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극으로 자극한다” 요지부동 그와의 페메 인터뷰
“무자극으로 자극한다” 요지부동 그와의 페메 인터뷰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7.07.19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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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채소·지하철 빈자리로 3주만에 1만팬 모아…‘무자극 컨텐츠 연구소’ 비결

[더피알=안선혜 기자] 페이스북계의 무인양품, 시각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디시인사이드에 식물갤러리가 있다면 페이스북엔 무자극 컨텐츠 연구소가 있다…

‘자극 없는 청정피드’를 주창하는 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향한 이용자들의 평가다. 유머 타점을 건드리기 위한 B급과 패러디물이 차고 넘치는 온라인 공간에서 이른바 ‘무자극 컨텐츠 연구소’ 간판을 내걸고 단 3주만에 1만명의 팬을 모으는 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 올라온 콘텐츠는 지극히 일상적이어서 어떻게 보면 심심하기까지 하다. 접시에 가지런히 담긴 쌈채소, 물컵을 꽉 쥔 손, 더워서 열어놓은 문 등 특별할 것 없는 사진들이다.

무자극 컨텐츠 연구소에 게시된 콘텐츠들.

주인장의 멘트도 무미건조하긴 마찬가지. “쌈채소입니다” “집에 들어와서 마시는 물 한 잔입니다” 등 수식어 떼고 그저 보이는 장면을 있는 그대로 서술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반응한다. 서로 친구를 소환하며 “평온하다” “힐링된다”고 하는가하면, 별 다섯 개와 함께 장문의 리뷰를 남긴다.

일상의 평온함을 추구하는 페북지기에게 태클이라도 걸 듯 “~해서 자극적이다”며 달려드는 건 일종의 놀이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컵을 꽉 쥔 손과 컵 아래 빈 공간이 자극적입니다” “(쌈채소 사진을 보고) 고추가 자극적이네요. 매워요”와 같은 도발에도 세상 평온하게 “심도 깊은 분석 감사드립니다” “맵지 않은 고추입니다”와 같은 반응으로 응수한다.

이용자와 페북지기가 주고받은 댓글 중 일부. 각종 도발(?)에도 평온함을 유지한다.

어떠한 공격성에도 요지부동 평정심을 유지하는 무자극 컨텐츠 연구소의 운영자와 페북 메신저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어의 깐족거리는 자극에도 마치 도 닦듯 담백한 답변으로 일관했던, 내공 있는 20대 후반 청년이다.

콘셉트가 상당히 특이해요. 어떻게 이런 페이지를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셨어요?

어느 날 문득 페이스북을 보는데, 자극적인 콘텐츠가 너무 많았습니다. 마치 끊임없이 맵고 짜고 달콤한 양념만 쉴 새 없이 들이붓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문득 이러한 양념들을 중화시켜줄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흰 밥이나 식빵처럼요. 자극의 상쇄,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무자극이라 생각해서 이러한 이름도 짓게 됐고요.

사실 어찌 보면 별 의미 없는, 일상에서 흔히 보는 풍경들을 찍어 올리시고 계시잖아요. 쌈채소같은 것들.ㅎㅎㅎ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처음부터 이처럼 반응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면서 반응이 조금씩 늘어갔습니다. 그만큼 분명히 저처럼 페이스북 콘텐츠의 자극에 지친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페이지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더 더 자극적인 것들을 양산해내는 와중에 일종의 틈새시장이라고 할까요?

많은 분들이 리뷰란에 써주셨듯이 ‘무자극은 새로운 자극이다’라고 써주신 게 그냥 나온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도 일상적인 것이지만, 이처럼 페이스북 피드에서 만나게 되면 굉장히 반갑고, 친숙하며 때로는 특별해보이기까지 하는 것이지요. 그 점을 가장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페이지 운영은 언제부터 했어요?

오늘로 딱 3주가 됐습니다. (인터뷰 게재 시점 기준으로는 4주차)

오, 3주만에 팬 1만명 달성하신건가요.

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셨습니다.

광고같은 건 하나도 안 태웠어요?

개설 초반 3일 정도 실험 차 페이지 광고를 진행했었습니다. 그때 광고로 유입되신 분들이 5~60분쯤 됐던 걸로 기억해요. 그 외에는 전부 오가닉(organic·유기적 도달)으로 찾아주신 분들입니다.

회사원이신 것 같은데 혹시 어떤 일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죄송하지만 아직까진 개인적인 부분은 최대한 노출하지 않는 것이 이 페이지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그럼 혹시 연령대라도...

20대 후반입니다.

본인에 대해 밝히지 않는 이유가 있는지.

이러한 말투도 페이지 개설 의도를 더욱 잘 전달 드리기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귀찮거나 무심한 것은 아니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냥 이 페이지는 ‘무자극 컨텐츠 연구소’이기를 바랍니다. ‘이러이러한 사람이 운영하더라~’라는 인식이 생기면 페이지만의 매력이 더 떨어질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씩 저에 대해 공개하다보면 개인적인 욕심이 투영돼 운영방향성을 망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페이지 운영은 왜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어떤 목표가 있으신 건가요.

간단한 이유로 시작했습니다. 그냥 ‘자극으로 가득 찬 페이스북에 이런 페이지 하나쯤 있으면 재밌겠다’는 이유였어요.

목표가 있다면, 계속해서 페이지가 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꾸준히 유지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꾸준하게 무자극 콘텐츠가 퍼져나가 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 피드 내에서 자극의 적절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요.

마케팅 용도로 활용할 생각은 없으신 거구요?

네, 그렇습니다. 만약 이 페이지가 어떤 경제활동과 연관된다면 페이지 성격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들일 거예요. 예를 들면 발간한 콘텐츠를 <무자극 사진첩> 등의 책으로 엮어보는 거요. 그 외에는 사람인지라 100퍼센트 장담할 순 없지만, 아직 계획에는 없습니다.

페이지 운영하시면서 이것만은 꼭 지키겠다 하는 원칙이 있다면.

우선 자극적인 콘텐츠를 올리지 않는 것, 그리고 찾아와서 댓글을 달아주시거나 메시지를 주시는 분들께 꾸준히 답변을 드리자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남긴 리뷰가 참 재미있어요. 그런데 몇 개는 굉장히 장문의 공들인 리뷰들이 있던데 이거 친구 분들이 동원된 거 아닌가요? ㅋㅋㅋ

리뷰를 보면 정말 재미있는 표현이 많은데, 장문의 정성스러운 게시물은 전부 모르는 분들입니다. 친구들도 리뷰를 남겨주었는데 한 줄이거나 별표만 찍었더라구요.

아는 사람이 더 박하군요.ㅎ

그래도 좋아요는 꾸준히 눌러준답니다.

콘텐츠 선택 기준을 알 수 있을까요? 무자극이라는 큰 콘셉트 내에서도 나름 어떤 선택 기준이 있으실 것 같은데.

가장 일상적인 것이면서 동시에 매력과 디테일을 갖춘 콘텐츠를 올리려고 합니다. 그냥 지하철 사진보다는 지하철 구석 자리라거나, 그냥 냉장고 사진보다는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에 대한 사진 같이요. 자극은 줄이되 매력은 계속해서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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