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는 연애다. 일하는 방식 못바꿀거면 시작도 하지마”
“CX는 연애다. 일하는 방식 못바꿀거면 시작도 하지마”
  • 김병주 기자 (kbj1218@the-pr.co.kr)
  • 승인 2024.03.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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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토론] ‘감성지능을 접목한 CX로 소통하라’ 퍼블릭 릴레이션즈 컨퍼런스

고객 경험 브랜딩, CX 부서만 하는 것 아냐
조직 전체 문화 개선 동반돼야…협업은 필수
생성 AI 간 협업으로 고객 맥락 정교화 가능
데이터 역량 강화로 이해도·관여도 높여라
차경진 한양대 교수가 각 연사들의 종합 토론을 모더레이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향은 상무, 차경진 교수, 곽태호 센터장, 전승현 수석.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더피알=김병주 기자 | 소통 없는 경험은 없다. 생성 AI 기술과 맞물려 밀려드는 고객 경험 데이터는 CX 부서가 신경 써야 할 조직 내외부의 접점을 비약적으로 늘려줬다. 더 다양해진 고객의 맥락을 고려해야 하는 건 물론, 다른 부서와 조율해야 할 업무도 늘어난 CX 부서를 위해선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더피알이 개최한 퍼블릭 릴레이션즈 컨퍼런스 ‘감성지능을 접목한 CX로 소통하라’ 종합토론에서는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에 필수 솔루션이 된 고객 경험을 브랜딩하는 다양한 기업 사례로 인사이트를 모색했다.

차경진 한양대 교수의 주재로 이향은 LG전자 상무, 곽태호 여기어때 DNA 센터장, 롯데호텔앤리조트 CX담당책임자 전승현 수석이 나눈 토론 내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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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2일 열린 더피알 컨퍼런스의 마지막 세션인 종합 토론 현장.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사랑하는 고객을 어떻게 케어해야 행복할까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CX를 CS(고객 만족)적 관점으로 바라보거나 UI/UX(사용자 인터페이스/사용자 경험)의 영역으로 협소하게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CX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고객이 비즈니스와 맺는 모든 접점에서 일어나는 교류의 경험을 포함한다.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해보며 이를 지지하고, 나아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신뢰를 보낸다는 점에서 CX는 총체적인 BX(브랜드 경험)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사람들은 애정의 정도에 따라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가장 만족할 만한 선물을 준비하며,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듣곤 한다.

이향은 상무는 애착·친밀함 같은 감정이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에 착안해 “CX는 고객을 사랑하는 일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단순히 ‘고객의 페인 포인트나 니즈가 무엇인가’를 딱딱하게 고민하기보단,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에게 맞춰가기 위해 공감하는 능동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의 차이는 CES 2024에서 공개된 AI 로봇 ‘스마트 홈 AI 에이전트’(이하 에이전트)에서도 드러난다.

에이전트는 CES 2024에서 삼성전자의 AI 컴패니언 ‘볼리’(Ballie)와 비교되며 큰 관심을 받았다.

둥근 공 모양에 바퀴 두 개로 굴러다니고, 화면 디스플레이가 없는 대신 프로젝션 빔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볼리와 달리, 에이전트는 얼굴 스크린에 두 다리와 넘어져도 스스로 땅을 짚고 일어서게 해주는 헤드셋이 달린 모습을 하고 있다.

에이전트의 진가는 소프트웨어다. 집집마다 라이프스타일이 다른데, 외부 개발자들이 개발해서 올린 기능을 원하는 대로 다운로드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이전트는 초개인화가 가능한 매개체이자 오픈 플랫폼이 되어준다.

삼성전자 유튜브 채널의 볼리 소개 영상 썸네일
삼성전자 유튜브 채널의 볼리 소개 영상 썸네일
LG전자 뉴스룸의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소개 자료사진
LG전자 뉴스룸의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소개 자료사진. 비슷한 컨셉의 제품이라도 접근하는  방향성에서 두드러지는 두 회사의 차이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적극적인 인하우스 데이터 수집이 주는 인사이트

롯데호텔앤리조트의 CX 담당 부서는 자체 고객 관리 플랫폼 ‘LCSI’를 활용해 호텔 평점, NPS(순고객추천지수), 고객 코멘트와 리뷰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호텔 이용 전후로 여정별 핵심 로열티 요인을 파악하며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

KPI(핵심 성과 지표)로 예측해야 할 사안은 고객 경험이다. 리뷰 외에도 수집하고 연결해야 할 데이터는 다양하다. 외부에 오픈된 데이터는 모두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평판 관리와 연관된다.

