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이향은 상무, ‘가전의 본질’은 해방이다
LG전자 이향은 상무, ‘가전의 본질’은 해방이다
  • 김병주 기자 (kbj1218@the-pr.co.kr)
  • 승인 2024.03.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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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트 스피치] ‘감성지능을 접목한 CX로 소통하라’ 퍼블릭 릴레이션즈 컨퍼런스

LG, Artificial에서 Affectionate로…AI를 공감지능으로 재정의
이향은 상무 "CX는 신뢰와 몰입을 거쳐 충성까지 가는 여정"
기술 개발에 앞서 늘어난 고객 접점마다 공감대 찾아
2월 22일 한국경제인협회 FKI타워에서 더피알이 주최한 ‘감성지능을 접목한 CX로 소통하라’ 퍼블릭 릴레이션즈 컨퍼런스에서 LG전자 H&A사업본부 CX담당 이향은 상무가 '공감 인공지능 시대, CX를 브랜딩하다'를 주제로 키노트 스피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2월 22일 한국경제인협회 FKI타워에서 더피알이 주최한 ‘감성지능을 접목한 CX로 소통하라’ 퍼블릭 릴레이션즈 컨퍼런스에서 LG전자 H&A사업본부 CX담당 이향은 상무가 '공감 인공지능 시대, CX를 브랜딩하다'를 주제로 키노트 스피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더피알=김병주 기자 |  고객 경험(CX, Customer Expereince)이 기업 전략의 필수 솔루션이 된 시대, 우리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국가대표 가전 기업 LG전자가 2월 22일 한국경제인협회 FKI타워에서 더피알 주최 ‘퍼블릭릴레이션즈 컨퍼런스’에서 CX 노하우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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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인공지능 시대, CX를 브랜딩하다

LG전자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라 재정의해서 사용 중이다. 기술은 우리 삶 속에 녹아들어야 완성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의 삶에 공감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취지를 담았다.

기술 발전의 무게 중심은 계속해서 달라졌다. 1970~80년대 양(量)의 시대와 90년대 품질의 시대를 지나 지금은 ‘품격’의 시대를 맞이했다. 인격과 국격처럼 제품의 정성적 특성인 격(格)을 높이기 위해 기업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고객 경험을 분석하는 과제가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LG전자 H&A 사업본부 CX담당 이향은 상무는 75년을 맞은 가전회사인 LG전자의 CX 지향점을 설정하기 위해 업의 본질부터 다시 생각했다.

집에서 사용하는 전자기기인 ‘가전’의 본질은 가사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세탁기가 냇가와 양잿물을 대체하고, 로봇 청소기가 빗자루질을 대체했듯이, 가전의 CX적 가치는 고객을 가사노동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가사노동이 줄어들며 얻은 시간에 사람들이 여가, 운동, 산책이나 사교 등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늘어난 자유 시간, 즉 ‘퀄리티 타임’에 착안해 LG전자는 ‘제로 레이버 홈, 메이크스 퀄리티 타임’(Zero Labor Home, Makes Quality Time)을 CX 지향점으로 설정했다.

‘신뢰와 몰입을 이끄는’ 더 편하고 즐거운 라이프스타일 구축

고객을 위해 만들어야 하는 제품·서비스·솔루션은 자연히 기존 가전의 영역을 벗어나 확장되기 시작했다. CX 가치는 새로 기획하고 출시하는 제품에도, 업무와 서비스에도 기준이 된다.

이향은 상무가 정의하는 CX는 ‘신뢰와 몰입을 거쳐 충성까지 가는 여정’이다. 고객 가치를 고객이 얻은 편익에서 지불한 비용을 빼는 식으로 산정했다면, 이를 대체한 고객 경험 가치는 고객이 느낀 만족에서 지불 비용을 빼는 식으로 이뤄진다.

고객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고객이 기업과 만나는 모든 상황을 들여다보면서 취약한 부분을 끌어올리는 것이 CX의 영역이다.

환경과 ESG적 가치는 신뢰를 주기에 좋은 주제다. LG전자가 주목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패턴 중 하나는 2030세대에서 보편화된 개인 컵 사용이다.

‘주문하신 오늘의 커피와 내일의 지구 나왔습니다’라는 카피가 인상적인 ‘마이컵’(Mycup) 사업은 화장실이나 탕비실의 개인 수세미나 공용 수세미 사용을 찝찝해하거나, 커피 전문점에 들고 온 텀블러를 세척하고 싶어 실랑이를 벌이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LG전자가 1월 CES 2024에서 선보인 텀블러 세척기 '마이컵'은 '모두의 더 나은 삶(Better Life for all)'을 위해 LG전자가 실천하는 ESG 경영의 일환이다. 사진=LG전자 제공.

