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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률 낮은 여론조사, “맞추는 게 더 신기해”
응답률 낮은 여론조사, “맞추는 게 더 신기해”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04.0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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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피로도 갈수록↑…가중값 문제 두고 정부·업계 온도차
‘민심 풍향계’라 불리는 여론조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급변하는 여론을 짚어내기엔 지나치게 낡았다는 혹평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치러진 총선의 여론조사 결과는 거의 ‘재앙’ 수준이었고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미국 대선까지 엉터리 예측을 내놓으며 전 세계적으로 ‘여론조사 무용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5월 조기대선을 앞둔 우리나라도 낡은 풍향계를 고쳐야 할지 새 풍향계를 고안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① 여론조사는 왜 미운털이 박혔나
② 응답률의 딜레마
③ 가짜뉴스 진원지 될라

[더피알=서영길 기자] 전문성이 없어도 누구나 원하면 할 수 있는 여론조사 홍수에 유권자인 대중의 피로도는 날로 높아진다. 어떤 이들은 여론조사 자체가 ‘공해’라고 말한다. 이로 인해 촉발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거부감은 낮은 응답률로 이어져 문제가 크다. ARS가 걸든 전화조사원이 걸든 ‘여론조사 기관 OO입니다’하는 멘트가 나오는 순간 끊어버리기 일쑤다.

낮은 응답률은 전체 여론을 대표하는 샘플링에 치명적이기에 조사의 정확도까지 흔들 수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의 경우 탄핵정국 이후 자신의 의견 표출을 꺼리는 이른바 ‘샤이(shy) 보수’ 현상도 겹치며 유권자들의 응답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의 낮은 응답률은 전체 여론을 대표하는 샘플링에 치명적이다.

이처럼 낮은 응답률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나 관련 업계에선 여러 자구책을 마련해 왔다. 그 대표적 방안이 ‘응답 사례비’다. 여론조사 응답자에게 통신비 할인이나 인센티브 등을 제공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또 패널을 선정, 여론조사 때마다 동일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사례비나 패널 유지비로 적지 않은 돈이 들 것으로 예상돼 이 또한 풀어야 할 숙제다.

응답률 외에 샘플링(표집)의 한계도 극복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여론조사는 샘플링과의 싸움이다. 샘플링의 한계를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따라 정확도의 향배가 갈릴 정도”라고 중요성을 역설했다. 우선 여론조사 기관들의 샘플링 과정을 보면 보통 성별, 지역별, 연령별로 구분한 할당표집을 한다.

모바일 등장 전까진 이 할당표집은 비교적 쉬웠다.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사람을 특정하면 지역별로 컨택포인트를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유선전화에서 모바일로 통신수단이 대체되면서 타깃팅이 어려워졌다. 이양훈 칸타퍼블릭 부장은 “집 전화는 지역번호가 있고 특정 시군에서 쓰는 국번이 있어서 표집이 비교적 수월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사할 때 집 전화번호도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어서 유선이든 무선이든 모두 불확실해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온 게 RDD(Random Digit Dialing)다. 무작위로 선정된 전화번호를 여론조사에 활용하는 것으로, 민간업체인 조사기관들이 개인 번호와 정보를 구하기 어려워 마련한 고육책이다. 대부분의 기관들이 RDD 방식을 통해 여론조사를 진행하는데, 전국이 한 선거구로 묶이는 대선에선 비교적 근사한 수치까지 접근한다.

다만 지역을 특정해 할당표집을 할 수 없는 RDD 특성상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선 애로점이 많다. 총선의 경우 선거구가 250여곳인데, 정확한 통계를 위해 1000명을 샘플링 한다면 최소 25만명 이상을 조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조사 기관 C대표는 “비용이나 기간 등은 차치하고라도 지금 방법으로 총선 전국 판세를 예측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어쩌면 맞추는 게 더 신기할 정도”라고 했다.

대권주자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ytn 방송화면 캡처(해당 이미지는 기사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가중값 제한 “조준경 없이 표적 맞추라는 격”

이런 지역별 샘플링의 한계로 인해 업계에선 지속적으로 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요컨대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조사 기관도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기존엔 정당들만이 이동통신사 사업자들로부터 가상번호를 받아 여론조사에 사용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관련법이 개정됐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 이승희 주무관은 “공표·보도 목적의 선거 여론조사를 수행하는 기관은 가상번호를 요청해 조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여론을 폭넓고 고르게 대변하는 샘플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는데, 가상번호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창운 덕성여대 사회학과 초빙교수(전 중앙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도 “(가상번호 사용은) 나중에 결과를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기존 집 전화와 휴대전화 RDD 조사 방식보다는 신뢰할 만한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약간의 온도차가 있다. 황성연 닐슨코리아 부장은 “(가상번호를 이용하면) 정확한 타깃팅이 가능해져 여태까지 도달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의견 청취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요즘처럼 피싱이나 스팸전화가 많은 상황에서 여론조사 전화 회피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전화에서 모바일로 통신수단이 대체되면서 타깃팅이 어려워졌다. (자료사진) 뉴시스

비싼 사용료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사 기관에 근무하는 D씨는 “비용 부담이 커서 가상번호를 활용하는 업체가 많이 있을까 싶다”며 “전화 회피 현상이 심한 판국에 비용 대비 효율성 문제가 크다. 의뢰하는 언론사들이 추가 예산을 편성해 줄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좋은 취지의 제도라도 수익성을 보장받지 못하면 실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여심위에 따르면 가상번호 사용료는 건당 330원(20일 사용 기준)으로 책정됐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 사용하는데 건당 16.5원인 셈이다.

가상번호 비용과 관련해 신창운 교수는 “사실 가상번호 도입 전부터 메이저 조사 기관은 어느 정도 휴대전화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지역별 패널을 보유해 놓았다”며 “평소에 하루 200~300여명씩 5년가량 꾸준히 조사해 쌓은 데이터이니, 사용료가 문제되면 이런 식의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가중값 배율’을 주는 것도 조사결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문제로 지목된다. 예컨대 응답률이 좋은 50~60대 남성 응답자는 가중값을 1로 계산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좋지 않은 20대 여성 응답자는 2.5로 계산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난다. 김위근 연구위원은 “통계적으로 가중값을 두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편향된 응답자가 샘플링 된다면 가중값으로 인해 전체적인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샘플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가중값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심위에서도 이 부분에 주목해 가중값을 0.5~2.0로 제한을 두고 여론조사 결과 등록시 이 값을 정확히 명시하도록 했다. 과대 혹은 과소표집이 될 수는 있지만 그 범위가 정해둔 값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이승희 여심위 주무관은 “선거 여론조사 결과는 그 정도의 대표성이 담보된 샘플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로 가중값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여심위의 결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중값은 조사 기관이 노하우에 따라 자체 판단할 영역이지 정부가 통제할 영역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황성연 부장은 “가중값은 여론조사의 노하우가 담겨있는 블랙박스다. 그 부분을 정부가 제한하니까 기관에서 실력을 발휘할 여지가 없어졌다”고 비판했다. 황 부장은 “여심위의 가중값 제한은 결국 대규모 조사를 하라는 뜻이다”며 “조준경을 안 주면서 500미터 밖에 있는 표적을 맞추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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