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서 활짝 꽃피운 장외 대선
모바일서 활짝 꽃피운 장외 대선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7.04.10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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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미디어와 콘텐츠 제작자들의 접전, 게임 등 유권자 겨냥 유희거리 풍성

[더피알=안선혜 기자]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 한 달 안으로 다가오면서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비단 각 정당과 후보 캠프만의 경쟁이 아니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대선이란 매력적인 소재를 가공해 소비자(이용자) 잡기에 나서는 미디어와 개발사들의 분투가 눈길을 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딩고에서 청년을 깜짝 방문한 문재인 더민주 후보, 스키핸즈가 만든 '매가 대통령!-픽미업', 숏터부에 출연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 피스컬노트의 '누드 대통령'.

“나 54%라 그랬어!” “난 57(%)” “오 57%야? 진짜? 나 57(%)!”

각 당 대통령 후보 선출대회를 보며 마치 게임방송을 중계하듯 MC로 나선 두 아나운서가 득표율을 예측하고 다양한 썰을 푼다.

KBS가 이번 대선을 맞아 페이스북에 마련한 ‘2017 KBS 대선’ 페이지에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다. MC로 나선 이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로 활약하던 아나운서들이지만, 전통 정치 이벤트에서 입담을 과시하며 재미를 선사한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형식과 내용에 혁신을 시도하는 전통 언론의 실험이라 볼 수 있다. 각 당 토론회를 라이브로 송출하고, 한 장의 이미지와 약 1분 분량 동영상으로 라이브 예고에 나서는 등 모바일을 통한 방송 확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문법도 디지털에 맞춰 가벼워졌다. 동영상은 짧고 압축적으로, 자막 및 멘트는 다소 독하지만 직설과 위트를 담았다.

가령 자유한국당 토론회를 ‘아무말대잔치’로, 손학규 국민의당 대선경선 후보를 향해서는 ‘넉살 좋은 프로 정치인? 시골에서 감 잃은 아재’로 지칭하는 등 다소 주관이 느껴질 수 있으나 각각의 특징을 콕 집어낸 표현들로 눈길을 끌었다.

생중계 직전에는 토론회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주고, 직후 해설도 삽입해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쉽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했다.

SBS 비디오머그는 각 대선주자들의 과거 행적 및 현재 방향성을 4분 분량으로 압축한 동영상을 제작했다. JTBC 역시 소셜스토리부 페이지를 통해 유사한 콘셉트로 후보들의 소개 영상을 1분 남짓 분량으로 공개하고 있다. 직사각형이 아닌 정사각 사이즈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별동부대 통해 독하게 다가서

아예 별동부대를 만들어 디지털에 적응해오던 언론들도 이에 앞서 발 빠르게 모바일 전선에 뛰어든 바 있다.

SBS 모바일 브랜드인 모비딕은 ‘양세형의 숏터뷰’에 주요 대선주자들을 연이어 출연시키며 화제를 모았다.

탄핵정국 시 이재명 시장을 시작으로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유승민 의원,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차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황당한 이상형 월드컵을 진행하고 앞뒤 없이 윽박지르는 등 독한 콘셉트를 유지하지만, 많을 경우 후보당 200만뷰를 돌파하는 등 파급력은 셌다.

전통적 미디어 사업자 뿐 아니라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도 대선주자 접촉에 나섰다. 메이크어스의 딩고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낚아채 ‘수고했어 오늘도’ 시리즈에 출연시켰다. 셀러브리티가 청춘들의 힘든 일상을 느닷없이 방문해 위로하는 콘셉트의 영상이다.

문 후보는 이 영상에서 군무원 준비 중인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을 깜짝 방문해 저녁을 보낸다. 빨래방에서 같이 이불빨래를 개고, 저녁으로 삼겹살을 구우며 공시생이 겪는 어려움들을 듣고 이야기를 나눈다.

후보의 인간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동시에 20대 청년층에게 감성적 소구가 가능하다. 문 캠프의 대변인인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가 영상 촬영 후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남겨 2차 콘텐츠로 연결시키기도 했다.

유권자 퍼스트, 모바일 문법 읽어내기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모바일에서 소비할 대선 관련 콘텐츠는 보다 풍부해지는 추세다. 지난 2015년 정치 스타트업 ‘우리동네후보’를 인수하며 서울 구글캠퍼스에서 아시아 첫 번째 지사를 론칭한 피스컬노트는 최근 ‘누드 대통령’이란 서비스를 발표했다.

각 후보들의 정책과 자신의 선호도를 매칭시켜주는 것으로, PC와 모바일에서 모두 지원된다. 자신이 관심을 갖거나 지지하는 정책들을 선택하다보면 이에 가장 부합하는 후보들을 순위별로 보여준다.

대통령 선거를 소재로 한 모바일 게임들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구름소프트가 만든 ‘대통령 키우기’는 이른바 ‘흙수저’인 주인공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게임이다.

스티키핸즈가 만든 ‘내가 대통령! - 픽미업

반장선거를 시작으로 전교회장-과대표-총학생회장-부녀회장-구의원-시의원-군수-국회의원-서울시장 선거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 선거에 도전해 이기면 된다. 100원부터 시작해 1경2089조원까지 치솟는 출마비용을 마련하는 게 포인트다.

스티키핸즈가 만든 ‘내가 대통령! - 픽미업’도 동네의원 유세부터 시작해 대통령에 도전하는 게임이다. ‘박쥐맨’ ‘아이런맨’ 등 유명 캐릭터와, 기존 정당을 패러디한 듯한 설정이 인상적이다. “안보 없인 성장 없다!”는 ‘빨강당’과 “혼자 말고 같이 살자!”는 ‘파랑당’ “노동은 신성한 것!”이란 ‘노랑당’ “지구는 빌려쓰는 것!”이란 ‘초록당’ 등이 등장한다.

당선 후 대통령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게임도 있다. 올인게임즈가 개발한 ‘정치의 왕’은 각 캐릭터를 선택하고 이들의 능력치를 키워 나라를 이끌어 가는 스토리다.

어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결정을 내리고 이를 통해 게임이 달리 전개된다. 게임 내 미니게임으로 여러 정책을 실현할 수 있고 상식퀴즈로 재정을 확충할 수 있다.

국정운영에 실패하면 탄핵, 하야, 쿠데타 등의 ‘배드 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이 게임은 픽션으로서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기관, 인물, 사건은 허구이며 실제와 일치하거나 유사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는 전적으로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라는 안내문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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