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짝퉁의 습격, 어떻게 막아낼까
중국 짝퉁의 습격, 어떻게 막아낼까
  • 유성원 (david@jeeshim.com)
  • 승인 2020.02.24 11:40
  •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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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원의 지식재산 Coaching]
새로운 타깃된 레이저 리프팅 의료기기 시장
공안 당국 협조 필수적…현실적 대처 방법은

새 칼럼을 시작합니다. 유성원 변리사의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방법을 모색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부산본부세관 직원들이 지난 5일 부산 강서구의 부산세관 신항 지정장치장 압수창고에서 압수한 130억원 짝퉁 명품 등을 공개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부산본부세관 직원들이 지난 5일 부산 강서구의 부산세관 신항 지정장치장 압수창고에서 압수한 130억원 짝퉁 명품 등을 공개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더피알=유성원] 짝퉁이 활개 치기로 유명한 중국 시장에서 좀 떠오른다는 산업은 예외 없이 모조품이 나오곤 한다. 그러나 대응을 섣불리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중국 지식재산 보호 환경에 대한 불신과 중국 업체를 상대로 권리행사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판단을 받아 효과를 거둘 것인가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최근 중국 짝퉁의 타깃이 된 큰 시장 중 하나는 레이저 리프팅 의료기기다. 미국의 U사를 필두로 우리나라 기업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인데, 예외 없이 중국에서 모조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광저우, 동관, 션전 등 광둥성 지역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모조품 의료기기들이 조금씩 시장을 잠식해 가면서 우리나라 의료기기 업체 A사도 피해를 입게 됐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이유들로 인해 대응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피해가 쌓여가던 중 A사는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필자가 몸 담고 있는 특허로펌과 연결, 지식재산 침해 피해를 막고 모조품 제조 업체에 타격을 가할 방법과 전략을 자문받게 됐다.

가장 먼저 확인한 건 A사가 중국에서 확보하고 있는 지식재산권 현황이었다. 이를 토대로 모방·모조품 업체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권리들을 선별했다. 선별된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의 권리를 중심으로 가장 효과적일 권리행사 전략을 만들었다.

보통 침해 경고장을 발송하거나, 침해품 몇 개를 확보해 침해금지 민사소송을 제기해도 모조품 제조 공장들은 잠시 숨었다가 상황이 잠잠해지면 다시 활동을 재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피해가 근본적으로 근절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침해소송·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적 접근보다는 중국의 공상국, 위생국, 공안국의 공조 하에 진행되는 형사적·행정적 단속을 통해 생산 공장 조직을 일시에 일망타진하는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미업체 합동 권리행사로 단속 실행

생산공장 조직을 일시에 급습하는 전략은 현장에서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아 중국 공안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다만 공안국은 모조품 침해 피해 규모가 상당히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선택한 전략이 합동 권리행사다. A사 단독 권리행사보다는 피해를 입은 관련 업계 기업과 공조하는 게 효과적이라 판단했다. 이에 미국 의료기기 업체와 합동 단속을 추진하게 됐다.

중국에서의 형사적·행정적 단속은 ‘사전 정보수집’과 ‘보안 유지’가 생명이다. 중국 현지 조사업체를 통해 두 달간 정보를 수집한 결과 광저우 4개 공장에서 모조품이 생산되고 있고, 이 4개 공장을 모두 한 명의 대표가 운영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상당한 물량의 피부미용 관련 기기가 이 공장들에서 생산돼 중국 각지로 유통되고 있는 것도 알아냈다.

일련의 사전 조사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침해 정황과 증거들이 확인되자, 중국 공안국·상표국·위생국의 공동 침해 단속 실행이 결정됐다.

새벽 4시에 광저우 바이윈취(廣州 白雲區) 공안국에 집결한 120명 규모의 SWAT(경찰 특수기동대) 1개 중대가 집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중 SWAT 20명은 우선 공장 대표의 자택을 새벽 5시에 습격해 일가족을 전부 체포했다. 25명씩 4개조로 나뉘어 4개 공장에 각각 배치된 SWAT 대원들은 공장 대표 일가가 전부 잡혔다는 것을 확인하고 아침 8시 45분에 4개 공장을 동시에 습격했다.

무력 진입이 시작된 지 10분이 채 안 돼 공장 내 모든 인력이 진압됐다. 이후 A사와 미국 의료기기업체 관계자, 필자가 함께 들어가 모조품들을 일일이 확인해 침해 수량과 규모를 파악했다. 약 8시간이 넘는 모조품 침해 여부, 수량, 단가 확인 작업을 통해 침해 규모와 피해액이 중국 공안국·공상국을 통해 확인됐다.

중국 공안국 협조 하에 레이저 리프팅 의료기기 모조품 생산 공장 현장을 급습했다.  공장 내 직원들을 체포한 모습. 필자 제공
중국 공안국 협조 하에 레이저 리프팅 의료기기 모조품 생산 공장 현장을 급습했다. 공장 내 직원들을 체포한 모습. 필자 제공

공장 안에는 엄청난 수의 모조품들이 쌓여 있었고 생산 중인 물량도 상당했다. 공장 내에서 확인된 모조품 규모만 약 50억원 이상이었다. 예상보다 상당한 규모의 단속성과를 거뒀고, 대표 일가와 공장 직원들을 일망타진했다는 점에서 재발 방지 및 광저우 지역 전역에 경각심 전파 효과가 작지 않았다.

사전 권리 확보해야 사후 대책 가능

중국은 2008년 무렵부터 대단히 빠르게 지식재산 보호 환경을 개선하고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의 막연한 생각과는 달리 외국 기업이라 할지라도 중국 기업의 모방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기회와 사례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겪으면서 지식재산 보호 환경 개선에 대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자의반 타의반 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기업들도 예전과 같이 대놓고 베끼는 행태는 조심하는 모습을 보인다.

위 사례 역시 외국 기업이 중국 현지 업체들을 상대로 큰 규모의 지재권 보호 성과를 낸 것으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의 대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 아니라, 중국의 지식재산 보호 환경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모조품이 판치는 중국의 상황을 비난만 하지 말고 반드시 사전에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특허권’, ‘브랜드’를 보호할 수 있는 ‘상표권’, ‘디자인’을 보호할 수 있는 ‘디자인권’ 등을 꼭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만 모조품이 시장을 잠식하고 피해를 입히는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침해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면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짝퉁이 판치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이를 막아낼 방법이 있다는 것, 잊지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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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h 2020-02-26 09:47:20
중국의 짝퉁 생산을 막을수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이번 기회로 대규모 짝퉁 생산에 제동이 걸리길 기대합니다.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조대리 2020-02-25 15:23:29
중국 짝퉁이 워낙 많아서 대응은 거의 불가능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보니, 철저한 준비를 통해 대응이 가능하네요. 준비의 첫걸음이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이라고 하시니, 앞으로 권리 확보는 무조건이라고 생각해야겠습니다.

김세윤 2020-02-25 14:58:41
실제 단속 과정에 대해 들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Kevin Park 2020-02-25 14:41:38
좋은 대응방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같아요.

푸른하늘 2020-02-25 14:38:22
오랫동안 중국의 짝퉁이 문제가 되어 왔었지만.. 이런 해결 방법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