사람들은 이용객 한 명이 남긴 불만이나 칭찬 리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궁금해 하고 그에 따라서 호텔을 결정하기 때문에, 즉각적이고도 적극적인 호텔 측의 댓글 피드백은 중요하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내부적으로 서베이를 통해 고객의 이용 경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외에도 자체 앱과 웹서비스를 통해 발생하는 인하우스 데이터를 추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볼 계획이다. 함께 읽어볼만한 기사 : ‘언제든 어디든, 고객부터 직원까지’ 롯데호텔은 CX 삼매경

일례로 도입 예정인 모바일 키로 호텔 내에서 고객의 체크인, 엘리베이터 탑승, 수영장이나 조식 시설 입장 등 이동하는 동선마다 쌓이는 데이터를 LCSI와 접목한다면, 이전과는 달리 문제 발생 시 원인 파악과 분석이 훨씬 수월해지는 한편 추가적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다만 전승현 수석은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수집해서 실제 활용이 가능한지는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롯데호텔앤리조트가 서비스 준비 중인 모바일 키는 '롯데호텔 리워즈' 앱 설치가 필요하며 약간의 대기시간 이후 키가 발급된다. 사진=롯데호텔앤리조트 제공.

매번 다른 고객 맥락, 생성 AI 간 협업으로 답하다

같은 고객이라도 페르소나는 매번 바뀐다. 주말에 혼자 ‘여기어때’ 앱을 이용하는 ‘나’는 누군가의 가족으로서, 회사 직원으로서 이용하는 나와는 목적도 검색 방식도 다르다. 그렇다고 매 검색마다 달라진 나의 맥락을 제공해가며 앱을 이용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소비자는 자신의 검색 히스토리에 기반해 성향과 맥락에 맞는 검색 결과를 얻길 바라지만, “아직까지는 생성 AI가 성향과 맥락까지 고려한 정확한 답을 내려주지는 못한다”는 게 곽태호 센터장의 설명이다. 대신 여기어때는 고객의 반응이나 리뷰 등을 통해 성향과 맥락에 관한 실마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장으로 주어진 정보를 잘 이해하는 단계까지 온 생성 AI의 특성을 활용해, 생성 AI마다 하나의 역할을 맡긴 뒤 이들 간의 협업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식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가고 싶은 여행지에 관한 문장을 제시하면, 해당 문장을 해석하는 생성 AI가 이를 받아들인다. 다음으로 해당 성향을 가진 사람이 과거에 어떤 여행 패턴을 가졌는지 파악하는 AI가 있고, 어떤 숙소가 남아있으며 가격 할인이 어느 정도로 되고 있는지 찾아내는 AI가 따로 있다. 최종적인 답변은 이들이 도출한 결과를 조합해서 제공한다.

“이런 시스템이 더 고도화된다면 더욱 정교한 답변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곽 센터장의 답변이다.

검색 외에도 생성 AI는 메타 데이터(데이터에 관한 데이터) 구축으로 더 맥락에 맞는 결과값을 제공한다. 실제로 원하는 조건의 숙소를 찾아봐도 숙소에 해당 조건의 키워드가 정의되어있지 않다면 검색되지 않기 때문에, 생성 AI를 활용해 더 다양한 키워드를 뽑아내게끔 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제주도’라는 단어를 검색했을 때 제주도라는 타이틀이 들어가 있는 여행 상품이 주로 도출됐다면, 지금은 제주도에 연관된 콘텐츠와 활동을 아우르는 확장된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리뷰 등에서 키워드를 추출하고, 숙소 사용자들로부터 숙소를 이해하는 키워드를 다양하게 마련해나가는 과정에서 검색 결과의 맥락도 더욱 풍성해진다.