45인 사업장을 기준으로 봐도 종이컵 값만 월 12만원이 나갈 수 있다.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만 구매하는 일회용 컵은 연 370만개, 금액으로는 1억600만원이다.

비용과 환경 문제를 둘 다 잡는 ‘텀블러 세척기’는 ‘집 밖의 가정’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집에서만큼 깨끗한 경험을 밖에서도 누릴 수 있게 만드는 CX적 가치 실현의 예시다.

실제로 올 4월부터 국내 소비자들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마이컵을 이용해 30초 ‘쾌속 코스’나 4분 ‘꼼꼼 코스’로 텀블러를 세척하고 대기 시간에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몰입의 조건은 감동 혹은 즐거움이다.

가전제품 사용자를 세분화해본 결과 LG전자는 그동안 장애인 고객의 접근성을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선 시각장애인들이 터치 버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에 부착하는 점자스티커를 배포했다. 또한 LG전자는 고객 동의 아래 냉장고 사용 행태를 비디오로 살펴보았다.

꽉 닫힌 냉장고 문을 열기 위해 온 힘을 쏟는 할머니, 휠체어를 타고 있어서 냉장고 안쪽까지 손이 안 닿는 사람들, 손이 불편해서 문을 못 여는 지체장애인을 관찰한 결과는 모든 고객이 생활가전을 편리하게 쓰도록 보조하는 ‘유니버설 업 키트’(Universal UP Kit)를 출시했다.

▲팔뚝을 걸어 세탁기 문을 열 수 있는 탈부착 핸들 ▲냉장고 안쪽까지 돌려서 물건을 놓을 수 있는 회전 선반 ▲앉아서도 스타일러에 옷을 걸 수 있는 무빙 행어 등은 비장애인에게도 큰 호응을 얻으며 감동을 선사했다.

여기에 ‘가전학교 프로젝트’에 따라 경계선 지능 장애로 학습이 느린 아동들에게 가전제품의 원리를 동화처럼 쉽게 풀어 설명해주며 올바르고 안전한 사용을 돕는 ‘쉬운 글 도서’를 1만 부 이상 제작해 배포했다. 이는 학교 및 교육기관에서 73%의 신청 비율을 보여주며 교육 자료로서의 활용 가치를 보여줬다.

즐거움을 주는 가전은 ‘듀오보’(Duobo)라는 커피 머신을 보면 알 수 있다. 달 탐사선 같이 생긴 듀오보에 한 번 추출할 때 들어가는 커피 캡슐은 2개. 캡슐 하나로는 양이 적은 사람들은 물론 서로 다른 맛을 블렌딩해서 마시려는 사람까지 챙겼다.

1월 9일 CES 2024 LG전자 전시관에 전시된 캡슐 커피머신 '듀오보'. LG전자는 듀오보를 주제로 한 '듀오보 앤 큐보'라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NFT로 만들어 판매하기로 했다. AP/뉴시스.
1월 9일 CES 2024 LG전자 전시관에 전시된 캡슐 커피머신 '듀오보'. LG전자는 듀오보를 주제로 한 '듀오보 앤 큐보'라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NFT로 만들어 판매하기로 했다. AP/뉴시스.

블렌딩 문화 확산에 따른 ‘나만의 커피’를 만들어주기 위해 듀오보에는 좌우 캡슐의 온도와 추출량까지 앱으로 조절할 수 있게 설정했다. ‘우주의 맛’을 발견한다는 초기 기획의도처럼 스토리 세계관을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 하단의 디스플레이로 즐길 수 있다.

‘애정에서 여정으로’ 팬덤과 더 많은 접점을 만들어라

충성이라는 단어는 오늘날의 브랜드들이 사용하기에는 다소 구시대적으로 느껴진다. 고객 개개인의 만족과 이익이 더 중요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충성이 아닌 애착 감정을 불러일으켜 상품이 아닌 기업 가치의 팬을 만들어가는 ‘팬덤 경제’의 실현이다.

스니커(운동화) 팬들은 운동화를 살 때 실제 착용할 신발과 소장용 신발을 둘 다 산다.

서로 다른 관리가 필요한 신발을 위해 LG전자는 실착용 신발을 위한 ‘슈 스타일러’를 만드는 한편, 소장용 신발의 가죽이 온습도 문제로 갈라지고 자외선에 색이 변하는 것을 막아주는 새로운 스타일 가전 ‘슈 케이스’를 출시했다. 360도 감상을 위해 바닥이 돌아가는 턴테이블형 디자인은 덤이다.

