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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화_시대의_브랜딩+1
#무인화_시대의_브랜딩+1
  • 원충렬 (maynineday@naver.com)
  • 승인 2018.02.27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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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 1+1] 불쾌한 골짜기의 역설…결국은 사람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무인화_시대의_브랜딩1에 이어...

[더피알=원충렬] 최근 암호화폐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금이나 화폐와 같이 실물이 없는 가상의 가치에 대한 규정과 미래 화폐에 대한 부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로 달라질 모습을 제시했지만 역시나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 옛날 조개나 열매로 화폐를 대신했던 시절, 강력한 중앙정부가 보증하는 종이쪼가리를 상상하기 어려웠듯이.

그런데 실재(實在)하지 않은 것을 상상해 마치 진짜 그러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에 인류는 참으로 익숙하다. 당장 책이 그러하지 않은가? 글이란 코드는 뇌로 들어와 다양한 방식의 정보로 다시 변환된다. 소설을 읽으면 그것이 허구임에도 진짜처럼 감정이입을 한다. 사서(史書)를 읽는다는 건 또 어떤가? 과거의 정보가 후대로 전송되는 일종의 메신저이다.

정보만으로 실체의 이미지에 접근하는 '가상의 실재'는 브랜드에도 적용된다.

사람들은 정보만으로 실체의 이미지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문명을 극대화한 이유가 ‘가상의 실재’라는 개념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상의 실재라는 개념은 국가, 민족, 법인, 기업, 주식, 종교와 같은 인간의 집단상상으로 창조되는 것이다. 암호화폐도 같은 맥락에 있을 것이다.

이를 보면 브랜드에 퍼스널리티(Brand Personality)란 개념이 적용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 같다. 브랜드란 애초에 제품 간 식별이 목적이었고, 그런 브랜드가 넘쳐나기 시작하니 차별이 중요해졌다. 그냥 보이는 것들이 한눈에 구분돼 보이는 시기를 지나, 도드라지는 몇몇만이 눈에 띄어 살아남는 시기가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성적 특성이 중요하다.

다만 브랜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로써 편리함과 같은 기능적 특성에 머무르지 않고 인격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마치 사람처럼 의인화해 친절함이나 크리에이티브와 같은 이미지를 덧입혔다. 수용되는 것도 성공적이었다. 브랜드 이미지와 본인을 동일시하는 현상까지 도달했으니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브랜드가 인간적 특성을 얻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체를 지닌 제품이나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 외에 관념적인 존재 영역을 확보한 것이다. 브랜드는 스스로 화자가 되어 이야기한다. 고객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다. 그리고 더 나은 브랜드가 되겠다고 약속한다. 여기서 (광고 모델은 있을지언정) 실제 사람은 없다. 사람처럼 느껴지는 브랜드가 있을 뿐이다.

물론 여기에도 중요한 전제가 있다. 그 브랜드를 만들거나 유지하고 관리하는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무형의 관념은 실제 공급자 진영 다수 사람들이 쓰고 있는 하나의 페르소나(가면)일 뿐, 사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와 그 안의 사람이 가깝게 투영될 뿐이다. (혹은 그렇게 믿게 만들 뿐이다.)

무인(無人)무인격(無人格)

무인화 시대는 좀 다른 상황들이 펼쳐질 수 있다. 이미 기술은 사람이 완전히 사라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능케 하고 있다. 로봇이 피자를 굽고, 캐셔가 없어도 체크아웃한다. 호텔에서 룸서비스를 시키면 로봇이 찾아온다. 모든 대면 상황에서의 인포데스크는 합성음의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도 있다.

로봇이 피자를 만들고 배달까지 하는 시대다.

무인화 시대가 지닌 미래상에 중요한 허들은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와 연관이 있을 것 같다. 언캐니 밸리, 즉 불쾌한 골짜기는 인간이 로봇이나 인간이 아닌 것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관련된 로보틱스 이론이다.

인간과 로봇 상호작용은 궁극적으로 인간과 가장 비슷한 상태를 지향하지만 너무 비슷해지면 오히려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는 역설에 관한 내용이다. 기술적으로 인간같음을 지향하되 인간이 아니라는 건, 개념적인 인격을 부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고 아예 새로운 경험일 수밖에 없다.

무인화 시대가 다가오면 브랜딩 입장에서는 무엇이 달라질까? 브랜드 역시 기본적인 아이덴티티 설계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된다.

처음에는 새로운 경험이라는 측면에 집중할 것이다. 많은 무인화 서비스가 기술을 응용하거나 첨단 도입으로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이 보편화되는 건 때로 급물살을 탄다. 새로움이란 강점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휘발돼버린다.

기술보다는 역시 사람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안전 같은 사람들이 바라는 본원적인 가치들이다. 그리고 무인화가 주는 감정적 경험의 소거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편리함이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며 느꼈던 특별하고 가치 있는 감정이나 경험을 대체한다면 이를 호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호텔에서 룸서비스를 하는 로봇. 출처: digitaltrends.com

결국 무인화라는 것이 사람이 없음만을 강조하다 브랜드 자체에서 인격을 느끼는 과정마저 희석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 기술을 구현하는 사람이 있고, 그 기술을 누리는 사람이 있다. 소비하고 경험하는 프로세스에서 사람이 직접 등장하는 신(scene)이 사라질 뿐이지만, 그렇기에 그 공백만큼 채워낼 브랜드로서의 인간적 특성은 더 크게 요구될 수 있다.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하는 ‘고스트’

SF 애니메이션 명작 공각기동대 시리즈에는 미래 사회에 대한 흥미로운 설정이 있다. 의체화와 전뇌이다. 의체화란 신체 일부 혹은 전체를 기계화하는 것이다. 뇌도 가능하다. 그게 바로 전뇌이다. 이 시리즈는 실상 이러한 두 가지 전제에서 실타래처럼 뽑아 나오는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아주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온 몸을 기계로 대체하다가 마침내 뇌까지 기계로 바꿨다. 그런데 여전히 나는 인간인가? 그렇다면 내가 전과 다름없는 인간인 것은 기억에 의존하는 것인가? 혹은 영혼인가? 이 영혼 혹은 기억에 해당하는 것을 공각기동대에서는 고스트(ghost)라고 부른다.

브랜드가 브랜드답게 존재할 수 있는 고스트는 무엇일까? 결국 사람의 손으로 만들고, 사람의 감정에 자리 잡기에 브랜드의 핵심도 ‘인간다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원충렬

브랜드메이저, 네이버,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등의 회사를 거치며 10년 넘게 브랜드에 대한 고민만 계속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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