컨퍼런스 참석자가 강연자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CX 부서의 가장 큰 고민 ‘모두를 끌어들이는 커뮤니케이션’

업무 간 교집합이 많아지고 경계가 흐려지는 현재, 타 부서와 협업이 많은 CX 부서에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CX를 시작하려는 부서나 더 잘 해나가고 싶은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고민 중 하나는 업무분장이다.

CX 부서 입장에서는 ‘고객에 관한 것은 모두 나의 업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조직 내부에서 두 가지 장벽에 부딪힌다. 바로 ‘CX는 CX 부서에서만 하는 것’이라는 인식과 ‘CX가 왜 모든 업무를 다 하려 드는가’하는 저항이다.

물론 기업에는 조직마다 KPI가 있고, 역할과 책임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고객이 중요하지 않은 부서가 없음에도, CX 부서는 ‘고객’이라는 말이 붙은 모든 업무를 떠안으면서도 왜 그 업무를 맡았는지 원성을 사는 미묘한 상태에 놓인 것이 현실이다.

이향은 상무는 “CX란 조직에서 일하는 방식”이라며, 한 가지 일이 끝나면 다음 것으로 넘어가는 식의 선형적(Linear) 시퀀스대로 업무를 수행하던 기존 조직과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끌고 가려는 CX 부서 간의 마찰이 필연적으로 발생함을 지적했다.

따라서 CX 부서에는 부정적 피드백에 대한 ‘맷집’을 키울 것을 주문하는 한편, 조직 또한 체질 개선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바꿀 진정성이 없다면 CX는 안 하는 게 낫다”고 단언했다.

CX 담당자에게 중요한 것은 ‘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기술 개발 전후 과정의 관여도’다. 조직이 개발하고 접목하려는 다양한 기술이 단순히 UI/UX 측면을 넘어 진정으로 고객 지향적인지를 따지려면 실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자신의 일이라는 사명감을 갖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승현 수석은 LCSI 고객 서비스 사례를 들어 CX 문화의 저변 확대를 설명했다.

처음에는 LCSI에 접근 권한이 있던 1000여 명의 직원이 불편한 VoC(고객의 소리) 업무 자체를 싫어해서 접속을 안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보고서 없이도 싱글뷰로 사용자가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놓자 그중 80%가 매일같이 접속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매일 처리해야 할 VoC업무도 48시간 내에 회신하라는 목표를 제시하자 그보다 이른 반나절 만에 처리가 됐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전 수석은 이에 대해 “직원들이 고객 서비스와 LCSI가 한 몸이고, 이를 처리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사명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업무 따라 확산되는 서비스 마인드 ‘데이터와 CX는 뗄 수 없다’

물론 기업 내에서 CX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획, UX, 브랜딩 등 부서별로 CX 관련 인력을 배치해 협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어때도 그런 경우 중 하나지만, 다른 여러 기업들처럼 CX 조직과 데이터 조직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을 겪은 건 마찬가지다.

CX 조직 담당자가 데이터와 AI 기술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데이터 조직 개발자들이 CX와 비즈니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은 자주 발생한다.

그럴수록 대화로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각 조직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소개하고, 기술을 소개하는 세션도 가져보며, 다양한 직군이 섞인 스쿼드(Squad) 조직을 엮어 공통의 목표를 상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서서히 업무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문제 해결의 바탕에는 공감과 설득이 있다. 타 부서와의 협업 시 상대방을 합의를 도출할 지점을 찾아내 근거를 갖추고, 상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이해하는 소통 과정은 필수다. 사진=여기어때 UX Center가 운영하는 여기어때 기술블로그.

데이터와 AI를 다루는 사람들이 CX를 지원하는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는 것도 좋지만, CX 담당자들도 데이터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데이터가 필요한 분야는 마케팅, 디자인, 기획 등을 가리지 않고 커져가고 있다. 데이터 전문가인 데이터 에이전트들은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와 CX를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DCX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력이다.

이와 관련해 이향은 상무는 “CX 부서 내에 데이터 인력을 갖추는 것 외에도 한양대학교와 AI·빅데이터 협력을 통해 디지털 전환 교육을 받는 한편, 회사 차원에서 데이터 역량 인증을 받는 기조가 전 본부에 확산되어 있다”고 LG전자 내부의 전사적 노력을 부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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