LG전자는 2023년 3월 31일 신발을 제대로 관리·보관·감상하는 차세대 프리미엄 신발관리 솔루션 'LG 스타일러 슈케이스·슈케어'를 출시했다. 다양한 체험마케팅을 위해 LG 씽큐(LG ThinQ) 앱에서 실물 신발과 NFT 신발 '몬슈클'을 함께 보관·감상하게 하는 한편, 게임 커뮤니티 '디스코드'를 통한 NFT 신발 증정 이벤트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도 콜라보레이션 샵 운영을 병행했다. 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는 2023년 3월 31일 신발을 제대로 관리·보관·감상하는 차세대 프리미엄 신발관리 솔루션 'LG 스타일러 슈케이스·슈케어'를 출시했다. 다양한 체험마케팅을 위해 LG 씽큐(LG ThinQ) 앱에서 실물 신발과 NFT 신발 '몬슈클'을 함께 보관·감상하도록 하는 한편, 게임 커뮤니티 '디스코드'를 통한 NFT 신발 증정 이벤트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내에서 '제페토 몬슈클 콜라보레이션 샵' 콜라보레이션 샵 운영을 병행했다. 사진=LG전자 제공.

스니커 수집은 디지털 경험으로도 이어진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경험에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없어야하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직접 발행한 ‘NFT 슈즈’는 현재 가상화폐가 통용되는 마켓에서 2만~3만원 선부터 270만원에 이르기까지 활발하게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NFT프로젝트인 ‘몬슈클’(Monster Shoe Club)에 따라 실제 착장이 궁금한 사람들은 서울 경동시장 금성전파사에서 AR로 신어보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집’ 자체를 고객 접점으로 만들다

발견에서 구매 이후까지, 고객의 여정은 긴 고민의 연속이다. 브랜드를 정한 다음 구매 방식을 결정하고, 피드백과 리뷰를 살펴보며, 사용하다 문제가 생기면 버리거나 새로 구매에 이르는 과정은 모두 고객과 만날 접점이다.

기업은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이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어가며 심리스(끊김 없는) 경험을 조성한다.

시장점유율보다 시간점유율이 더 중요해지면서, 얼마나 오래 고객을 붙들어놓고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고객이 오래 머무르는 공간의 대표 격인 ‘집’ 자체를 접점으로 만드는 시도도 그중 하나다.

에너지 솔루션에 관련된 LG의 기술을 한 곳으로 집약했다 평가받는 충북 진천의 ‘스마트 코티지’는 가전·공간·서비스를 융화한 건물가전으로, 지붕의 태양광 패널로 11평가량의 모듈러 주택 내부에 설치된 가전제품을 구동한다.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통해 자체적으로 운용되는 이 집의 컨셉은 평소 생활공간과 다른 장소를 잠시 빌려 일하고 생활하는 세컨드 홈 시장의 성장에서 비롯했다.

LG전자는 2023년 9월 1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서 고효율 에너지 기술을 집약한 지속가능한 주거 생활 솔루션 ‘LG 스마트코티지’를 선보였다.사진=LG전자 제공.

여기서 한층 더 고도화된 2세대 모듈러 주택의 기술은 에너지 절약 수요가 높아지는 유럽 시장을 겨냥해 2023년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론칭되어 신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AI와 인간이 공존하기 위한 철학

이향은 상무는 ‘기술 이전의 철학’을 강조하며, 지금까지 소개된 사례들은 기술 개발 이전에 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Pain point)과 니즈부터 파고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자율주행차가 많은 관심을 받는 동안 기존 자동차보다 두드러지는 탑승자의 멀미 문제는 관심을 못 받고 있다는 점을 포착해내듯, 핵심은 기술이 고객의 삶 속에서 얼마나 조화를 이루며 공감을 이끌어낼지 그 방법을 발견하는 일이다.

CES 2024에서 주목받은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공감지능의 대중화를 앞당길 반려가전이다.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집안을 돌아다니며 모니터링하고 IoT 환경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한편, 초개인화된 경험에 맞게 ▲1인 가구 보안 점검 ▲복약 알림과 쓰러짐 감지 ▲어린이·반려동물 돌봄 ▲수화인식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자연어로 소통이 가능하고 표정을 짓는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집사, 보조자, 반려로봇이 필요한 각각의 가정마다 그에 걸맞은 역할을 다하며 머지않은 미래에 ‘집집마다 들어가 있는 공감지능’의 선두주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방 문 앞으로 고객을 마중 나온 스마트홈 AI 에이전트의 모습. 사진=LG전자 제공.
방 문 앞으로 고객을 마중 나온 스마트홈 AI 에이전트의 모습. 사진=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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