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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사태를 ‘갑질’로 재단할 수 있나
아시아나 사태를 ‘갑질’로 재단할 수 있나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07.10 14:0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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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기승전갑질, 바른 진단 없이는 바른 처방 나올 수 없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에서 '기내식 대란'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에서 '기내식 대란'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강미혜 기자] ‘기내식 대란’으로 촉발된 아시아나항공의 위기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비교적 빠르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직접 해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무엇보다 기내식 대란을 불러온 원인이 ‘갑질’에 있다는 세간의 인식이 사태 수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아시아나 측에서 무슨 이야기를 내놓더라도 갑의 ‘비겁한 변명’ 쯤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나 사태를 과연 갑질로 재단하는 게 맞는 것일까?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직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직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아시아나의 기내식 대란이 발생하게 된 경위를 요약하면 이렇다.

2003년 아시아나항공이 독일계 LSG코리아와 15년간 계약 체결 → 계약 만료 시점에서 새 파트너사로 중국 하이난항공그룹 계열의 게이트고메코리아 선택 → 게이트고메 기내식 제조공장서 지난 3월 화재 발생 → 기내식 3개월 임시공급처로 샤프도앤코코리아 선정 → 예상과 달리 샤프도앤코 하루 2∼3만식 물량 조달 실패

일련의 팩트만 놓고 보면 기내식 대란은 경영진의 ‘판단 미스’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공장 화재 이후에도 3개월가량의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임시 협력업체의 생산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 ‘노밀(No meal)’ 운항 사태를 맞았다.

업체 변경 과정에서 아시아나가 LSG와의 15년 계약을 청산한 배경으로 ‘1600억 투자 거절’ 의혹이 제기되긴 했지만, 이 부분은 공정위에서 이미 ‘불공정거래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낸 상태다.

그런데도 아시아나가 지금과 같은 여론의 전방위 공격을 받게 된 건 재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이 결정적이다. 사태에 압박감을 느낀 샤프도앤코의 하청업체 사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공분의 기폭제가 됐다.

사건 직후 모든 비난이 원청사인 아시아나를 향하면서 대기업-하청업체 계약 관행이 새삼 도마 위에 올랐고, 갑질의 또 다른 선상에서 직원들에 대한 ‘과잉 의전’ 논란까지 얹어졌다. 그러면서 기내식 사태는 이제 갑질 이슈로 완전히 전환돼 아시아나는 속된 말로 탈탈 털리는 신세가 됐다.

물론 기내식 대란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과 비극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시아나가 최종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맞다. 외부자 관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을만한 기업의 잠재 이슈를 선제적으로 관리, 개선하지 못한 점도 아시아나의 잘못이다.

하지만 특정 사안에 대한 시비를 정확히 가리기도 전에 ‘갑의 원죄’로 몰아가는 것은 다분히 감정적이다. 기업의 의사결정권은 분명 주주들에게 있음에도 매번 공분이란 다수의 논리가 지나치게 개입되는 건 아닌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팩트로 문제의 본질을 따져봐야 할 언론조차 이슈 파이팅이 쉬운 갑질 프레임 안에서 조각 맞추기에 골몰하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일이다. 바른 진단 없이는 결코 바른 처방, 치료책이 나올 수 없다. 매번 비슷한 증상만 반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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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문제 2018-07-10 22:30:02
기레기는 앞날을 못본다

애독자 2018-07-10 17:47:54
기사 내용에 200% 공감하고 갑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너무 감정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