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시대 여론이라는 이름의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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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2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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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머맨 사건' 소셜미디어 활용한 PR전략 중요성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

글=박세아(서강대 기업커뮤니케이션센터 연구원)

# 2012년 6월 3일 미국. 28세의 지역 자율방범대 자원봉사자인 조지 짐머맨(George Zimmerman)은 외진 플로리다의 한 주차장에서 그의 변호사 마크 오마라(Mark O’Mara)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후 1시 25분쯤 도착한 사람은 변호사가 아닌 보안관이었다. 짐머맨은 그 자리에서 2급살인 혐의로 체포됐고, 이 소식은 트위터를 통해 미 전역으로 퍼졌다. 사건 발생 후 불과 12분 뒤(1시 37분)에 일어난 일이다.

소셜미디어가 뉴스 속보를 알리는 채널로 변화하고 있다. 일명 ‘짐머맨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미 플로리다 검찰이 지난 2월 26일 발생한 10대 소년 마틴(Martin)의 살해 혐의로 짐머맨을 고소하면서부터 촉발됐다. 그에 따르면 마틴은 아버지와 함께 방문객 출입제한지역 편의점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짐머맨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진실 여부를 떠나 재판 과정에서 벌어졌던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PR전략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짐머맨의 변호를 맡은 베테랑 변호사 마크는 살해용의자로 지목된 자신의 피고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고 미디어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전략을 취했다. 피고의 이름 앞 글자를 따 ‘GZ’라고 명명한 후 ‘GZ CASE’의 로고를 만들었으며 트위터, 페이스북페이지, 온라인사이트(http://gzlegalcase.com), 블로그 등을 각각 개설하며 광범위한 미디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겼다.

최근 들어 이같은 소셜미디어 전략이 피고측 변호사와 법률 분야에서 일하는 PR 전문가들 사이에서 크게 주목받는 추세다. 물론 아직은 검증되지 않은 매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긍정과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넥스트프론티어-변호사를 위한 소셜미디어(Social Media for Lawyers:The Next Frontier)’의 저자인 니콜 블랙(Nicole Black)은 “소셜미디어는 짐머맨을 변호하는 팀들이 메시지를 컨트롤하기 위해 선택한 하나의 방법이었다”라고 평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소셜미디어 전략이 위험할지 모른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들린다. 뉴욕의 변호사이자 파워블로거인 스콧 그린필드(Scott Greenfield)는 “인터넷의 역동적인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실패 상황에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괴물이 바로 인터넷 환경이라는 점 또한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짐머맨 사건의 변호를 맡은 마크는 범죄 및 가정 관련 이슈 전문 변호사다. 흉악범죄 담당검사를 거쳐 미 플로리다주 세미놀카운티 변호사협회 의장을 지낸 바 있다.

4월 28일, 마크는 그의 고객을 변호하기 위해 본격적인 ‘디지털 미디어 전략’을 수립했다. 그리고 다음달 ‘왜 조지 짐머맨을 위한 소셜미디어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포스팅했다. 이를 통해 마크는 오보에 대한 논쟁과 비관적인 추측을 포함한 사이트에 대한 7개 목표를 확인했다. 4월 30일, 마크는 온라인 미디어 계획에서 짐머맨의 법적 공방과 분리된 또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고객 변호를 위한 단계별 ‘디지털 미디어 전략’

마크가 피고 변호를 위해 수립한 미디어 전략의 중요한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짐머맨 법정 사건이 소셜미디어와 결합되기 이전에 맞닥뜨려야 했던 두 가지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짐머맨 사건'에서 변호사 마크는 피고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고 미디어 관심을 끌기 위해 트위터와 페이스북, 온라인사이트, 블로그 등의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취했다. 위 사진은 지난 5월말 짐머맨 사건을 통해 거둔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만든 온라인사이트 메인 화면.

