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9-16 13:26 (월)
정부광고법은 중소업체 죽이는 ‘악법’인가
정부광고법은 중소업체 죽이는 ‘악법’인가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9.07.04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헌법소원 이어 국민청원까지…“법 시행 이후 매출 반토막”
정부광고비 일부가 ‘통행세’처럼 언론재단 수익으로 잡히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2018년 12월 13일 정부광고법이 발효됐다. 이에 따라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광고 집행시 무조건 한국언론진흥재단을 거치도록 바뀌었다. 법 시행 6개월이 지나면서 차츰 새로운 룰에 적응하고 있지만, 여전히 업계 현장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무엇이 문제인지 집중 점검했다.

①관련 업계의 줄잇는 하소연 
②발주처·매체사의 동상이몽 
③‘돈 주고 지면 거래’ 사라졌을까

정부광고법(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한 광고회사는 준정부기관인 언론재단이 정부광고 대행을 독점하면서 민간회사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지난 2월 헌법소원을 냈다.

법률대리인인 김연호 변호사는 “언론재단의 정부광고 독점은 민간 회사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청구 이유를 밝혔다. 이어 “문광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광고가 2018년 기준 8500억원인데 언론재단이 단순히 창구 기능만 하면서 10%의 수수료인 850억원을 가져가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헌법소원은 본안심리에 올라간 상태다.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심리 전 각하되는 경우가 10건 중 7~8건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헌법소원 내용을 법리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헌법소원은 보통 6개월에서 1년 동안 내부 심의를 하고, 이후 담당재판부가 지정돼 변론기일 등을 정한 뒤 위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광고법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지난달 14일 올라왔다. 청원자는 ‘중소광고대행사가 죽어가고 있습니다_ 한국언론진흥재단 정부광고 독점 일감몰아주기’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언론재단이 정부의 인하우스 에이전시로서 정당한 경쟁 없이 광고비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광고대행사의 주 수입원인 대행수수료를 재단이 독점함에 따라 대행사들은 제작비만 받거나 AOR이라는 시스템으로 일부 대행료만 지급받고 있으며, 실제 업무는 대행사에서 하고 재단은 대행료를 챙기는 불공정한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종전에는 10억원 미만 정부 광고대행은 주로 중소광고대행사에서 수주했으나, 이제는 재단이 가져가면서 수익을 나눠주지 않아 중소광고대행사가 말살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특정 법안을 두고 헌법소원과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르는 것은 흔치 않다. 그만큼 제도의 변화가 시장에 미친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정부광고법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정부광고법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언론재단 ‘통행세’에 문제제기

정부광고법은 암암리에 이뤄져 온 언론사 지면 거래 관행을 근절하고 정부광고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명분하에 마련됐다. 정부기관이나 지자체가 언론사에 돈 주고 홍보기사를 내는 행위를 없애고, 언론사들이 기사형 광고를 낼 경우 반드시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을 표시하도록 못 박은 것이다.

이에 따라 언론사가 언론재단을 거치지 않고 정부광고를 직거래하는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의 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또 언론재단은 정부광고의 10%를 수수료로 가져가게 된다. 그러나 언론재단을 중간에 끼워 넣으면서 홍보 용역을 수행하는 업체들의 행정적·비용적 부담이 크게 늘었다.

업계의 가장 큰 불만은 정부광고법 이후 매출이 줄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정부에서 홍보 용역을 내놓으면 예산 범위 안에서 콘텐츠나 캠페인을 기획하고 필요하면 광고를 집행했다. 이에 대한 수수료는 모두 업체들의 몫이었다. 이제는 광고비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언론재단에서 가져가니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한 홍보와 광고를 인위적으로 구분 짓는 일도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전통매체 광고와 달리 디지털 광고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했는데, 처음부터 광고비를 미리 예측해서 언론재단에 수수료를 지급해야하니 홍보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A업체 대표는 “요새는 광고와 홍보의 경계가 사라졌는데 광고비를 미리 산정해 10%를 언론재단에 지급하고 나면, 나중에 변화를 주고 싶어도 절차상 복잡하니 편한 방법으로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방송 외주제작사의 경우도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예전엔 10억원 규모의 정부 홍보용역을 따내면 영상제작부터 방송사 협상 및 송출까지 모두 전담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수익으로 가져갔다. 이제는 광고에 해당하는 방송매체 송출료를 뺀 제작비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받으니 수익성이 떨어졌다.

게다가 언론재단이 방송제작과 매체 송출료를 구분짓지 않고 수수료를 떼어가는 것도 불만이다. 만일 10억원의 용역비 중 제작비가 3억원, 송출료가 7억원이라면 광고비에 해당하는 수수료 7000만원만 떼야 하는데 10억원의 10%인 1억원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B업체 대표는 “제작비와 매체 송출료의 구분 없이 총 사업비의 10%를 떼어가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정부광고법 이후 매출이 반토막났다”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