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국회의원회관 530호…한컷의 기시감
그날 국회의원회관 530호…한컷의 기시감
  • 임경호 기자 (limkh627@the-pr.co.kr)
  • 승인 2020.06.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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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윤미향’에 담긴 언론의 속내, 유사한 장면에 해석은 제각각
내부 촬영 등 취재 방식 두고 갑론을박…일각선 ‘우병우 웃음’과 비교
최근 불거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부정 의혹 등 각종 논란에 중심에 있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최근 불거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부정 의혹 등 각종 논란에 중심에 있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임경호 기자] 정의기억연대와 관련 후원금 유용 의혹을 받고 있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근무 모습이 도마에 올랐다. 21대 국회 임기 시작일인 지난 1일 자신의 의원실로 출근한 윤 의원의 모습을 각 언론사에서 보도하면서부터다.

유사하지만 같지 않고 다르지만 동일한 사안을 언론사들이 일시에 보도하며 윤 의원을 의제 더미 위에 걸쳐뒀다. ‘도마에 올랐다’는 표현보다 ‘도마에 올렸다’는 표현이 적확한 배경이다.

통신사들을 비롯한 주요 일간지들은 의원실 내 윤 의원 모습을 사진 기사로 내보냈는데 보도 방식에 있어 흥미로운 지점이 포착됐다. 유사한 장면을 다루면서도 매체별로 온도를 달리 한 것이다.

내용은 대부분 비슷하다. 현상 자체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윤 의원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집무를 보는 모습을 각 매체가 사진 취재했다. 기록으로써 ‘사진’이 갖는 특성을 고려하면 그 이상은 해석 문제다.

개별 언론사가 현상을 해석할 땐 크게 두 가지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진을 사용하는가와 어떤 설명을 덧붙이는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현장사진 대부분은 다양한 각도와 거리에서 촬영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보도된 사진이 매체의 메시지(해석)가 된다.

그런 면에서 이번 보도는 앞선 시스템을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로 남았다.

한국일보와 동아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국민일보 등 매체 다수가 윤 의원의 ‘웃는 모습’을 사진 기사로 보도했고, 경향신문은 무표정으로 업무를 보는 윤 의원 모습을 선택했다. 한겨레는 사진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안에 대한 언론사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사진설명도 마찬가지다. 문화일보와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등은 ‘웃는 윤미향’을 주요 메시지로 꼽았다. 기사 제목도 “웃는 윤미향”이나 “사무실에서 웃었다”는 구절을 포함했다. 특정인의 표정이 뉴스가치를 띠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맥락과 같은 부가적 판단 요소가 필요해진다. ‘웃는 윤미향’은 ‘의혹’과 결합해 비로소 완결성을 띤다. 무엇을 염두한 보도인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

한편에서는 보도가 던지는 메시지와 별개로 보도 자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언론이 취재대상을 소비하는 방식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사안에 대한 파급력을 감안하더라도 지향해야 할 취재 방식은 아니라는 비판이다. 최근 정정보도 등과 관련 언론계 내부에 성찰 목소리가 일며 취재 방식에 대한 고민도 커지는 분위기다.

한 언론사 시니어 기자는 “대상이 하루 종일 웃는 것도 아닌데 그 모습을 찍은 것은 애초에 프레임을 잡고 찍은 것”이라며 다분히 목적 지향성 보도라고 주장했다. 인물에 대한 주관이 사진 그 자체만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보도는 정부 핵심 인사로서 검찰 수뇌부와도 유착 의혹을 받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보도사진과 비슷한 구도가 형성되며 두 사례가 비교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우 전 민정수석 사례와 달리 윤 의원의 업무 모습이 대중에게 어떤 공익적 가치를 지니는지 반문하는 목소리가 언론계 내부에서 힘을 받는다.

기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무실 앞에서 윤 의원을 기다리며 사무실을 확인하고 있다. 언론계 내부에서는 이 같은 취재 방식을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뉴시스
기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무실 앞에서 윤 의원을 기다리며 사무실을 확인하고 있다. 언론계 내부에서는 이 같은 취재 방식을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뉴시스

사진기자 출신의 한 인사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례는 검찰과의 커넥션을 폭로하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이번 보도는 다르다”며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찍는 사람의 목적에 부합한 취재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악의적이라는 해석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봤다.

이 같은 내부 목소리에 현장에서도 말이 나온다. 취재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다양한 매체가 취재하는 상황에서 특정 언론사가 확보한 장면은 다른 매체의 경쟁으로 이어진다. 해당 사진이 유의미한 메시지를 담은 장면이라면 더욱 그렇다.

현장 취재는 일선 기자들의 몫이지만 지면이나 인터넷에 노출할 사진의 선택은 최종적으로 데스크의 권한이다. 이 같은 시스템 아래 데스크의 선택폭을 보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면을 찍는 게 현장 기자들의 역할이다. 언론계 내부 지적이 이상론에 그친다는 주장의 근거도 여기에 있다.

사진기자협회 소속의 한 기자는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으면서도 남들 다 하니까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바람직한 취재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도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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