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보도총괄 “‘시민기자’라는 표현에 동의 못해”
BBC 보도총괄 “‘시민기자’라는 표현에 동의 못해”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9.03.1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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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저널리즘 미래 세미나서 이같이 밝혀
조나단 먼로 본부장 “시민은 사실여부 확인 거치지 않는다”
박아란 언론재단 연구위원 “‘기자증’ 내미는 시대 지났다”
조나단 먼로 BBC 뉴스취재 및 보도 총괄본부장.
조나단 먼로 BBC 뉴스취재 및 보도 총괄본부장.

“모두가 뉴스를 취재하고 보도할 수 있는 기기(스마트폰)을 가졌다. 이러한 뉴스 리포터를 시민기자라고 하지만 그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전 세계를 누비는 글로벌 언론사의 보도책임자답게 그의 발언에는 직업 저널리스트에 대한 자부심이 깊게 배어있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보도를 총괄하는 조나단 먼로 본부장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휴대폰을 통해 촬영하는 사람은 시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기자가 아니”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먼로 본부장은 12일 오후 열린 한국언론진흥재단·주한영국대사관 공동 주최 ‘디지털 시대 저널리즘의 미래’ 세미나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그 근거로 그는 “기자들은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분석을 포함한다”며 “시민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대신 그는 중요한 자료와 실증적 증거를 직업 기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디오 증인’(Video Witness)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디지털 기술과 모바일의 발달로 누구나 뉴스생산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이지만 전문직으로서 기자 가치는 여전하다는 견해다.

박아란 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의 생각은 좀 달랐다. 이날 토론 패널로 자리한 박 연구위원은 “사건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이들을 저널리스트라고 부를 수 없다고 했지만 그런 주장은 갈수록 타당성을 얻기 어렵다”며 “과거에는 언론이 신문과 방송밖에 없었고 기자는 ‘기자증’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이런 경계는 디지털 시대에 허물어졌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12일 열린 '디지털시대 저널리즘의 미래' 세미나.
12일 열린 '디지털시대 저널리즘의 미래' 세미나.

아울러 “한국에는 이미 시민 저널리즘이 존재하고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며 시민기자제도를 운영 중인 오마이뉴스 예를 들기도 했다.

박 연구위원은 10여년 전 미국에서 발간된 ‘우리 모두 기자다’라는 책을 언급하면서 “이 책에서 저자는 인터넷이 기자와 시민의 경계를 허물었고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박 연구위원은 시민과 기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이 허위정보, 혹은 가짜뉴스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했다. 이 측면에서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디지털 시대일수록 언론이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로 본부장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우리(BBC)의 기풍은 확실하다. 처음이 되는 것(속보)보다 정확한 것이 더 낫다“며 ”우리는 보도하기 전 (뉴스로 다뤄지는) 정보들이 모두 사실인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팩트체크 노력이 BBC의 브랜드 가치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토론 진행을 맡은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정통 저널리즘에도 가짜(뉴스의) 요소가 섞여있다. 뉴스 형식에 맞춰서 보도했지만 알고보면 뉴스가 아닌 것도 있었다”며 “(가짜뉴스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늘어났을 뿐”이라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먼로 본부장은 “전문적인 저널리즘의 중요성은 역사상 가장 높아졌다. (저널리즘이 제역할을 못하면) 정보는 풍부하지만 이해도는 부족한 시대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며 “오디언스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눈을 보면서 이야기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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