첫째는 안토니(Anthony) 살인 재판이다. 짐머맨 사건은 그보다 일 년 전에 발생했던 안토니 케이스를 다뤘던 동일한 기자들과 매체에서 다뤄졌다. 많은 PR 및 미디어 전문가들은 자신의 2살 된 딸을 죽였다고 체포된 어머니와 관련된 안토니 사건을 첫 번째 소셜미디어 재판이라고 이름 붙인다. 재판 컨설팅회사 회장인 애이미 싱거(Amy Singer)는 “수백만의 사람들이 안토니 재판에 대한 블로깅을 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그녀의 변호팀은 사건에 대한 사람의 생각을 알기 위해 4만개의 블로그와 채팅방, 페이스북페이지 등을 모니터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짐머맨 사건에서 피해자인 마틴의 가족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변호사 마크가 짐머맨을 대변하기 시작했을 때 온라인상에선 이미 마틴의 죽음을 둘러싼 논쟁의 장이 서 있었다. 하지만 신문과 방송 등의 전통미디어로부터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단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부모님과 가족이 짐머맨이 체포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탄식한다는 정도로만 보도됐을 뿐이다. 이에 마틴의 가족은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로 동의한 탤러해시주의 변호사 벤자민 크럼프(Benjamin Crum)에게 연락을 했고, 크럼프는 전 해군 기밀 장교와 여성 재판 모임의 설립자인 올란도시의 변호사 나탈리잭슨(Natalie Jackson)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다가 로이터통신이 사건의 전말을 3월 7일에 게재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다음날 CBS 방송에서 짐머맨을 구금하지 않는 데 대한 피해자 아버지, 가족의 분노를 강조한 내용이 방영됐기 때문이다. 방송이 나간 직후 다른 매체들도 적극적으로 사건을 다루기 시작했고, 결국 전국적 여론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소셜미디어라는 새로운 미디어로 촉발된 이슈가 전통미디어를 통해 폭발적으로 확산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로 촉발해 전통미디어로 확산된 전국적 관심

짐머맨의 변호사 마크는 지난 5월 말, 이 사건을 통해 거둔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온라인 사이트(http://gzlegalcase.com)를 만들었다. 마크는 “모든 계정에서 gzlegalcase.com은 블록버스터급 웹사이트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처음 25일 동안은 8만명의 방문객이 그 사이트를 방문했지만, 5월 6일 이후엔 평균적으로 매일 1000명이 사이트를 방문했던 것이다.

그는 기부홈페이지(http://gzdefensefund.com)도 개설했다. 경찰이 짐머맨을 체포하기 전에 짐머맨은 그 스스로 사이트(http://therealgeorgezimmerman.com)를 열어 20만달러가 넘는 기부를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마크는 짐머맨에게 그 사이트를 폐지하라고 조언했다. 대신 플로리다 고객 분배 서비스기관을 통해 정당방위 기금을 적절하게 모금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하는 증명서를 받게 했다. 이를 통해 5월 말을 기준으로 3만달러가 넘는 기부금이 짐머맨의 방어를 위해 모여졌다고 밝혔다.

마크는 또한 중도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내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사이트를 수시로 점검하게 하면서 언급되는 글의 어조에서 추측을 억제시키는 한편, 마틴 가족의 발언을 폄하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결론적으로 마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획이 그가 초기에 형성했던 7개의 목적들을 따랐다고 말한다. 승인되지 않은 사이트를 닫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루머를 진압했으며, 미디어 요구에 대한 효과적인 장을 제공하면서 변호를 위한 모금촉진 활동을 포함시켰다는 설명이다. 마크는 짐머맨 사건을 겪으면서 “소셜미디어는 이제 대통령 정치의 일부분이 됐고 중동 혁명에도 일조했으며, 대중의 주목을 받는 법률 사건에서도 피할 수 없이 다뤄져야 할 한 부분이 됐다”며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전문적이고 윤리적이며 책임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의미를 밝혔다. 이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여론 재판에 대해 PR 전문가들이 주목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출처 : On Trial in the Court of Public Opinion by Doris Bloodsworth, July, 2. 2012
*이 글은 서강대학교 PR클럽(PRidean)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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