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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에서 취향으로…20대는 왜 새로운 관계를 찾아 나서는가
인맥에서 취향으로…20대는 왜 새로운 관계를 찾아 나서는가
  • 백은세 pwlemon1110@naver.com
  • 승인 2019.08.23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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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s 눈] 대인소통 위해 ‘살롱문화’ 추구하는 속마음

제 카카오톡에 저장된 메신저 친구는 639명. 이 중 연락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주고받는 사람은 21명, 편하게 일상적 이야기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는 9명이네요.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제가 추구하는 인간관계라면 결국 제가 ‘알고 있는’ 수 많은 사람 중 1%의 사람들만이 유의미한 관계인 것이죠.

[더피알 대학생 기자=백은세] ‘인맥 다이어트’라는 합성어가 20대 젊은층 사이에서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함과 바쁜 일상으로 인해 의도적으로 관계를 정리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지난 7월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밀레니얼과 Z세대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가볍게 만나는 관계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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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의 니즈에 맞춰 최근 코워킹스페이스와 독립서점 등이 확산되고 있으며 2030이 전체 고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공유 공간을 중심으로 17~18세기 프랑스 부르주아들 사이에서 성행했던 사교의 장인 살롱 문화가 주목할 만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떠올랐다.

보이지 않는 사회적 지위가 남아있는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살롱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취향관, 소셜살롱 문토 등 일부 커뮤니티 공간은 나이와 직업을 밝히지 않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유의미한 관계를 위해 3개월에서 1년 시즌 단위로 참가비를 지불한 뒤 살롱에 참여하는 멤버십 제도 또한 운영한다.

에세이 쓰기 모임을 진행하는 독립서점 오키로북스. 네이버 블로그
독립서점 오키로북스는 글쓰기 모임을 진행한다. 네이버 블로그

자신의 에세이집을 출판하고 싶었던 대학생 A씨(22)는 규칙적으로 글을 쓰고 그동안 자신이 써 왔던 원고를 피드백 받고자 지난해 한 독립서점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모임에서 활동했다. 10명 내외 인원이 매주 한 편씩 각자 글을 써 오고 멤버들과 글을 돌려보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모임은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직장을 퇴사한 사람부터 예비 신혼부부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이뤄졌다. A씨는 살롱을 통해 공통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른 살롱에도 참여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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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영화를 보고 감상평 남기는 것을 즐기는 대학생 B씨(22)는 영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공유해 보고 싶어 지난 봄 한 소셜살롱에 가입했다. 각자의 직업, 나이를 밝히지 않아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주로 직장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살롱은 작은 세미나실에서 서로 좋아하는 영화를 공유하며 함께 볼 작품을 선정하고 다음 모임 때 이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B씨는 하나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살필 수 있어 유익했지만, 직장인이 다수여서 대학생인 자신이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소셜 살롱 문토의 모임 모습. 문토 홈페이지
소셜 살롱 문토의 모임 모습. 문토 홈페이지

살롱 문화에 관심은 많지만 참여를 주저하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다.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C씨(24)는 SNS를 통해 다양한 살롱이 존재함을 알게 됐고 살롱 문화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혐오 표현과 갈등이 난무하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지친 사람들이 늘어나며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원형인 대면을 할 수 있는 살롱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관심사와 맞는 살롱들을 찾았지만 선뜻 참여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고 한다. 공통된 관심사를 갖고 있어도 결국 초면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점 자체가 문턱이 높은 것처럼 느껴졌다.

유의미한 인간관계를 맺고 싶은 심리 이면엔 새로운 인맥 다이어트를 해야 할 상황에 대한 주저함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살롱 문화는 인간 고유의 커뮤니케이션 욕구와 현대인들의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움직임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가 되기 위해선 여러 측면에서 장벽 낮추기 전략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우선 금전적 장벽이다. 한 시즌에 평균 30~40만원에 이르는 적지 않은 비용에서 오는 금전적 부담을 낮춘다면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것이다.

또한 새로운 관계를 맺기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어색한 젊은 세대의 성향을 고려해 살롱에 대한 인식 장벽을 낮추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 일부 시설 또는 프로그램을 상시 개방, 운영한다면 살롱이 디지털에 지친 우리세대의 갈증을 해소해줄 대안적 문화로 자리 잡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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