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보도서 눈에 띈 세 가지 부조리
코로나19 보도서 눈에 띈 세 가지 부조리
  • 이채원 (thsutleo8022@naver.com)
  • 승인 2020.03.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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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혐오·공포로 얼룩…사회적 반작용 불러와

강남·잠실서 시민이 잇달아 쓰러졌는데, ‘방호복’ 입은 사람들이 데려갔어요.

[더피알=이채원 대학생 기자] 지난달 SNS 기반 뉴스 미디어인 인사이트가 게시한 기사 제목이다. 해당 기사는 번화가에서 갑자기 쓰러진 시민들의 사진을 그대로 싣고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과의 연관성에 집중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쓰러진 원인이 코로나19 때문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언론의 취재 결과, 사진 속 그 시민은 코로나 감염이 아니라 복통으로 의식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행 감염병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을 미끼로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없이 ‘낚시’ 기사를 내보낸 셈이다. 이러한 악의적인 보도는 다시 사회적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코로나19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로 더 불안감이 가중되기도 한다.
코로나19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로 더 불안감이 가중되기도 한다.

사회적 재난과 관련해 가짜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는 현재,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관련 보도 시 그 어느 때보다도 객관성과 공익성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보도 방식은 특정 대상을 향한 차별과 혐오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대중의 공포감을 양산하고 있다.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의 언론보도 중 부적절했던 지점들을 하나씩 톺아보고자 한다.

왜 ‘우한폐렴’을 고수하나

‘우한폐렴’은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병했다고 해서 감염 확산 초반 국내 언론에서 내내 쓰이던 명칭이다.

지금은 대부분 ‘코로나19(COVID-19)’를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몇몇 언론은 우한폐렴을 고수하고 있다.

2015년 WHO(세계보건기구)가 만든 <신종 감염병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새로운 전염병의 명칭을 결정할 땐 특정 지역이나 사람, 동물 이름을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정 지역과 민족, 종교 등에 미칠 부정적 효과를 막기 위해서다.

실제 코로나19가 국내에 전파된 초창기 중국인에 대한 혐오 감정이 높았다는 점을 반추해볼 수 있다. 언론보도로 인한 사회적 파급력을 인지한다면 ‘우한폐렴’ 용어 사용은 절대 지양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국회 사진영상 취재지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마스크를 쓰고 취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사진영상 취재지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마스크를 쓰고 취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신천지’ 향한 추측성 보도

단어 선택의 문제뿐 아니라 전문가들은 국내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의 슈퍼전파자로 알려진 신천지 신도들을 다루는 보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대부분의 언론은 바이러스 주요 전파 집단이 사이비 종교인 ‘신천지’ 신도들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또 적잖은 신도가 방역 협조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대대적으로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신천지를 향한 공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다양한 추측성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특정 집단이나 대상을 ‘악마화’하는 보도는 오히려 해당 집단의 내부결속력을 강화해 방역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염 전파 집단을 향한 사회적 비판이 유의미할 수 있으나, 지금은 그들이 방역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이끄는 생산적 보도들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국가 위기를 정치적 기회로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사회적 위기를 정치적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 확산을 빌미로 정부와 방역 당국을 향한 국민의 불신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언론플레이’들이 눈에 띄는 형국이다.

이러한 언론 보도가 자칫 국민의 혼란만을 고조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일례로 지난 3월 1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에 출연한 언론학자 손석춘 씨는 “전염병과 생명권에 관한 한은 국민이 그래도 정부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역시스템에 대한 정부의 불신을 언론을 통해 재생산 시 공적인 영역에서의 치료에 비협조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효과적인 방역 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방역 당국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중요한데, 정치적 이익을 이유로 불필요한 공포를 양산하는 태도에 대한 질타였다.

정부를 향한 불신으로 사회적 질서가 붕괴되면 결국 그 피해는 모두의 것이 된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현 상황만큼은 국민과 정부가 상호적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언론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공포·혐오 조장 보도는 이제 그만…

이제는 불필요한 공포나 혐오 조장 보도를 멈춰야 한다. ‘목적성 보도’가 공익성을 앞설 때 언론의 신뢰 회복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언론이 이 난항을 국민과 함께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소비자들 역시 자극적인 것에 호소하는 가짜 정보들에 호도되지 않고 자주 의심하고 경계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이사인 유현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난 방송 전문가 간담회에서 “방역은 전문가들이 하지만, 심리적 방역과 사회적 백신은 언론의 몫”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언론을 향한 고도의 평가이자 강도 높은 지적이었다. 언론이 만들어내는 끝없는 공포의 굴레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진실조차 감염시킬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겐 언론다운 언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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