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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대에 커피 한 잔을 대하는 태도
변화의 시대에 커피 한 잔을 대하는 태도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9.01.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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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시공간] 라이프스타일 제대로 파고드는 힙한 감성은

‘브랜드의 시간과 공간’은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을 말하는 두 개의 시선을 통해 브랜딩과 마케팅 이면의 의미를 짚어 봅니다. 시간에 이어..

오모테산도 커피는 간판도 의자도 없이 미니멀한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일본의 한 커피전문점은 ‘바리스타’와 ‘고객’, 이 둘을 이어주는 ‘원두’라는 세 가지 요소만을 강조하고 있다.

[더피알=정지원] 라이프스타일은 ‘디테일이 중요하다’ 정도의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그 무엇이다. 라이프스타일을 얘기하려면 이런 미묘한 감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시작돼 먹고 마시는, 입고 즐기는, 일하고 취향을 누리는 모든 순간순간에 촘촘하게 개입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묘한 것들이 변화를 좌지우지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기에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사건들 중 작은 것, 사소한 것, 미묘한 것들이 결정적 순간에 위안이 되곤 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오히려 작은 배려나 헤아림이니까. 이 미묘한 차이를 가장 잘 알고 제대로 파고드는 브랜드가 궁극적으로 로열티 높은 소비자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바리스타가 1:1 카운슬링 

화려한 인테리어와 다양한 메뉴로 치장한 도쿄의 수많은 카페 사이에서 간판도 의자도 없이 오롯이 바리스타와 고객 사이에 놓인 에스프레소 한 잔에 집중하며 커피애호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오모테산도 커피. 그들만의 커피철학과 미니멀한 미학을 한층 더 발전시키며 ‘커피 마메야’로 다시 태어났다. 커피 마메야 공간에는 오직 ‘바리스타’와 ‘고객’,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원두’라는 세 가지 요소만이 존재한다.

콘크리트와 나무 소재로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입구를 지나면 흰 가운을 입은 바리스타가 고객을 맞는다. 또 이곳은 직접 로스팅하는 대신 홍콩의 커핑 룸(Cupping Room), 호주의 코드 블랙(Code Black), 교토의 오가와(Ogawa) 등 세계 각지의 유명한 로스터리에서 엄선한 원두들이 있다. 원두로 가득 채워진 벽면 앞에 흰 가운을 입고 고객을 맞이하는 바리스타의 모습은 마치 고급스러운 약국, 한약방을 연상시킨다. 원두는 로스팅 정도에 따라 각각 5단계로 구분되고 그 패키지는 연한 색에서 짙은 색으로 컬러코드를 다르게 해 선택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일본의 '커피 마메야' 홈페이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원두 이미지 외 특별한 소개나 홍보 콘텐츠가 없다.
일본의 '커피 마메야' 홈페이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원두 이미지 외 특별한 소개나 홍보 콘텐츠가 없다.

무엇보다도 커피 마메야로 움직이게 하는 핵심은 바리스타의 1:1 고객맞춤 카운셀링 서비스에 있다. 고객은 병원의 진료카드처럼 자신의 커피취향, 프로필, 마시는 상황 등을 기입하고, 바리스타는 이를 토대로 원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전하며 고객 취향에 딱 맞는 최적의 원두를 추천한다. 그리고 선택된 원두로 고객 앞에서 그라인딩부터 시향, 추출까지 한 잔의 커피가 내려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밀도 깊은 커피 경험을 제공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고객은 원두의 품종, 원산지, 로스팅 정도 등에 따른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끼며 자기만의 원두 취향을 발견하는 더 깊고 다양한 커피경험을 즐길 수 있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제공하는 카페공간은 우리 주변에 많다. 그렇기에 고객의 취향에 딱 맞는 원두를 찾아주고 그에 맞는 추출 방법을 제대로 전하는 것이 커피 마메야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고객의 커피 도구, 마시는 환경과 상황을 귀 기울여 듣고, 가장 적합한 원두를 추천하고 레시피 및 기록지를 함께 제공하며 지속적인 원두 경험을 유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고객의 커피 경험을 카페에서 수동적으로 음미하는 것에서 집에서 능동적으로 원두의 맛을 비교해가며 직접 내려 마시는 것, 경험의 공간을 카페에서 집으로 확장시키는 것. 원두셀렉트숍 커피 마메야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카페의 본질은 커피에 있고, 커피의 본질은 원두에 있다는 그 기본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바리스타의 역할이란 고객이 카페 공간에서 최고의 커피 한잔을 제공하는 것에 그쳤지만, 이제는 고객이 각자의 집에서도 양질의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구니모토에이치 커피 마메야 대표

생활혁명은 매력에서부터

“재능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내 방식대로 들려줬는데 통한다는 것은 특별한 재능이에요.”

영화 ‘스타 이즈 본(Star is born)’에서 잭슨이 처음 만난 앨리에게 한 말이다. 재능은 진심을 전하는 데 있다는 평범한 진실. 이 진실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는 듯 자기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작은 상점들은 당장 매출에 연연하거나 누가 찾아와주지 않으면 어쩌나 다급해하지 않고 의연한 태도를 보인다. 도쿄의 어떤 작은 서점 주인은 심지어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서점 위치가 너무 외진 곳에 있어 찾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절반은 의도한 것입니다. 아무나 찾아오지 못하는 곳이었으면 했어요. 정말 이 곳이 좋은 사람들만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직장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층은 일찌감치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으로 직업, 커리어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크고 작은 형태로 자기의 삶을 찾는 모습들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서점이다. 서점도 그냥 책 파는 매장이 아니라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진 소규모 서점들이다.

술이나 커피를 파는 서점, 디자인 스튜디오를 겸하는 서점, 1:1 상담제로 운영하는 서점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중이다. 사쿠마유미코의 ‘힙한 생활혁명’이란 책에서도 말하듯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만큼 회사에 삶을 의지하기보다 덜 벌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나만 알고 있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자기 완결적인 우주를 찾아가는 것이다.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브랜드라면 변화의 시대 더욱더 오리지널리티를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브랜드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브랜드라면 반드시 품어야 하는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에 대해서 말이다. 고객의 매장 방문이 당연한 전제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상품을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전달받을 수 있는 시대에 그런 전제는 깨졌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일부러 그 장소를 찾아올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매력’을 갖추는 일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의 경계가 이미 희미해지고 있고 본질적으로 소비자는 무엇을, 왜,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이해와 철학을 요구한다. 지금은 상품이 부족하던 시대 ‘필요한 것’들을 추구하던 시절과는 다르다. 물자는 풍부하지만 사치품을 통해 욕망을 실현하던 시대와도 다르다. 취향과 개성이 다양해진 지금은 남들이 아닌 나에게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한다.

이처럼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은 각자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총체적인 경험을 의미한다. 이전에 소비자들에게 쓸모 있는 것을 어필했다면 이젠 매력적인 것으로, 의미 있는 것으로 다가가야 한다.

로컬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이들이 한결 같이 하는 얘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하우가 뭐냐고? 글쎄, 좋아서 하는 거라서 특별한 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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