(!)적인 일이라 굳이 따로 얘기하지 않아도.

 왜 손발만 되려하나
인하우스와의 관계 설정 자체가 문제다. 무조건 에이전시 스스로가 계약상 을로 인식하고 그걸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인하우스와의 관계에서 손발이 돼주는 걸 자초하는 경우가 많다. 윗사람들이 특히 그렇게 많이 접근한다. 계약을 따와야 하기 때문인데, 그럴 경우 계약서는 굉장히 방대해지고 아래서 일하는 사람은 죽을 맛이다.

 나는 누구? 지금 여긴 어디
일부 클라이언트는 사업 기간 내내 파견 직원을 요청한다. 파견이 꼭 필요할시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게 되거나, 담당자가 파견 직원에게 사적인 심부름을 맡겨 문제가 발생한 적도 있다. 클라이언트 내부 감사 준비 업무를 에이전시 직원에게 시키는 일도 있다. 내부 문서 복사, 워드 파일 정리, 스캔 등이 웬말인가.

 지시했지만 나는 모른다
보도자료 혹은 기획기사 작성 시 클라이언트 내부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요청하는데, 본인이 지시했음에도 “왜 그러한 자료가 필요한 것이냐”고 반문하면 당황스럽다. 관련 데이터를 받아 볼 수 있는 부서 담당자를 알려달라고 하면 “알아서 찾아보라”는 식으로 답변하기도. 결국 회사 고객센터에 전화 후 일일이 담당 부서에 전화해서 자료를 작성했다.

 들러리는 싫어요
관계에 의한 암묵적 업체 선정이 된 상태에서 비딩(경쟁 입찰)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공개 입찰 형태를 취해야 하니 RFP를 발주하긴 하는데, 내정된 업체가 있으면 아무리 제안서가 좋아도 들러리로 전락한다. 비딩에 참여한 회사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리소스를 투입하는 셈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에이전시는 다른 유효한 입찰에 참여할 기회를 날려버리게 된다.

 인맥 통한 일감 따오기
영업력으로 포장되곤 하나 부당한 형태의 친분 관계로 결과를 뒤엎는 사례가 있다. 함께 일해 봤더니 괜찮더라가 아닌, 아는 것 자체가 영업력이다 능력이다로 포장되는 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어떤 과정을 거쳐 해당 업체를 알게 됐는지가 중요하다.

 탈락한 아이디어도 내 것
당락 여부에 상관없이 RFP를 발주한 주체에 제안이 귀속된다는 조항이 아직도 대부분 있다. 떨어진 업체가 제출한 아이디어까지 발주 업체가 가져가는 거다. 문제는 다른 업체의 아이디어를 선정 업체가 실행하는 경우다. 에이전시는 A가 되고, 실행 아이디어는 B의 것을 가져다쓰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거다. 리젝션 피(rejection fee)도 안 주면서.
어떤 경우는 여러 업체로부터 제안을 받고선 결과적으로 아무도 선정하지 않기도 한다. 여건이 안 되어 못한 경우도 있지만 아이디어만 빼가는 곳도 드물게 있다. 의도적으로 아이디어만 쏙 뽑아먹겠다는 뻔뻔한 의도로 접근하는 곳은 많지 않다. 그래도 3~5개 제안서를 받아보고 안 하겠다고 하면 아무래도 의심이 간다.

 리젝션 피
PR 업계에 입문한 지 10년, 리젝션 피를 주는 경우를 딱 두번 봤다. 최근엔 제안서에 품이 많이 들어가는데 그러면 비용도 자연히 증가한다. 내부 전문 인력이 있어도 높은 수준을 원하면 외주업체에 발주해 비딩에 들어가는데, 리젝션 피는 없다. 퀄리티가 안 나오면 다음에 초대 자체를 안 하니 억울해도 제안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나만 못미더운가
심사를 할 때 기존에 보유한 풀(pool)에서 당일 아침에 연락해 가능한 사람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할 때가 있다. 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몇몇 소수로 심사가 이뤄진다. 공정성을 기하는 건 좋으나 경험이나 안목에 따른 심사위원 위촉이 아닌 그때 시간이 나는 사람으로 이뤄진다는 건 신뢰가 떨어진다.

 모두의 휴일을 꿈꾸며
간혹 긴 연휴를 포함해 진행되는 RFP가 나올 때가 있다. PT 참여를 결정하면 황금 같은 휴일을 몽땅 반납해야 한다. 피치 못할 긴박한 상황이라면 솔직한 배경 설명과 상세한 오리엔테이션이 먼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각사 상황이 다르기에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그래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 서로 협의를 하면 될 터이고, 그게 파트너의 역할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 없이 일방적인 통보로 진행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통장 빌려주기
재무팀에서 용역 5%를 삭감하는 게 관례처럼 되어 있다. 에이전시 입장에서는 안 해도 되는 삭감이다. 우리도 가격 경쟁력까지 다 따져서 입찰한 건데 왜 거기서 더 깎는지 모르겠다.
또 1억짜리 프로젝트라고 해서 입찰에 들어갔건만 실무자가 쓸 예산을 3000만원이나 5000만원 등으로 정해놓고, 우리 예산에서 떼어가는 경우도 있다. 에이전시는 통장을 빌려주는 셈이다. 처음 입찰에 참여할 때 공고된 금액을 보고 어느 정도 수익이 나겠구나 생각하고 들어가는 건데, 알고 보니 실제 금액이 그게 아니면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대행 수수료라도 주면 다행인데 그런 것도 절대 없다.

 야근은 훈장이 아니다
대부분 회사들이 OOO의 등대, △△△의 등대 등으로 설명하면서 그걸 일종의 훈장으로 인식하고 말하는 건 잘못이다. (등대라는 표현은 사무실 불이 꺼지지 않는 걸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야근을 할 수도 있고 열심히 하는 건 좋다. 다만 그게 관성화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업무 과부하가 걸리면 윗선에서 조치를 취해줘야 버틸 수 있는데, 그걸 컨트롤 못해주는 상황이다. 직원들이 번아웃(burn out)되면 인력을 갈아치우는 걸로 해결한다. 어차피 관련 학과 졸업자는 넘쳐나니까. 직원들이 2~3년 있다가 그만 두고 인하우스를 지향하는 이유다. 에이전시 스스로가 시스템을 못 갖추고 인력을 뽑으려고만 하는 건 문제다.


#에이전시#갑질#리젝션 피#PT#RFP#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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